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하루가 짧게 느껴지더라도,

by 여행사 작가 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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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하루가 짧게 느껴지더라도

유독 그 하루가 유난히도 길게 스며드는

그런 나날들이 있습니다.


인내할 때입니다.

까아만 유리 알이 억척스럽게 박힌

어리석은 통 속에서는

온갖 상념들과 잡생각들이 어우러져

몇 번이고 넘실거리는 파도를 일으켜 냅니다.


손에 쥐인 것은 칼이요, 저울입니다.

잘라내고 적당량을 덜어내야 한답니다.

큼지막히 부수고, 잘게 다지어서

소각장에 어렴풋이 태워봅니다.


허나 매쾌한 연기는 여전히 공중에 맴돌았지요

여남은 것들마저 사라지라며 손사래를 칠 때면

다시 콧 속으로, 폐의 품으로 침하하여

평생 나와 같이 삽니다.


정녕 그 호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때,

오늘의 하루는 깁니다. 그리고 열매는 씁니다.

잘라내지 못해 말라버린 나뭇잎에

생채기 나버려 붉은 액체가 흘러내립니다.


갈색의 딱지가 앉을 수 있도록

헤모글로빈이라는 것이 잡것들에 마주하지 않도록

기다립니다. 침묵합니다.

오늘은 유난히 하루가 더 깁니다.

그 이름 끝끝내 인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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