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길, 텅텅 빈 지하철 역에서 지갑을 줍게 되었다.
평소보다는 조금 늦은 시간, 급하게 출근길에 나섰다. 그리고 지하철에 오르려는 찰나 땅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출근 시간에 쫓겨 역 창구에 맡길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그렇게 모르는 이의 소지품을 안고 가는 길을 떠났다.
전철 안에서 지갑을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신분증이 있었는데, 분실자는 무려 44년생이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지갑에 핸드폰도 같이 끼워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핸드폰 전화 번호부를 살펴보았고, 그중 가족으로 보이는 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갑 주인의 남편 되시는 분이 전화를 받았는데, 그분이 말씀하시길 그냥 역 창구에 맡기면 되지 뭐 하러 전화를 했냐라며 나에게 따지듯 말했다. 출근이 급해서 어쩔 수 없었다며 말씀드리니 알겠다고 하시면서 곧 우리 회사 사무실 근처에 있는 지하철 역까지 찾아오시겠다고 하시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내 우리 회사 근처로 찾아오셔서 아주 당연하게 아내 분의 분실물을 찾아가셨다. 물건을 내어 드리면서 들었던 생각은 무엇을 기대하면서 선의를 베푼 것은 아니었지만, 내 성의를 당연시하는 것같아 괘씸한 마음도 솔직히 들었다. 사례금은 없었고, 고맙다는 말만 작게 남기시고 휙 돌아가셨다.
-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상호 교환이 상식적인 자본주의 체계에 너무나도 익숙해졌기 때문인 걸까, 남의 물건을 건네면서도 나는 상호 교환의 대가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의로 시작한 행위이지만, 막상 내 입으로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으니 내심 서운한 마음이 피어오르는 듯했다.
그리고 또 한 편으로는 유혹에 나약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 솔직히 나도 사람인지라 지갑 안에 들어있는 현금을 보니 욕심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현금에는 주인이 없기에 몰래 빼놓고선,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며 우기면 그만이었다. 그래도 지난날을 되돌아보았을 때 몇 천 원, 몇 만 원 아껴 보겠다며 그릇된 행동을 한 일이 아직까지 가슴속에 남아있는 것을 보니 앞으로 후회할 행동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순간 피어오른 마음속 욕심을 떨쳐내기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거금도 아닌 10만 원가량의 돈을 두고도 이렇게나 욕심이 생기는데, 앞으로 더욱 커다란 유혹이 찾아온다면 그 앞에서의 내 모습은 과연 어떨까 싶었다.
-
이러한 욕심이 피어나는 한 편, 일전에 내가 지갑을 잃어버렸던 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학창 시절, 나 역시도 지갑을 한 번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시내에서 볼 일을 보고, 집으로 귀가하는 길, 갑자기 학교 행정실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리고선 내가 지하철 역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것 같으니 인근 지하철역으로 찾으러 가보라고 하셨다. 그제야 나는 지갑이 없어진 것을 알았고, 인근 역에서 내 물건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역무원 분께서 내 지갑을 발견하셨고, 지갑 안 내 학생증을 보고 신원을 특정한 뒤 학과 행정실에 연락을 취해주신 것이다. 지갑 안에 무슨 대단한 물건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내 소중한 물건을 되찾았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 나 역시도 따로 사례하지는 못했지만 속으로깊이 감사했다. 나도 그저 그런 식이었다.
-
내 눈앞에 작은 욕심이 피어나더라도 이런 식으로 내가 받았던 선행과 행운들을 생각하고 기억하면서 떨쳐 버릴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지, 알량한 유혹과 욕심에 빠지지 않으려면 더 많은 인내와 성장이 필요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