호텔빙수 15만원? 빙수에도 기준이 필요하다.

허영의 시대, 합리적 소비는 어떻게 가능한가

by 김선철
호텔빙수.jpg 사진출처 : 한국경제, 고윤상 기자

소비는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메시지다


올여름도 어김없이 빙수가 유행이다. 그러나 올해의 빙수는 단지 시원한 간식을 넘어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 컵에 담긴 4천 원짜리 빙수가 편의성과 가성비로 인기를 끄는 한편, 11만 원짜리 호텔 망고빙수와 15만 원짜리 샴페인 빙수는 여전히 SNS를 뜨겁게 달군다. 겉보기엔 여름철 디저트에 불과하지만, 이 두 소비는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 두 그릇의 빙수 앞에서 소비의 본질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베블린 효과와 상징적 소비의 유혹


소비는 단순히 돈을 쓰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드러내는 무언의 언어다. 그렇다면 초고가 호텔 빙수를 택하는 소비자들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가?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린은 이를 '과시 소비'라고 정의했다. 그는 사람들이 가격이 비쌀수록 사회적 지위를 드러낼 수 있다고 믿기에 고가의 상품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SNS에서 호텔 빙수를 인증하는 행위는, 단순한 기호의 표현이 아닌, 상징적 지위의 과시다.


호텔의 전략은 '공간 프리미엄'에 있다


물론 호텔은 단순한 디저트를 파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공간, 이미지, 경험까지 상품화한다. 실제로 서울의 한 호텔은 고급 망고빙수를 로비 카페에서 11만 원에 제공한다. 또 다른 호텔은 프랑스 샴페인을 얼린 빙수를 15만 원에 내놓았다. 이는 단순한 가격 책정이 아니라, 브랜드와 공간의 가치를 보전하려는 전략이다. 호텔 측은 무분별한 대중 유입을 막고, 프리미엄 고객을 위한 정숙한 공간을 유지하고자 한다. 가격은 곧 진입장벽이며, 그것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도구다.


합리적 소비란 무엇인가?


그러나 이 소비는 과연 '합리적'인가? 소비심리학에서는 단지 돈을 아끼는 것만이 합리적 소비가 아니라고 말한다. 진정한 합리적 소비란, 내가 지불한 금액에 비례한 만족과 가치를 얻었느냐에 달려 있다. 15만 원짜리 빙수가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공간과 음악, 서비스까지 아우른 가치 있는 소비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외부의 시선이나 사회적 압박에 의해 선택되었다면, 본질적으로 비합리적이다.


컵빙수는 가성비를 넘어선 '선택의 기준'이 된다


반대로, 4천 원짜리 컵빙수는 자신의 욕구에 정확히 부합하는 소비다.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으며, 매장에서의 운영 효율까지 높다. 이는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내 삶에 불필요한 과잉을 배제한 '선택적 소비'다. 그 안에는 자기만족, 실용성, 그리고 자원의 합리적 배분이라는 가치가 담겨 있다.


SNS 시대, 소비는 자기표현이 된다


우리는 과시의 시대에 살고 있다. SNS에 무엇을 올릴 것인가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소비는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 소비는 곧 삶의 태도다. 지금, 그릇 앞에 선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소비가 과연 나를 위한 것인가?


가치 있는 소비는 허영을 이긴다


합리적 소비란, 싼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하는 일이다. 그 기준을 세울 때, 우리는 허영과 불안 대신 진정한 만족과 여유를 얻을 수 있다. 빙수 한 그릇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다. 그 속에 담긴 태도야말로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소비의 본질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국 둔화의 파고, 한국의 대응은 무엇이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