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사랑은, 끝끝내 그런 것.

by 여행사 작가 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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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것은,

햇빛에 노랗게 달궈진 압정 머리를

기꺼이 두 발로 버텨내는 것


그 섣불리 표현하지 못하는 것

입안에서 괴롭게 끓어오르는 화마를

꿋꿋이 목젖 안으로 삼켜내는 것


구들장에 받아 놓은

가마솥 안 양잿물들이

모두 다 말라버리도록 차분하게 기다리는 것


무참히도 휘둘러 대었던

손톱 끝, 정의의 칼날들을

애써 뭉툭하게 끊어내는 것


나무 밑동에 쓰러져

어찌할 줄 모르는 토끼를

벌보다도 빠르게 낚아채버리는 것


가슴속으로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인고를 새겨내면서도 이내

스치는 바람에 미소 짓는 것


사랑이라는 것은,

끝끝내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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