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당신을, 알려드립니다.

- 회사의 공식 홍보대사가 되었습니다.

by 여행사 작가 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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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사 게시판에서 사내 홍보대사를 모집한다는 게시글을 보았고, 소신 있게 지원하게 되었다. 사실 공지를 보자마자 나는 단박에 저 위치는 내 자리라는 것을 단박에 눈치챌 수 있었다.

회사에서 가끔 대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대학 다닐 때 홍보대사를 했었다는 말을 곁들이곤 했다. 인사부 선배님이 나의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 취지와 딱 맞는 기회가 주어졌기에 내가 참여하라고 적극 권해주었다. 사실 처음에는 심드렁한 마음이었다. 비슷한 경험을 한 번 했으면 되었지, 또 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나만한 적임자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난날의 내가 쌓은 능력치를 다시 활용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홍보대사 지원을 위해서는 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남아 2분간의 짧은 자기소개 영상을 제출할 것을 요청받았다. 마침 최근에 알게 된 지인이 영상 업계에 몸을 담고 계신데, 그분이 만든 회사의 홍보 영상을 보고서 언젠가 같이 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한 적도 있었다. 순간 그 지인의 도움을 받으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생각을 밤 12시가 막 넘은 시간에 했는데, 미루었다가는 이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아 밤늦은 시간이지만 곧바로 그 지인에게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한밤중에 아주 감사하게도 나의 소개 영상을 만들어 보자며 동의해 주셨다.

그렇게 나는 전문가의 지도에 맞추어 수준급의 홍보 영상을 만들어 내었다. 결과물의 수준이 높으니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홍보대사 자리를 거두어 낼 수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 나는 또 무언가를 알려야 하는 위치에 자리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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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결국 이 세상 모든 것은 거래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아닌 척 고개를 돌리고 있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사실 전부 거래로 이루어져 있음을 매일같이 깨닫는다. 단순히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부터 시작해서, 친구를 사귀고, 대학이나 동아리에 들어가고, 취업을 하고, 누군가와 결혼하는 것 등 삶의 수많은 요소들이 결국에는 거래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거래에 있어 선제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홍보였다. 일단 나조차도 무엇인 줄 알아야 지갑이 열리고,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마음이 열렸기 때문이다.
사회에 들어서며 나를 팔아야 할 일은 참 많았다. 한 줌도 안 되는 능력으로 만인과 거래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젊음을 팔아 통닭 가게에서 닭을 튀겼고, 언어 능력을 팔아 취업 원서를 제출하였으며, 간절한 태도를 팔아 극단에 가입했다. 무엇 하나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이를 돕듯이, 무엇이라도 손을 뻗어야 손에 작은 콩시루 떡이라도 쥘 수 있었다.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를 만방에 알려야만 했다.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두가 그렇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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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흥미로운 교양 수업을 하나 수강한 적이 있었다. 국내의 한 식품 기업이 후원하는 수업이었는데, 매주 각계의 명사들을 초청하여 강의를 들었고, 2주에 한 번씩 지정 도서를 읽은 뒤 독후감을 제출해야 하는 특이한 방식의 수업이었다. 100명 가까이 되는 수강생들은 강좌 내에 개설된 동아리 활동에 꼭 참여해야 했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 일정 활동비를 지원해 주기도 했다. 일반적인 수업과는 형식이 아주 다른, 나름 선진화된 강의로 홍보했기에 학생 시절 나의 흥미를 확 잡아끌었다.

그리고 첫 수업 시간에는 모든 수강생들에게 한 명씩 돌아가며 무려 3분간 자기소개를 시켰다. 그때까지 자기소개라고 해봤자 길어봐야 30초가 고작이었는데, 3분이라는 꽤 긴 시간 동안 100명이 넘는 수강생 앞에서 진정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 주어야 했다. 그때 처음으로 나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까에 대한 고민을 해 보게 되었다. 마침 그 강의를 듣기 시작한 시기는 스리랑카 생활을 막 끝마치고 바로 복학했을 때였기에 내가 스리랑카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를 이야기했다. 개발도상국의 농촌에서 버섯을 키우고, 그것을 유통하고, 사람들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 갖가지 노력을 했던 이야기 등을 하면서 국제개발에 대해 어떤 포부를 가지고 있는지 당차게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외출도 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외국 이야기를 생생하게 한 덕에 수강생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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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험을 시작으로 나는 때와 장소에 따라 나를 소개하고 꾸며내는 말을 달리하였다. 환경 전문가로 발 디딜 때에는 스리랑카 생활을 하며 환경에 대해 어떤 영감을 찾았는지, 개발 도상국 농업에 있어 어떤 환경적인 요소가 숨어 있었는지 등을 열변하였고, 여행업에 들어올 때에는 스리랑카 생활에서 어떤 여행지가 인상적이었는지 강조했다.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시간을 보냈었지만,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는 천지차이였다. 어떤 포장지로 싸는지에 따라서 나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던 것이다.

그렇게 가면을 삭삭 바꾸어가며 나의 홍보를 달리했다. 필요에 따라 국제개발 실무자로, 여행사 직원으로, 작가로, 지역 봉사활동가로, 정부 자문 위원 등으로 마음 가는 대로 바꾸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나를 소개하는 형식을 바꿀 때마다 지난날의 내가 헛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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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이번에 회사의 얼굴이 되어 대표하여 사람들 앞에 나서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알리는 것과 또 다른 무언가를 알리는 것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경험상 조직의 일원으로서 내가 보여 주고 싶은 요소와, 단체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모습들이 상이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단체의 얼굴이 된 적이 처음은 아니다. 나는 대학의 홍보대사로서의 경험이 있다. 당시 우리 학교는 소재지 근처의 고교를 돌아다니며 입시 설명회를 진행했는데, 우리 홍보대사들이 맡았던 임무는 설명회 이후에 학생들에게 PPT를 통해 간접적으로 온라인 캠퍼스 투어를 진행했었다. 학교의 명물과 잘 알려진 장소들의 사진을 보여 주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엮어 학생들의 흥미를 끄는 것이 우리 홍보대사들의 주 목표였다.

홍보 사진 중 한쪽에는 학교 축제와 관련된 사진이 있었는데, 지난 학교 축제에 어떤 연예인이 왔고, 학과 주막이란 어떤 것인지, 축제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등을 내 경험과 섞어 자세히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아무래도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모르는 학교의 캠퍼스 건물 사진을 보는 것보다는 직접적인 내 경험이 더 흥미를 끌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입학처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그런 발표가 재미는 있을 수 있겠으나, 너무 자극적일 수 있다는 염려에 더해 특히 학교와 술이 엮이는 것을 꺼리는 내색을 보였다. 그 경험으로 내 자신이 아닌 것을 홍보할 때는 강조해야 하는 부분이 확실히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았고, 단체를 알리는 것에서 강조점을 선택하는데 신중을 기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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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절의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이번에는 나의 생계가 걸려 있는 집단에서 또다시 얼굴을 드러낸다. 그리고 조직이 보여 주고 싶은 모습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과연 우리 단체가 어떤 것을 홍보하고 싶은지 파악하는 것이 홍보대사로서의 능력이 될 것이고, 또 나에게 주어진 당분간의 가장 큰 숙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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