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눈부신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무너지지 않기 위해 살아왔다.
사무실 책상 위, 다른 직원들의 책상과 닮아 있는 검은 키보드, 먼지가 눌어붙은 모니터,
그 사이에서 하루 열두 번씩 가슴속에 엎드렸다.
가끔은 벽시계 초침이 심장을 찔렀다.
업무는 끊이질 않았고,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고함을 질렀다.
메신저 창에 '지금 좀 올 수 있어요?' 같은 말이 뜨면,
그녀는 그 짧은 문장 하나에 숨이 막혔다.
점심을 먹고 나와 화장실 세면대에 기대,
혼자만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면,
목 끝까지 올라온 생각이 있었다.
‘오늘은 창밖으로 뛰어내릴까.’
삶은 조용히 부식되고 있었고,
그녀는 부서지지 않는 방식으로 천천히 썩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전 건강검진에서 촬영한 흉부 X-ray에서
이상 그림자가 보였다는 병원의 전화가 걸려왔다.
담담하게, 그러나 너무 또렷한 목소리로 간호사는 말했다.
“조금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 정밀검사가 필요하겠습니다.”
다음 날, 병원은 침묵으로 그녀를 감쌌다.
의사는 화면에 떠오른 윤곽을 가리키며 말했다.
“종양이 있습니다. 크기가 작지는 않아요.
전이가 확인되면… 치료보다는 관리에 집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숨이 멎는 줄 알았다.
현기증이 뇌의 가장 안쪽을 흔들었고,
의자의 팔걸이를 꽉 잡고 있던 손은 하얗게 질렸다.
그날 밤, 그녀는 식사를 하지 못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두꺼운 커튼을 닫고
휴대폰을 꺼둔 채, 방바닥에 누웠다.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것은 어둡지도 않았고, 드라마틱하지도 않았다.
다만 조용하고 무색무취였다.
그녀는 그 죽음의 기척에 삼켜지듯,
며칠간 아무 말도, 아무 표정도 짓지 못했다.
그리고, 1주일 뒤.
.
.
.
병원 진료실에서 의사는 처음으로 웃었다.
화면에 떠 있는 이미지들을 천천히 넘기며 말했다.
“전이는 없습니다.
초기 단계고, 치료 가능합니다.
수술 이후 경과만 잘 지켜보면 괜찮습니다.”
그녀는 그 말 앞에서 울었다.
어떤 미사여구도 없었다.
단지 ‘괜찮다’는 말이었는데,
그 말은 세상의 끝에서 들려온 따뜻한 파도 같았다.
그 후, 그녀는 항암치료를 받았다.
머리카락이 빠졌고, 구토를 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살아 있었다.
아침이면 스스로에게 말했다.
“오늘도 깨어났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몇 달 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에 앉아,
늦은 밤 눈을 붙이고,
조용히 일기를 썼다.
“오늘도 무탈했다. 참 고맙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상사는 여전히 비위를 맞춰야 했고,
메신저 창엔 여전히 짜증 섞인 물음표들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삶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
그리고 그럼에도 매일 깨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에 가까운 축복인지를.
그녀의 마지막 일기장 한 귀퉁이엔
이런 문장이 남겨져 있었다.
“나는 살아 있었다.
그것이 내게 남겨진 가장 조용한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