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1. 우리 앞에 있는 모든 시련들 겁낼 필요 없다.

- 어릴 적 내가 매일 불렀던 희망의 노래가 지금의 날 위로하네.

by 여행사 작가 류익

-

학창 시절에는 ‘개구리 중사 케로로’라는 만화 영화를 좋아했었다. 그 만화 영화의 내용은 지구를 정복하러 쳐들어온 5마리의 우주 개구리들이 지구에서 벌이는 일들을 보여준다.

나는 그 만화 영화가 참 좋았다. 매일같이 엉뚱한 일을 벌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참 재미있기도 했지만, 언제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자신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

작중 등장인물 ‘케로로’는 1,000만 원이나 하는 하늘을 나는 스쿠터를 5,000 원에 구매하고선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외딴 곳에 불시착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스쿠터도 고장 나게 되어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데,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케로로는 갖은 노력을 다한다. 변장을 하여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몰래 모르는 트럭에 올라타는 등 기행을 선보인다. 하지만 올라탄 트럭은 쓰레기차라 결국 쓰레기 더미에 갇히게 되지만, 그 상황에서 케로로는 기지를 발휘해 쓰레기장에 들어오는 다시 올라타 탈출한다. 하지만 막상 올라 탄 그곳은 함께 외국으로 가는 컨테이너 안임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케로로는 좌절하지 않고 고장 난 스쿠터를 어떻게든 되살려 컨테이너 문을 부수고 탈출하지만 결국 바다 깊은 곳으로 빠져버린다. 정말 다행히도 스쿠터에는 에어백이 있었기에 케로로는 바다 위로 올라오게 된다. 케로로는 바다 위에서 잠시 절망에 빠지지만, 케로로의 동료들이 각종 첨단 기술을 통해 기적적으로 케로로를 구출해 내는 감동적인 서사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어린 시절의 나에겐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한다고 하더라도, 항상 희망을 찾고 또 행동하는 케로로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를 구하기 위해 하나로 뭉쳐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참 큰 감동으로 다가왔었다.


-

작 중 케로로를 통해 어떤 어려움에 처하게 되더라도, 그 속의 희망을 보는 자세를 자연스레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 케로로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그 만화 영화의 주제곡을 부르고 다녔다.
그 만화 영화의 주제가의 가사는 정말 희망차다. 우리 앞에 있는 모든 시련들은 겁 낼 필요 없다며, 힘들어도 밝은 얼굴 웃자고, 우리에겐 밝은 내일이 있다는 내용이다. 어렸을 때는 별생각 없이도 이렇게 희망찬 내용의 노래를 늘 자연스레 부르고 되새기며 지냈던 것이다.

그리고 약 20년의 시간이 시간이 지난 지금, 하루 일과에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길 문득 옛날에 자주 불렀던 만화 영화의 주제가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음악의 전주가 내 귓가를 스치고 들어오는 순간, 꽤 오랜 시간이 지나며 바래진 나의 아이 같은 순수하고 어렸던 마음이 다시금 가슴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 나는 정말 밝은 미래를 꿈꾸었다. 나는 썩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학교가 좋았고, 친구와의 우정이 좋았고, 또 다가올 미래가 기다려졌다. 친구가 나누어 주는 과자 부스러기 하나에도 참 행복했었고, 어머니에게 몇 백 원의 용돈을 받아 마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를 고를 때는 세상 부러운 것이 없었다. 그때의 내 기분은, 마치 무수한 반짝임이 펼쳐진 광산 속에서 제일 아름다운 보석을 찾아내는 느낌이었다.


학업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크게 나를 자책하지도 않았고, 앞으로 다가 올 또 다른 시험이나 도전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준비했었다. 혹여 친구와 다투게 되더라도 알량한 자존심을 세운다며 혼자 씩씩대기보다는, 사과를 먼저 해버리고 상해진 관계를 빨리 되돌릴 생각을 먼저 했었다.


-

그래,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직장에서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 들 때면 그 성적표 하나로 나 자신을 한 없이 갉아먹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기보다 더 쉽고 편안한 길이 있지 않을까 하며 안주하는 마음이 먼저 들고, 조금이라도 인간관계에 손해가 보인다 싶으면 지레 피해버리는 나를 발견한다. 어릴 때 매일 입 밖으로 내뱉었던 그 다짐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없는 것일까. 내 앞에 있는 모든 시련들은 겁 낼 필요 없다며 되뇌고 다녔던 내 모습은 어떻게 상실되었던 것인가. 다시금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

성인이 된 이후에는 하루하루가 고된 시련에 가까운 듯하다. 실제로 별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또 다가올 내일을 고민하며 준비하느라 만약 마음 편하게만 지내고 있기는 힘든 노릇이다. 가만히 있는 것은 도태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에, 나 자신이 매일을 일상을 시련으로 만들고, 또 그 수렁에 빠져서 허덕대는 것이 일상이다. 시련의 덫에 발이 묶일 때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럴 때 고개를 숙이고 있기보단, 희망의 빛을 바라볼 태도가 필요함을 많이 느낀다. 그래, 나는 어릴 적 나에겐 내일이 있다며, 너와 내가 함께라면 두려운 것이 없다며 당당히 이야기하고 다녔지 않았던가. 10대의 내 모습이 지금의 나에게 많은 응원을 불어넣어 준다. 시련을 마주하는 날이 온 다면, 어릴 적의 내 모습을 내 마음에 비추어 보이는 것도 좋은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50. 어린이들에게 감동받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