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빨래 - 서울살이 몇 핸가요? / 작사 분석

by 여행사 작가 류익

□ 머리글

- [뮤지컬] 빨래 OST 7번 트랙 서울살이 몇 핸가요? Reprise'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박지연, 노희찬, 조민정, 허순미, 김지훈

2. 작사: 추민주

3. 작곡: 민찬홍

4. 발매일: 2020. 2. 7.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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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디에서부터 기회와, 경험과, 생존과, 운명에 따라 이곳에 왔다. 선택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환경과 섭리가 나와 당신을, 그리고 우리를 지금의 이 땅으로 불러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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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서울에 온 목적은 다소 뚜렷하다. 나는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의 보금자리인 서울로 올라왔다. 필자는 꽤 오래전부터 작사가가 되기를 희망했었고, 서울에 소재한 작사 학원에 다니고 싶어 기꺼이 서울 땅에 소재한 회사에 일자리를 구했다. 실제로 회사를 다니며 작사 학원에 다니기도 했었다. 작사 학원 매달 받는 월급의 10%를 투자해야 했을 만큼 거금이 들었고, 그 금액을 내면서도 나는 늘 진심으로 대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쉬이 이루어지지 않는 성과, 늘어나지 않는 통장 잔고, 그리고 주변 인연들에 대한 영향으로 인해 당분간 이렇게 거금이 드는 활동에 꼭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마음속에 빛나던 별빛은 어느새 빛 바라진 의미를 가지고 말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광채는 현재 진행형이며 나는 꼭 이루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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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도 그러하였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당연히 한 번 즈음은 가슴속에 찬란한 꿈을 품어보았을 것이다. 뮤지컬 ‘빨래’는 우리의 잃어버린 꿈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망하는 연극이다. 뮤지컬 ‘빨래’의 Main number은 ‘서울살이 몇 핸가요?’라는 당 음반이다. 작사가 추민주는 음악이라는 요소로 관객들에게 어떤 꿈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후렴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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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몇 핸가요

서울살이 몇 핸가요

언제 어디서 왜 여기 왔는지 기억하나요


서울살이 몇 핸가요

서울살이 몇 핸가요

언제 어디서 무슨 일 있었는지

마음에 담고 살아가나요




2)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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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십 년, 네 번째 적금통장 해지

남편 위해

자식을 위해

또 한 번은 애인을 위해 방을 옮겼죠

이제는 날 위해 내가 살기 좋은 방으로

이사를 갑니다




3) VERS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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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희정 엄마는 서울에서 한 강산이 지난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모든 정열을 바쳐 벌어들인 그 모든 것들을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섰다.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그리고 애인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감내하였다. 분명 자신의 삶을 살고 있대도 그녀가 사는 삶의 중심에는 본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더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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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쓴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을 정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을 사는데 돈을 쓴다는 것 자체가 나 자신을 결정하는 행위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을 당연히 영화에 돈을 쓴다. 더 나아가 가족을 좋아하는 사람은 가족에게 돈을 쓰고, 사랑을 좋아하는 이는 사랑하는데 돈을 많이 쓴다. 나를 정의하는 모든 것들은 재화의 소비로부터 샘솟는다.
화자는 주변인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도 컸기에 그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적금 통장을 네 번씩이나 없애가면서 본인의 사랑을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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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도 돈으로 나의 마음을 곧잘 사람들에게 표현하곤 한다. 누군가를 축하할 일이 있으면 곧잘 선물상자를 내밀거나, 꽃가게를 들락거리곤 한다. 다만 나의 모든 것을 바칠 만큼 정열적인 선물을 한 적은 없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거나 혹은 위급한 상황을 목격하더라도 나의 것을 잃기 싫어 애써 모른 채 했던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희정 엄마는 기꺼이 그 모든 것을 바쳤다. 누군가에게 그녀의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기에 당연히 본인의 것은 없다. 그래서 늦게나마 이 땅, 서울에서 그녀가 살기 좋은 방으로 오직 그녀만을 위해 이사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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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각박하고 힘든 처지라도 결국 인생에는 나 자신이 있어야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이치이다. 나를 위해 소비하는 것도 결국은 습관이다. 나를 위해 재화를 쓰고 기쁨을 얻는 방법을 알아야 혹여 큰 것이 나타났을 때 그것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4) VERSE_1-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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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사십 오 년,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다 마음에 두고 사나

그냥 마음 가는대로 살아들


5) VERSE_1-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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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인 할머니는 무려 반백 년을 한 땅에서만 살았다. 오백 사십 개의 달, 일만 육천 팔백 개의 밤을 한 땅에서 보낸 것이다. 만개가 넘는 그녀의 밤들 속에는 한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 애오욕이 모두 담겨 있을 것이다. 사랑을 하고, 그것을 잃고, 돈을 벌고, 그것을 잃고, 명예를 얻고, 그것을 잃고, 건강을 얻고, 그것을 잃고. 그리고 끝끝내 그 오랜 밤을 버텨낸 그녀는 이 많은 밤들을 어떻게 모두 다 마음에 두고 살 수 있냐고 되묻는다. 그저 담고 싶은 것만 담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한 노인이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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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사랑하고 싶으면 사랑하고, 슬퍼하고 싶다면 슬퍼하면 되는 일이다. 그 역시도 모두 본인의 선택이다. 마음 가는 대로만 살아가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마음이 부르는 대로 한 발짝씩 나아가는 것은 분명한 의미가 있다. 세상을 편식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넓은 세상에서 어떻게 모든 것들을 다 균식 할 수 있을까. 결국 내 마음이 부르는 대로 발길을 따라가는 것이 오래 살아남은 자의 공식이다.




6) VERSE_1-3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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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육 년, 일곱 번째 이사

낡은 책상, 삐걱이는 의자

보지 않는 소설책, 지나간 잡지

고물 라디오, 기억이 가물가물한 편지

그런 것들은 버리고 와요

버리고 버려도 세간살이, 집세,

내 나이 늘어가지만

내가 만날 사람도 함께 늘어 갑니다


7) VERSE_1-3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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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마음 가는 대로 살고자 하지만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고 멋있게 사는 것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서울 땅에서 육 년이라는 세월을 굴렀다고 한들 결국 가진 것이라곤 낡은 책상이나 삐걱이는 의자, 그리고 한 때는 나름 트렌드를 따라가겠다며 구매했던 소설책이나 잡지 같은 것들은 들여보곤 했으나 결국 현실과 삶에 치여 모두 지나쳐 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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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은 기존의 것들을 모두 두고, 또 버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좋았던 것이든 관념적인 것이든, 그 무엇이든 다 버리고 내려놓은 뒤 다시 준비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새롭게 잉태된다.
스스로 모두 다 놓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보지 않는 소설책 혹은 지나간 잡지보다 누군가에 입에 들어갈 요리를 할 수 있는 세간살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손아귀를 벗어나는 나잇살, 그리고 무섭도록 목을 옥죄어 오는 집세 등이다. 모두 놓아버렸다고 한들, 하나하나 늘어가며 하염없이 자신을 각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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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국 나영은 ‘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서 만나야 할 사람과 생각해야 할 사람, 그리고 챙겨야 할 사람들이 점점 늘어남을 느낀다. 사랑은 단지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조상끼리도 서로 친분을 쌓는 일이라고 한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너의 모든 것, 당신의 우주를 모두 함께 가져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주가 날로 커져가듯이, 신경 써야 할 것도 언제나 그렇듯 늘 늘어만 간다.


8) VERSE_1-4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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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육 년, 첫 번째 사랑

내가 들었던 말

'돈 없다, 빨리 해라, 병신새끼'

내가 배운 말

'아파요, 돈 줘요, 때리지 마세요'

그리고, 사랑해요


9) VERSE_1-4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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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솔롱고는 외국인 노동자이다. 사회의 약자에게 흘러오는 말들은 사람을 찔러대기 급급하다. 물리적으로 가격하고,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고, 응당 받아야 할 대가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지옥 같은 삶 속에서 한 남자는 기어코 사랑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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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결심으로 옥상에 올라갔지만 겨우내 피어 있는 민들레 한 송이에 마음을 바꾸었다는 이야기처럼, 사랑은 그 모든 시련들을 참게 하고, 모든 폭풍우들이 멎어 들게 한다. 한 남자가 어떤 곳에서 오폐수 같은 말로 잔뜩 젖어 온다고 한들, 마음 속에는 ‘사랑해요’라는 말 하나 품고 있으면 되는 일이다.




10) VERSE_2-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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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우리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나요

그대 눈물, 그대 웃음이 담긴 사연

새겨질 방 찾아 떠돈 시간 얼마나 되나요

그대와 나 여기 살아온 시간만큼

살아갈 시간들

그대 잃어버린 꿈 그대 두고 온 꿈

다시 꾸어요

다시 꾸어요


11) VERSE_2-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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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인연을 만나 서로를 품기까지는 억수 같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거친 후에 이루어진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진정한 ‘우리’가 될 때까지는 억만금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사람을 찾고,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그토록 모든 진을 다 쏟아내어야 할 만큼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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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았대도 결코 끝이 아니다. 꼭 살아온 만큼의 인생이 또 눈앞에 다시 펼쳐진다. 다 주고 왔을 것이라, 나 놓고 왔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겨우내 내가 잡고 살아가야 하는 것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만 같다. 그렇게 찾아왔던 꿈들은 서서히 빛이 바래고, 새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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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초심을 꾸준히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힘든 일이다. 정말 평생을 원하였던 꿈을 이루어낸다고 하더라도 그날의 그 모든 열정을 평생 안고 살아가는 것에는 늘 고통이 따른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작사가 하나만큼 꿈꾸며 서울 땅에 왔으나, 이 땅에 와서도 나의 열정과 노력이 빛바래던 날이 많았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노력과 덫에 쓰러져 나 조차도 끝없이 잠식하고, 침잠해 버릴 때가 많다.




12) VERSE_2-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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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여러 해, 당신의 꿈 아직 그대론가요?

나의 꿈 닳아서 지워진지 오래

잃어버린 꿈 어디 어느 방에 두고 왔나요?


빨래처럼 흔들리다 떨어질 우리의 일상이지만

당신의 젖은 마음

빨랫줄에 널어요

바람이 우릴 말려 줄 거예요

당신의 아픈 마음

꾹 짜서 널어요

바람이 우릴 말려 줄 거예요

당신의 아픈 마음 털털 털어서 널어요

우리가 말려 줄게요


당신의 아픈 마음

우리가 말려 줄게요

우리가 말려 줄게요


13) VERSE_2-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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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노래 가사는 묻는다. 당신의 초심, 그 꿈은 여전하냐고. 그 끝에 결코 후회는 없냐고. 이미 찢어진 빨래처럼 망신창이가 되었을지라도, 결국 말려 낼 용기가 있다고. 우리가 서로 함께라면 다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초심으로, 동심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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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서울에 처음 상경한 날 이 연극을 보았고, 앞으로 내 서울살이를 생각하며 잔뜩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서울 살이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나의 초심을 다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는 날도 있다.

서울에 올라온 이유를 내게 묻는다면 난 꼭 이 음반을 찾아서 듣는다. 가사처럼 나의 소중한 이 어린 마음을 결코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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