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는 괘념을 낳는다.
내가 이렇게 쏟아부었으니
응당 이렇게 돌아올 것이라는
커다란 얼음장이 어깨를 짓누르는 순간
모든 핍박은 찾아온다.
뚜렷한 전광판에 변화가 있기를,
콩죽이 된 듯 땀을 뻘뻘 흘리며
다부진 솜뭉치들이 시선을 흐리기 시작할 때
그보다 더욱 뜨거운 가시가 차오른다.
동공 위로 펼쳐지는 백지장 사이
마음속에 용 오름이 일렁이면서
시러베 장단, 호박잎들이 끓어오른다.
오히려 바라보지 않는 편이 낫겠다.
무관심한 침묵 속에는
차가운 공기라도 읽어버릴 수 있으니,
억지로 활켜대고 움켜쥐어 봤자
결국은 훑는 것이 어둠 속의 살결인 것을.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기대는 괘념을 낳는다.
내가 이렇게 쏟아부었으니
결국 그렇게 돌아올 것이라는
조그마한 서리들이 어깨를 짓이기는 순간
모든 열망은 증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