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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사 작사가 류익 Jan 05. 2024

#9. 과거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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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과거의 굴레에 갇혀 사는 것일 뿐입니다. 현재의 성과, 성공, 실패 모두 과거로부터 왔고 그 모든 것이 과거에 종속되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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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좌절을 맛봅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우리 것을 지탱하고 있던 지지대가 무너지는 것은 정말 한순간이니까요. 한순간에 불어오는 찬 겨울바람처럼 좌절감은 순식간에 불어와 우리 마음을 아리고선 금방 지나가 버립니다. 잠시 불어온 겨울바람은 오랫동안 우리 마음을 어지러이 만들어 놓습니다.

언제나 그러했듯 늘 답을 찾아온 우리는 또다시 해답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답을 찾는 여정으로 결코 돌아갈 수도, 바뀔 수도 없는 과거로 화살표를 가리킵니다. 그리고선 우리는 곰곰이 생각합니다.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은 과거로부터 왔고, 지금 우리 마음이 아려오는 것도 과거가 만들어내는 장난인 것만 같습니다. 이에 싫증이 난 우리는 지레 여태 쌓아온 것을 쉽게 무너뜨리곤 합니다. 많은 공을 들이고 시간을 들여 겨우내 쌓아온 그와의 신뢰 관계를 입바람에 무너뜨리기도 하고, 앞으로는 그와 만남을 이어가지 않겠다며 굳게 다짐하곤 합니다. 많은 것들이 이렇게 쉽게 날아가 버립니다. 찰나와 같은 시간에 우리가 써온 시간, 기억과 추억이 순식간에 모두 휘발되어 버립니다. 조금이라도 차 있었던 마음이 이렇게 휘발되어 버리고 나니 그 공허함은 배가 됩니다. 이 공허함을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채워 놓고만 싶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선을 미래로 돌리는 척을 합니다. 과거의 비워진 빈자리는 미래의 누군가가 채워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므로 만남을 추구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소개 받기도 하고, 새로운 모임을 나가보기도 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납니다. 다만 만나기 전까지는 미래의 새로운 사람이었지만, 우리는 만나는 그 순간부터 서로 과거가 되어버립니다. 연락처를 교환하고 새로운 이가 나의 소속이 되는 순간 내가 여태 만나왔던 과거의 사람과 마구잡이로 뒤엉켜 새 사람인지 헌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집니다. 그토록 바랐던 새 사람과의 만남의 순간은 찰나에 지나가고, 그이와 만남의 그 순간은 또다시 우리 기억의 영원한 과거로 남겨지게 됩니다. 새로운 이를 만난들 결국 우리는 과거에 매여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또다시 실수를 반복했습니다. 같은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바보 같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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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마음속 그 빈자리는 과거로부터 채워집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나를 불러주고, 우리는 서로를 채워 나갑니다. 이 역시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과거의 굴레입니다.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곳에서 슬픔을 느끼면서도, 행복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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