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시그니엘, 초고층 하이엔드 레지던스가 남긴 숙제
한국 주거의 핵심은 온돌과 바람길이다. 바닥에서 복사열이 올라오면 호흡은 마르고 눈이 시지 않는다. 창과 문이 서로 마주 보는 교차환기는 습기와 오염물을 덜어준다. 이는 전통의 미담이 아니라, 국제 가이드와 연구로 뒷받침된 건강 원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연환기를 감염 억제의 유효한 방안으로 권고했고, 하버드 공중보건대의 COGfx 연구는 환기량이 늘수록 인지 기능이 유의하게 개선된다고 보고했다. 병원 실측에서도 창·문 개방만으로 기계식보다 큰 환기량을 얻었다는 결과가 확인된다.
그러나 초고층 하이엔드 레지던스에선 이 기본이 흔들린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유리 커튼월 외피와 중앙공조 환기 시스템을 채택해 생활 환기의 상당 부분을 설비가 담당한다. 고층의 풍압·연기제어·방재 이슈로 창을 직접 여는 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 보도와 인터뷰에서 반복된다. 실제 거주 인터뷰에서도 “창문을 열지 못하지만 중앙공조로 쾌적함을 유지한다”는 증언이 나온다.
난방 체감도 다르다.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온돌(바닥 복사난방)이 아닌 천장형 공기식 난방으로 알려져 있다. 입주민 인터뷰와 기사들은 “온돌마루가 없고 히터 방식”을 단점으로 지적한다. 이는 시공 당시 오피스텔 바닥난방 면적 제한(전용 85㎡ 초과 불가 → 2021년 120㎡로 완화, 2024년 사실상 전면 허용 방향)의 영향도 있었다. 시그니엘 주택형이 전용 133~829㎡였던 점을 고려하면, 당시 제도 아래 대형 오피스텔의 복사난방 적용이 어렵거나 제한적이었던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시장 신호도 숙제를 남긴다. 최근 보도는 장기간 공실을 유지하면서도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 사례와 월 수백만 원대 관리비 부담을 전한다. 초고가 세그먼트의 비교사례(Comps) 하방경직성, 브랜드 프리미엄 보존, 실물옵션(더 나은 임차인을 기다릴 권리), 보유자의 비용 감내 능력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빈집의 고급’**은 장기적으로 상품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숨쉬기 편한 집이 아니라면, 조망과 서비스의 사치가 체류 만족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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