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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공부하다가 혼이 났었던 경험이 몇 있습니다. 대부분 남는 시간에 공부를 하다가 혼쭐이 났던 경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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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고교시절 있었던 일입니다. 수업 시간에 사회 선생님께서 교실을 돌아다니며 숙제 검사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앞자리에 앉아 있었고, 제 검사 차례는 빠르게 지나가 버렸습니다. 선생님께서 다른 학생들의 숙제 검사를 하시는 틈에, 저는 그 시간이 남는 시간이라 생각하여 수업을 시작하시기 전까지 잠시 영단어를 외웠습니다. 숙제 검사를 끝마친 선생님께서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러 교탁으로 돌아오셨고, 저도 본격적인 수업을 듣기 위해 영단어 책을 정리하고 준비하는 찰나, 선생님께서는 제 손에 들려진 영단어 책을 발견하시곤 저를 크게 나무라셨습니다. 왜 사회 수업 시간에 영어 공부를 하느냐고 말이죠. 당시 저는 억울한 마음이 가득했었습니다. 본격적인 수업도 아니고, 수업 중간 남는 시간에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싶었습니다. 전후 사정이 어찌하였든 선생님께서는 저를 크게 꾸짖으시며 평가 점수를 최하점으로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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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경험은 군 시절 있었던 일입니다. 한 간부가 점심시간이 끝날 때 생활관 별 점검 사항이 있다며 각 중대 보급병 한 명씩 특정 물건을 준비해 생활관에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한자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우리 중대 사열이 끝나고 모든 사람들이 다른 중대로 이동했을 때 잠시 한자 단어를 외웠습니다. 사열이 끝나고 정리하는 시간에 한 간부는 제가 남는 시간에 공부했던 것을 보았었는지 그것을 문제시하며 저를 나무라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도 저는 무슨 상관인가 싶었습니다. 그저 군대라는 조직은 공부마저도 못하도록 막는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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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직장 사무실에서 혼이 났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부동산 공부를 할 겸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무실에는 책을 읽는 것이 어느 정도 용납이 되었기에 별 문제없는 행동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업무를 다 제쳐두고 책을 보았던 것은 아니고, 시간이 허락하는 순간 틈을 내서 잠깐씩 책을 들여다보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는데, 단체 대화방에 사진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바로 제 책상의 사진이었고, 사진 중간에는 자격증 책의 표지가 커다랗게 보였습니다. 그 내용으로 자격증 공부하는 것은 좋은데 엄연히 재직 중인 직장에서 다들 보는 자리에 이렇게 자격증 책을 두는 것이 말이 되냐며, 생각 좀 하고 행동하라는 상사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후 들어보니 언어 능력 시험공부는 업무와 연관이 있으니 상관없고, 일반 도서 역시 큰 상관없지만, 관련 없는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은 현 직장에 대한 불만 표현으로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저에게는 이게 문제시된다는 문제의식조차 없었습니다. 타인의 책상에 무엇이 있던지 제가 별로 신경 쓰지 않듯 제 책상에 무엇이 있던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제 상사는 그 문제를 딱 지적했고, 그제야 이게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졸지에 저는 팀을 욕보이는 팀원이 되었고, 참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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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의 세 가지 일 모두 ‘하라는 것’만 했었더라면 아무 일 없이 끝났을 일입니다. 다만, 자투리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은 제 마음이 만들어낸 욕심이 일을 그르쳤습니다. 다르게 생각한다면 저는 주어진 시간에 100% 집중하지 못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사소한 욕심이 제 발목을 잡는 일이 많아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