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성인이 되어서도 미래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일까.
-
어떻게 해서든지, 나는 지금 노동을 하고 있다. 오늘 노동해서 오늘을 살고, 내일 노동해서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현재의 나는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아직은 사회 햇병아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벌써부터 권태감을 느낀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 안에 사실 새로운 것도 없고, 크게 배우는 것도 없이 그저 기계의 부품이 된 듯 똑같은 일을 반복, 또 반복해야 할 것이다.
-
성인이 된 후,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흘러간다. 멀리서 보면 아직 입사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지만, 막상 나에게 그것을 대입해 본다면 이제는 어딘가에 발이 묶여버린 30대의 아무 힘없는 회사원일 뿐이다.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흘러가기에 잠시 고민하며 우물쭈물하는 순간 젊음과 기회들이 모두 바람처럼 박탈되어 날아가 버릴 것이다. 그래서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고민은 많아지고, 행동은 더디어지는 것이다.
내가 원했던 성인의 모습은 과연 이런 것이 맞았었나. 생산성도 없어 보이는 일을 부여잡고선 매일 반복되는 일을 씹어내듯 소화해 내는 지금의 이 모습이 과연 맞는 것일까. 정말 다들 한 번뿐인 인생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지금이야 얼마든지 젊으므로 어떻게든 하루를 버텨내며 나의 시간을 금전으로 바꾸어 줄 곳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난 후에도 지금처럼 내 시간을 사 줄 사람이 있을까? 10년, 2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나는 지금의 일이 가치 있고 또 내게 할만한 것으로 느껴질 것인가?
-
10대의 나는 참 의문이 많은 학생이었다. 모든 이들이 그렇게나 강조하는 국어, 수학, 그리고 영어를 도대체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가득했다. 물론 창의력의 시각에서 왜 그것들을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진다는 것은 꽤 괜찮은 접근 방향일 수 있겠지만, 당시의 나는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 질문은 결론적으로 쓸데없는 의문에 불과했다. 누구에게 물어보던 그 질문의 본질은 탐구할 수 없었고, 그저 ‘잘해야 할 대상’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막연히, 미래에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만 이야기했다. 그 말은 정말로 내게 막연하게 다가왔다. 당장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지도 잘 모르겠는데 공부를 하면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니, 그 상관관계를 전혀 알 수 없었다.
패기와 반골기질이 넘쳤던 나는 남들이 정해주는 것보다 나만의 길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만 했다. 다 잘하지는 못해도 내가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만의 길’이라는 것이 펼쳐지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했다. 하지만 내가 꿈꾸었던 ‘나만의 길’이라는 것 역시도 사실상 그렇게나 불투명하고 막연한 어떤 것에 불과했다.
-
20대의 나는 실행의 나이였다. 사회는 내가 원하는 많은 것을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충분히 맛볼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청년을 향해 팔을 벌리는 조직은 수없이 많았고, 청년의 입장에서는 그것들 중 옥석을 가리기만 하면 되었다. 어딘가에 지원함에 있어서 지원 가능한 나이 따위는 당연히 보지 않았다. 어느 집단이건 내 나이대의 젊은 인재를 원했고, 그들은 팔 벌려 그들 속에 있는 과실을 모두 취할 수 있을 것처럼 보여주었다. 호기심이 무척 많던 나는 정말 많은 단체를 돌아다니며 그 과실들을 엿보았다. 하지만 어떤 단체이던지 입구에서 바라본 과실의 달콤함은 멀게만 보였다. 자그마한 것을 얻고자 해도 남들과 경쟁해서 이겨야 하고, 오랜 시간 성실히 다가가야 겨우 원하는 곳 근처에 닿는 듯했다. 그렇게 나는 몇 개의 단체 초입 근처에서 잠시 서성이다가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며 금방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리고 또 다른 분야의 입구를 서성이곤 했다. 나의 20대는, 망설임의 반복이었다.
-
그러다 결국 아무것도 고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또 깨달았다고 생각했는데 그중 무엇을 골라야 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오히려 그렇기에 아무것이나 골랐다. 어떤 것이든지 하다 보면 또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을 품는다. 이 길이 내게 꼭 맞는 것인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하며 나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게 만든다. 그 순간 나는 또 어김없이 다른 조직의 과실을 엿보고 또 상상하게 된다. 결국은 모든 것이 똑같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다른 곳에는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하면서 말이다. 한 편으로는 약간의 나이를 먹으며 어제는 좀 그만 서성이고 싶다는 욕심이 계속해서 차오른다. 언제쯤 나는 그만 고민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하면서 말이다.
비로소 10대에 들었던 어른들의 조언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때 남들이 시키는 것들을 열심히 했더라면 지금의 고민은 조금 덜하지 않았을까 하는 하릴없는 후회가 차오르는 순간이 다가오곤 한다.
-
직장을 가져서도, 심지어는 돈을 벌면서도 여전히 다가올 날의 돈벌이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었으며, 또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낄까. 내가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원하는 직업은 과연 무엇일까.
고민이 계속해서 깊어지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