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중간의 나이

by 여행사 작가 류익

-
앳된 것도 아니지만, 영글지도 못한 것이
양 손목을 꽁꽁 묶여버린 밧줄들로 대자로 찢어지듯
결국 어느 것도 놓지 못해
헤매는 나이

많은 경험을 통해 박학한 지식을 쌓으면서도
어느 한 분야에는 전문해야 하는
헷갈림의 나이

갖은 연애 경험으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결혼할 여자 하나 정도는 마땅히 있어야 하는
뒤엉킴의 나이

어떤 때보다 빠른 판단을 해야 하지만
선택 앞에서는 반드시 여유를 가져야 하는
엇갈림의 나이

관리자도 아니고, 신입생도 아니라
묵묵히 침잠하고 혓바늘을 지켜야 하는
모호의 나이

적지 않은 풍파를 겪었음에도
그보다 더 많은 어려움이 어렴풋 보이는
혼미의 나이

잦은 만남과 끝없는 기약만이 줄지어져
경계선 없이 경계만 남겨진
혼란의 나이

매거진의 이전글#32. 꽃가루 날리던 날부터 고드름이 내릴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