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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얼굴 빼꼼 내밀며 수줍게 피어나던 그날
기어코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고
천년의 사랑을 약조했다 하더라도
우리 이제는 서로를 영영 잊고 살기로 해요.
애타는 날들만이 많았잖아요.
혹여 당신의 허벅다리에
시꺼먼 채찍 자국이 나앉지는 않을까
우리 이제는 걱정하지 말고 살기로 해요.
가슴 찢어질 날도 많았잖아요.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그 몇 시간을 우두커니 서 있었더래도
우리 서로를 영영 잊고 살기로 해요.
심장 끝에 피떡이 걸리었던 그날,
혼수상태에서 애타게 상대를 바라며
치열하게 당신을 기다렸더래도
우리 이제는 서로를 영영 잊고 살기로 해요.
당신 없는 성당에서 무릎 꿇고 울부짖었더래도
매쾌한 향내 맡으며 따스히 안아주기 만을 바랐던
한 서린 기억이 매일 밤 사무친다 해도
우리 이제는 서로를 영영 잊고서 살아가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