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을 살아가며 꼭 한 가지 마음에 새기고픈 글귀가 있다면, '기회는 있을 때 잡자'라는 문장일 것입니다. 언제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회란 그저 '지금' 주어질 것 일 테죠. 기회를 잡자는 것은 달리 이야기하자면 현재에 충실하자는 뜻이 될 것입니다.
-
우리의 하루는 수많은 기회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잠 잘 기회, 잠에서 깰 기회,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 출근 버스를 탈 기회, 점심 메뉴를 고를 수 있는 기회 등 우리네 일상에도 수많은 기회와 선택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 단연 으뜸은 '사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하나 있습니다. 저의 부계(父系) 가족들은 다들 참 야무지게 살았습니다. 다들 야무지게 살 수밖에 없었던 확실한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우리 아버지의 형제는 무려 8남매였는데, 그 여덟 명의 형제가 한 칸의 방에서 같이 생활하며 자랐었다고 했습니다. 개인의 공간이나 자신의 물건을 사수하기에는 참 힘든 환경이었을 것이지요. 우리 아버지께서는 이때의 기억을 꼭 안고 살아가셨습니다. 자신의 물건에 대한 사랑이 유난히 남달랐고, 본인의 손아귀로 들어온 물건을 놓치는 것을 참 힘들어하셨습니다. 참 작은 것 하나도 놓치기 어려웠었나 봅니다. 빵을 묶을 때 사용하는 빵 끈조차도 아까워서 쓰레기통에 쉽게 버리지 못하고 커다란 통에 가득 모아놓았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렇게 아버지께서는 작은 물건도 허투루 하지 않았고, 집안 어딘가에 가득 쌓인 자신의 물건을 보면서 큰 뿌듯함을 느꼈었나 봅니다. 하지만 집의 공간은 분명 한정되어 있는데 계속해서 물건이 집안에 들어올 뿐 당최 나가지를 않으니 언젠가는 집의 어디를 보아도 물건이 가득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새 물건과 헌 물건으로 가득해집니다. 참으로 야무졌던 우리 아버지께서는 새 상품을 사용하는 일도 잘 없었습니다. 기왕이면 미래를 대비하고 싶은 마음에서일까요, 새 상품을 사용하는 것이 단지 아까워서 였을까요, 이왕이면 쓰던 물건을 계속해서 사용하였고 포장조차 뜯지 않은 물건들로 집이 가득해졌습니다.
-
물건을 차곡차곡 쌓아가길 반복하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고이 모아 두셨던 물건들 중 단 하나도 손에 쥐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등져버렸습니다. 아버지의 사후 물건을 정리하며 참으로 서글펐습니다. 그러 애지중지 아껴왔던 새 물건이 집에 너무 많았던 것입니다. 아끼고 아끼다 결국 뜯지도 못해보고 집안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는 수많은 물건을 보며 아버지가 참 미련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참 허무하면서도 애달픈 감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
저도 아버지의 생활 습관을 평생을 바라보며 자라왔기에 작은 물건이라도 쉬이 버리거나, 새 상품을 사용해 보는 것에 늘 아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조금 달라져 보려 합니다. 조금씩 그리고 과감하게 새 상품을 사용해 보려 합니다. 이 세상을 등질 때 두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아도 전혀 아쉬움이 없게끔 사용하지 못한 물건들에 관한 미련을 두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결코 아쉬움이 남기 싫습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