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가루 날리던 날부터 고드름이 내릴 때까지
당신 소식만을 기다렸어요.
어스름한 땅거미 머리맡에 드리울 때
당신 품속만을 생각했어요.
붉게 물든 소고기를 씹을 때와 새빨간 탕후루를 와그작 깨물 때조차
당신의 새파란 입술을 떠올렸어요.
당신이 파랑을 이야기한다면 충분히 보라가 될 수 있었고
총알 없는 권총으로 내 심장을 겨눈대도, 난 기꺼이 영원토록 죽은 체할 수 있었어요.
뒷모습만 보인 채 점점 멀어진대도
기꺼이 달려가 와락 껴안을 수 있었어요.
당신이 머나먼 별빛, 저 별나라로 인도한대도
그저 당신만 있다면 나는 함께 나아갈 수 있었어요.
엎어진 모래시계, 무수히 쏟아지는 무게를
기꺼이 어깨로 버텨낼 것이라 다짐했어요.
그리고 내게 닿은 것은 당신의 숨결이 아닌
차가운 살결뿐인가요.
이후에 우리는 호수처럼, 바다처럼 깊은 그리움이 잦아들긴 할까요.
메마르긴 하는 걸까요.
언제까지 당신만을 그려야 할까요. 영원을 바라야 하는 걸까요.
잊으려는 그대 생각은
군청색으로 점점 짙어져만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