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이찬원 - 시절인연(時節因緣) / 작사 분석

by 여행사 작가 류익

□ 머리글

- [드라마] 꼰대인턴 OST 2번 트랙 '시절인연(時節因緣)'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이찬원

2. 작사: 김지환, 알고보니혼수상태

3. 작곡: 김지환, 알고보니혼수상태

4. 편곡: 김지환, 알고보니혼수상태

5. 발매일: 2020. 5.28.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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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진리는 언제 보아도 참 묘하다. 이 음반의 제목이기도 한 ‘시절인연(時節因緣)’은 ‘시기가 되면 자연스레 현상이 일어난다’라는 의미이다. 따듯한 봄이 되면 방긋방긋한 꽃들이 천천히 고개를 올리는 것도, 선선한 가을이 오면 새파랗던 나뭇잎들이 어느새 바싹 말라 발아래로 침하하는 것도 모두 그 시절에 맞추어 현상이 발(發) 한 결과이다. 명나라 말기의 승려 운서주굉은 ‘시절인연이 도래하면 자연히 척척 들어맞아 깨어 나가게 된다.’라고 이야기했고, 400년의 세월을 건너 여전히 우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현대 사회에서의 이 시절인연은 조금은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다.’라는 의미로 이 단어를 해석하곤 한다. 인연의 시작과 끝을 운명론적인 관점에 비추어 우리네 삶을 조망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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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창시자 싯다르타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인(因)과 연(緣)이 합쳐져서 생겨나고, 이것들이 흩어지면 사라지게 된다.’라는 말을 남겼다. 시기에 따라 인과 연이 합쳐지는 때가 있고, 또 자연히 흩어지는 때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 인연이란 비록 선연(善緣)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악연(惡緣) 역시도 인과 연이 시기에 맞추어 합쳐진다면 우리가 아무리 거부한대도 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시선에서는 누군가가 범죄 피해를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불교적 관점에서는 이 역시 인연이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인(因)이라는 단어가 나타내듯 우연의 일치처럼 보이는 모든 일들 뒤에는 사실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원인들이 있고,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모든 이유를 생각한 결과물 밖에 없다. 모든 연은 그를 끌어당기는 인에 대해서 발하고, 인연이 붙던 떨어지던 이미 결과 값은 설계되어 있다. 그저 우리 같은 객채들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다.

모든 고통은 마음에서 수반하기에 그 결괏값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완전히 다를 것이다. ‘아무리 거부한다고 한들 피할 수 없다’라는 방식의 운명론은 어찌 보면 도전적이고 성취주의적인 현대 사회와는 꼭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신분사회였던 그 옛날에는 태어나는 순간 인생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었지만, 매일이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라는 해석을 제시하면 별로 설득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정말 그러하듯, 아무리 용을 써도 인과 연이 흩어져 버리고 반대로 죽을 만큼 도망치려 해도 끝끝내 인연이 붙어버리는 일도 이 세상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인연(因緣)은 인연(人緣)이 아니다. 즉, 인연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람결에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처럼, 애벌레가 그 낙엽을 주워 먹게 되는 것처럼, 이 세상에 벌어지는 만사들이 모두 인과 연의 결과이자 표상으로 보는 것이다.
싯다르타가 이야기했던 인연의 진리가 오랜 세월을 지나 여전히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와 맑은 치유를 주고 있다. 그 ‘시절인연에 대해서 작사가 김지환과 알고보니혼수상태는 어떤 인과 연을 그려내었는지 한 번 지켜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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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떠나간다고

그대여 울지 마세요

오고 감 때가 있으니

미련일랑 두지 마세요


2) VERS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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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언급하듯이, 우리의 만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적과도 같다. 이토록 광활한 대지 위, 같은 시간에 똑같은 공기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의 인연은 이루 셀 수 없는 확률값 안에 촘촘히 둘러싸여 있다.

그런 우리들이 사랑하고, 또 떠나간다. 인과 연이 발하고 멀어짐은 감히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 우리는 겸허히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이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 것이고, 당신이 나를 떠나가는 것 역시도 별다른 연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흘러 불러온 바람이 한 공간에 잠시 고였다가 흩어지듯 인과 연의 발(發)과 멸(滅)은 특별한 계기가 없다. 그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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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비롯한 모든 객체들은 이 결괏값을 맞이하는 태도를 달리하는 것이 평생의 숙제일 것이다. 화자는 “사랑이 떠나간다고, 그대여 울지 마라”라고 이야기했지만, 세상에 정답이 없듯 흩어진 인연에 대처하는 방식 역시도 뚜렷한 해법은 없다. 정해진 운명론에 자신의 감정 그 모든 것을 내어 놓고 마음속에 쌓인 응어리를 오랫동안 무겁게 끌고 가는 것보다 차라리 한 순간 눈물로 모두 풀어버리고 그 가엾은 짐들은 길바닥에 던져버리는 것도 가슴속 인연을 헤처 버리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루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울분이란 도대체 어디에 맺혀 있는 것인가. 하늘이 점지한 결과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못내 그 결과에 미련일랑 두지 않는 것은 아직 새파랗게 어린 우리에겐 너무나도 벅찬 일이다.




3) VERSE_1-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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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날 생각을 하고

고마운 맘 간직을 하며

아아아 살아가야지

바람처럼 물처럼


4) VERSE_1-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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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이다. 인연이 흩러 지더라도 끌림이 발하는 과정 속에서 느꼈던 기쁨, 슬픔, 희망, 그리고 좌절은 우리 생의 두고두고 깊은 자양분이 되어 준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모하고, 그 속에서 나의 끓어오르는 마음을 쉬이 알아주지 못하는 상대의 태도에 속도 쓰리고 현훈이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날도 있다.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수백 번 나 자신을 거울 속에 비추어보고, 더 나답고 아름다운 방향으로 이끌어 주었던 모든 것이 내 안의 인이 발한 흔적일 것이다.
연이 닿지 않았더라도 이끌림은 남았고, 수백 번의 성찰과 나 자신만이 남는다. 우리는 그렇게 성장하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좋았던 날들에 대한 생각, 고마운 마음들에 대한 기억들은 모두 화자의 고통 이후에 남은 소중한 자산이다. 그리고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 결과는 바람처럼 지나치듯, 혹은 물처럼 스며들 듯 그렇게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을.





5) 후렴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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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인연 잡지를 말고

오는 인연 막지 마세요

때가 되면 찾아올 거야

새로운 시절인연


6) 후렴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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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관점에서는 옷깃을 스치는 작은 인연조차도 전생부터 이어져 온 결과물이라고 본다. 헤어짐에도 본디 마땅한 이유가 있다. 오는 것과 가는 것 그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고, 평생 나와 같이 붙어 있을 인연도 때가 되면 자연스레 내 마음속의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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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도 늘 그러하다. 겨우내 마음의 여유가 생긴 지금, 오랫동안 사모해 왔던 인연이 내 마음을 두드린다. 어린 나의 나였으면 그저 허겁지겁 그 애정을 씹어 삼키기 바빴을 터이지만 이제는 상대를 기다리고 존중하며 마음의 속도를 함께 맞추어 나갈 용의가 있다. 그녀가 2년 전의 나에게 시절 인연으로 다가왔더라면 인연의 빛은 결코 발하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로고 나 자신이 준비가 되어야만 기어코 시절 인연은 날개를 편 채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내 품속으로 안겨든다.



7) VERSE_2-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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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멀어진다고

그대여 울지 마세요

영원한 것은 없으니

이별에도 웃어주세요


8) VERSE_2-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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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진 것은 언제나 흩어질 수 있고, 흩어진 것은 언제나 다시 뭉쳐질 수 있다. 커다란 골자 안에서는 결국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오늘 옷깃이 스쳤다고, 내일 다시 스칠 것이라는 법칙은 없다. 우리의 진심이 인에 다다를 때면 결국 내생(來生)에라도 우리는 서로 활짝 웃으며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 인연이 흩어짐에 아주 큰 마음을 두지 말자. 불교의 큰 뜻이 우리에게 깨달음을 준다.




9) VERSE_2-2 가사 (*Verse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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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멀어진다고

그대여 울지 마세요

영원한 것은 없으니

이별에도 웃어주세요




10) 후렴_2-1 가사 (*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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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인연 잡지를 말고

오는 인연 막지 마세요

때가 되면 찾아올 거야

새로운 시절인연

새로운 시절인연




11) Ou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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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떠나간다고

그대여 울지 마세요




□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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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진리는 다시 보아도 참 묘하다. 단순한 진리 하나로 온 세대를 통틀어 모든 이들의 가슴속을 관통하며 가로지른다. 바람결 같지만 화살촉처럼 마음을 꿰뚫는 그 진리에, 수많은 이들이 영감을 얻고 또 치유를 받는다.

대중적인 음악으로 범 청취자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시절인연의 진리는 앞으로도 여전히 많은 이에게 따스한 위로를 남겨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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