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진 지주택 문턱, 남아 있는 불안

95를 80으로 낮춘 개편은 속도를 살릴까, 위험의 자리만 옮길까

by 김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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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턱이 바뀌는 순간


1980년 주택건설촉진법은 주택조합의 법적 근거를 만들었고, 1987년 개정은 재개발구역 밖 무주택 주민까지 범위를 넓히며 오늘의 지역주택조합 골격을 굳혔다. 1980년대에 짜인 제도의 틀이 2026년 4월 20일 발표된 개편안에서 크게 흔들렸다.


이날 정부는 사업계획승인 단계의 토지 소유권 기준을 95%에서 80%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언뜻 보면 15%포인트의 완화이지만, 실은 지주택의 시간을 붙잡아 온 마지막 문턱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문제는 문턱이 낮아졌다는 사실보다, 그 낮아진 문턱 뒤에 어떤 위험이 그대로 남아 있느냐이다.


2. 속도를 위한 완화의 내용


정부가 내놓은 정상화 방안의 중심은 분명하다. 토지확보 요건을 80%로 낮추고, 업무대행사 등이 가진 토지는 10년 보유 요건과 관계없이 매도청구 대상으로 넣어 이른바 알박기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대행업 등록제, 공사비 검증제, 경쟁입찰 의무화, 자금 인출·사용내역 공개, 장기 정체 조합의 종결·해산 장치까지 한꺼번에 묶었다.


다만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이미 시행 중인 완성된 법이 아니라, 2026년 4월 20일 발표된 개편 방향과 후속 입법 계획이다. 국토부도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상반기 안에 후속 입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고, 개정 시행일 이전에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지 않은 조합부터 완화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표면만 보면 속도를 높이는 대책이다. 그러나 지주택의 병은 늘 속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숫자보다 행간을 봐야 한다.


3. 마지막 5퍼센트의 착시


지주택에서 95%는 오랫동안 상징처럼 작동했다. 사업이 거의 다 왔다는 신호였지만, 동시에 마지막 몇 필지가 전체 사업의 일정과 가격을 흔드는 힘의 근거이기도 했다. 주택법상 현재도 사업계획승인 이후 매도청구는 시가를 기준으로 가능하지만, 그 전에 3개월 이상 협의를 거쳐야 한다. 95에서 80으로 낮아지면 병목은 줄 수 있어도, 남은 20%의 갈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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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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