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침묵의 또 다른 이름

by 여행사 작가 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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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시간 괜찮아?"

섣부르게 떨리는 내 마음을 비추었다가

응답을 기다리는 영겁의 시간


침묵과, 침묵

기다림과, 기다림

그 사이를 팽팽하게 당기는 평행선


이내 돌아오지 않는 듯한 부메랑에

모든 것을 잃은 듯이 처량하게 굴다가

크게 포물선으로 반환점을 돌게 된다면


그제야 밝아지는 조도와 음영

선명해지는 색채, 비로소 느껴지는 향기

그리고 타오르는 맥박 소리


그럼에도 끊이지 않는 침묵

소음에서 벗어난 채

잠자코 숨죽여야 하는 순간


그래도 사랑이니까

사랑의 이름이라면

이길 수 있고 견뎌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타는 목마름으로 견뎌보는

1분 1초의 모래시계,

떨어지며 실감하는 중력 자국들


그 사이 익어가고 영글어가는

가슴속에 돋친 청포도

금이 가듯 깨어지는 새 파아란 과육 덩어리들


언젠가 떨어는 지겠지, 아니 딸 수는 있겠지

침묵의 또 다른 이름은

기다림이라는 것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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