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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사 작사가 류익 Jan 05. 2024

#8. 수많은 이별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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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8일 목요일, 저는 급작스럽게 아버지를 세상에서 떠나보내드렸습니다. 생애 느껴본 가장 큰 슬픔이었습니다.


고백합니다. 저는 살아생전 아버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외려 싫어하는 편에 가까웠습니다. 아버지가 타고난 기질은 나쁘지 않으나 다혈질적인 성격이 너무나도 강했습니다. 무엇이든 제 눈에 차지 않으면 소리부터 지르거나 손찌검을 했었습니다. 체벌의 기준이 없었습니다. 본인이 보았을 때 무언가 불쾌하다 싶으면 앞뒤 사정없이 일단 고함부터 질렀습니다. 소통도 소용없었습니다. 효(孝)의 마음을 안고 아버지와 잠시 시간을 보낸다고 한들, 잠시 후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제게 일단 화를 내고 보는 아버지가 참 미웠습니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출가하여 바깥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도 아버지의 그런 성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집에 있을 때면 언제 불호령이 떨어질지 몰라 저는 항상 위축되어 있었고, 그런 저 자신의 모습과 집안 분위기가 싫었습니다. 바깥 생활을 하면서 이따금씩 본가에 갈 때도 아버지와 저의 사이에는 별다른 소통이 없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방문을 꾹 닫아 놓고는 제 생활을 영위했습니다. 어떤 이와 가족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면 저는 스스럼없이 '나는 아버지와 별로 친하지 않다'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느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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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세상을 떴을 때는 마치 이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아마 우리 아버지께서는 혼수상태에 빠져서도 우리 가족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문득 그러한 생각이 제 뇌리에 사무치며 엄청나게 울었습니다. 제 삶에서 처음으로 완전한 이별을 겪게 된 것입니다.

 아버지는 우리 가족에게 많은 슬픔을 남기고 이렇게 허무하게 가셨지만, 이 세상에는 더욱더 커다란 슬픈 사실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이별이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 날 때부터 관계를 맺게 된 많은 친척들, 인생을 살아가며 만난 선생님과 선배들, 어쩌면 친구나 후배까지. 그리고 저 자신까지. 언젠가는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여태까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간단한 진실을 이제서야 조금 알 것만 같습니다. '모든 것들은 이별이 있다'라는 아주 간단한 명제를 하나 깨달았을 뿐이지만, 저는 그 사실을 몸소 느끼고선 세상이 너무나도 무섭고 두렵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낼 자신도 용기도 없습니다. 아마 먼 미래가 된들 그것은 참으로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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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겐, 우리에겐 무수한 이별이 남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랑 가득한 이 마음을 어찌 저버릴 수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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