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혁오 - TOMBOY / 작사 분석
□ 머리글
- 혁오(HYUKOH) 정규 1집 Album '23' 중 4번 트랙 'TOMBOY'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혁오(HYUKOH)
2. 작사: 오혁
3. 작곡: 오혁, 차정원(카더가든)
4. 편곡: 혁오(HYUKOH)
5. 발매일: 2017. 4.24.
□ 분석
1. 앨범 프리뷰
- 자신의 유년 시절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해 ‘무한도전’이후 그들이 경험한 성공에 대한 불안, 그럼에도 ‘폭풍 전 바다’같은 인생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방향을 찾으려는 마음, 그리고 그 모든 심정들을 ‘젊은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등 혁오가 이번 앨범에서 고민한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집약돼 있다. 고민의 끝이 ‘젊은 우리’라는 선언과 함께 벅찬 멜로디로 등장하는 순간은 이 앨범 전체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2.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 TOMBOY는 활달하고 남성스러운 여성, 특히 10대의 여자아이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영미권에서 가장 흔한 남자 이름인 TOM에 소년을 뜻하는 BOY가 붙여져 만들어졌다. 구체적으로 TOMBOY는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를 보고 부르는 호칭으로 인식된다.
10대는 정체성과 자존감을 찾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어디에서 왔나.'라는 실존주의적인 철학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하고, 많은 옷들을 입어 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하는 시기가 바로 이 10대이다.
TOMBOY라는 단어 자체는 그저 '남성스러운 여자아이'라는 뜻이지만, 필자가 상상하는 이 단어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청소년의 모습이 그려진다.
작사가 '오혁'이 그리고 싶은 TOMBOY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그저 남성스러움을 뽐내는 여자아이를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 속에서 철학적인 질문을 본인에게 던지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3.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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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가 / 늘 베푼 / 사랑에 / 어색해
그래서 그런 / 건가 / 늘 어렵 / 다니까
잃기 두려웠던 / 욕심 / 속에도
작은 / 예쁨이 / 있지
2) VERS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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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실제로 철학자 플라톤(Platon)은 세상에 존재하는 이 사랑을 육체적 사랑(Eros), 도덕적 사랑(Philia), 정신적 사랑(Stergethron), 무조건적인 사랑(Agape)으로 분류하여 정의하기도 했다.
이 중 어머니가 자식에게 쏟는 사랑은 정신적 사랑(Stergethron)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인류를 초월하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DNA에 담겼다. 이 세상의 생명체 중 어머니의 사랑 없이 생육할 수 있었던 생명은 단연코 단 하나도 없다. 모든 어미는 자식에게 애정을 가지고, 모든 자식은 어머니의 젖과 정력(定力)을 먹으며 생육한다. 계속 주는 것과 계속 받는 것의 완전 일방적인 불공정한 관계이지만, 이 관계가 당연하도록 유지될 수 있도록 신이 설계한 단 하나의 계시는 바로 이 정신적 사랑(Stergethr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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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두 남녀의 육체적 사랑(Eros)을 통해서 태어난다. 육체적 사랑(Eros)을 통해 태어난 아기에게 부모는 정신적 사랑(Stergethron)을 쏟으며 헌신한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당연한 이 사랑을, 어쩐 일인지 화자는 이 '베푸는 사랑'에 어색하다.
이유는 무엇일까. 항상 주는 것에 익숙해서 받는 게 어색하기 때문일까. 심리학적 관점으로는 곧잘 이런 받는 사랑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자존감의 부재'로 해석하곤 한다. 자존감이 낮으면 다른 사람의 애정을 갈구하게 되고 결국 행동의 무리수를 두게 된다. 무리한 관심을 받는 상대방은 이내 부담을 느끼고 그의 곁을 떠나는 경우가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는 부지기수의 일이다.
사랑을 원하던 사람의 가슴속에는 결국 상처만 남는다. 사랑을 갈구하며 사랑을 주었지만 결국은 사랑하는 이가 떠나고 마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므로 자존감이 낮은 이에게는 사랑이란 늘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얻으려 내밀었던 그 손길. 비록 무리수였다고 할지라도 그 행동의 기저에 깔린 순수한 마음은 작지만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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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말했다. '사랑받고 싶다면 사랑하라, 그리고 사랑스럽게 행동하라.(If you would be loved, Love and ve loveable)'라고. 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화자에게는 그저 사랑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3) VERSE_1-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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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 행복해 / 그래서 / 불안해
폭풍 전 / 바다는 / 늘 / 고요 / 하니까
불이 붙어 / 빨리 타면 / 안 / 되잖아
나는 / 사랑을 / 응원해
4) VERSE_1-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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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지만 불안감은 느끼는 감정, 잘 안다. 우리 모두가 잘 알 것이다. 우리의 감정과 판단력이 완전히 성숙하기 못했던 사춘기 시절, 그만큼 자존감이 낮았던 시절. 꼭 한 번은 우리 모두가 겪어 보았을 감정이다. '내가 가진 이 행복들을 누군가가 가져갈까봐(볼빨간 사춘기-나의 사춘기에게)'라는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던 그때엔 이 소중한 사랑을 누군가 가져가거나 빼앗아 가버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몸서리칠 때가 있었다. 폭풍 전 바다는 늘 고요하니까, 우리가 정신 못 차리는 어느 한순간에 폭풍이 몰아쳐서 소중히 다루었던 이 행복들을 모두 휩쓸어 가버리고 우리의 마음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을까 봐 불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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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중하게 지켜낸 이 사랑을 소중하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도 점점 배워가며 깨닫는다. 급하게 마음을 쓰지 않고 천천히. 마치 연탄에 불을 붙이듯이. 빠르고 간편한 것이 무조건 좋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배워간다. 이것이 지금보다 더 나아간 '어른의 사랑'이로구나, 깨닫기 시작한다.
5) 후렴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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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 우리, / 나이테는 잘 / 보이지 / 않고
찬란한 빛 / 에 눈이 멀어 / 꺼져가 / 는데
6) 후렴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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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젊다. 앞으로의 미래는 창창하지만 한 편 어둡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얻게 되는 것들, 가령 부와 명예 그리고 행복을 거머쥐게 되더라도 언젠간 그것들이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항상 엄습해 있다.
미래와 이상은 너무 멀리 있는 것으로만 보인다. 젊은 날에 바라보는 이상의 빛은 너무나 찬란하게 빛나고 있어서 마치 화자의 눈은 멀어버릴 것만 같다. 먼 미래의 목표와 빛이 너무 화려하게 보이기에 지금의 현실은 그저 빛에 눈이 먼 맹인처럼 어두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7) VERSE_2-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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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어른은 / 늘 뒷걸음만 / 치고
미운 스물을 / 넘긴 / 넌 지루해 / 보여
불이 붙어 / 빨리 타면 / 안 / 되니까
우리 / 사랑을 / 응원해
8) VERSE_2-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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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사랑을 배우면 행복에 충만할 줄 알았는데, 막상 마주친 어른의 사랑은 슬픈 것이었다.
사랑은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표명해야 상대는 나의 사랑을 인지할 수 있다. 막상 어른이 되어 마주친 사랑의 말로는 슬픈 것들이 많았다. 원하는 이성과의 사랑(Eros)는 맺어지기 쉽지 않고, 친구와의 의견(Philia)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부모님과의 관계(Stergethron)는 어느샌가 소원해졌고, 그토록 바라던 아주 중요한 순간에서 가끔 신은(Agape) 우리를 배신하곤 한다. 우리의 미래에는 사랑으로 가득할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겪어 본 사랑은 지루해 보이기만 하다.
이젠 어른이 된 줄 알았던 우리의 '스물'은 왠지 미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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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SE_1-2에서는 불이 붙어 빨리 타면 '안 되잖아'라며 '나'를 타이르듯 이야기했는데, VERSE_2-2에서는 불이 붙어 빨리 타면 '안 되니까'라는 인과관계를 만들어서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약간의 가사 변형을 준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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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붙어 타고 있는 어느 것에게 사랑을 끼얹으면 온도가 내려가는 것일까. 그래, 사랑은 흔히 뜨거운 것으로만 묘사가 되고 한다. 하지만 사랑은 마음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역할도 자처한다. 세상 모든 것이 힘들고 벅찬 순간에도 사랑하는 이의 품에 안기면 마음이 포근해지며 스트레스의 농도가 낮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막상 어른이 되어 마주한 사랑은 슬픈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사랑을 해나가야 한다. 사랑은 그저 인간을 각성시키는 역할만 하는 것만은 아니라 가끔은 사람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냉각제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소망하는 것을 오래 보고 싶다면 무작정 태우기만 해서는 안 된다. 빨리 타버리지 않도록 주위를 돌아보고 사랑하는 것이 중한 사실이다.
9) 후렴_2-1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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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 우리, / 나이테는 잘 / 보이지 / 않고
찬란한 빛 / 에 눈이 멀어 / 꺼져가 / 는데
10) Bridge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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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때 / 나는 잘 / 몰랐었어
우린 다른 점만 / 닮았고
철이 들어 / 먼저 / 떨어져 버린
너와 이젠 나 / 도 닮았네
11) Bridge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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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플라톤(Platon)은 사랑을 4가지로 분류하긴 했지만, 사실 육체적 사랑(Eros)에서 무조건적인 사랑(Agape)로 점점 진화하며 나아간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부부가 그렇듯 두 남녀가 사랑해서 결혼하지만(Eros) 이내 친구 같은 사이가 되고(Philia) 모든 애정은 자식에게로(Stergethron) 쏟게 되니까. 자식이 다른 자식을 낳는다면 그게 아마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조건적인 사랑(Agape)의 표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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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어린 시절 만난 육체적 사랑(Eros)에서 이제 도덕적 사랑(Philia)으로 나아가는 참인가 보다. 육체적 사랑(Eros)을 나눌 때는 상대방의 모든 것을 가지고 싶고 소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화자와 상대가 가진 유일한 공통점은 '다른 것만 같다'라는 명제였다. 하지만 육체적 사랑(Eros)에서 한 발짝 더 나간 사랑인 친구인 관계(Philia)에서 본 상대방은 어느샌가 나와 닮아 있었다. 우리가 아픈 시간을 함께 한 만큼, 우리의 사랑도 훌쩍 성장하고 말았다.
12) 후렴_3-1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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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 우리, / 나이테는 잘 / 보이지 / 않고
찬란한 빛 / 에 눈이 멀어 / 꺼져가 / 는데
□ 총평
- 혁오(HYUKOH)의 음반은 서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 많아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필자는 혁오(HYUKOH)의 음반 'TOMBOY'를 철학자 플라톤의 관점에서 한 아이가 사랑을 하며 성장하며 깨닫게 되는 사랑의 인식과 그 발전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아이의 모습을 에쁘게 그려내 보고 싶었다.
한 아이와 우리는 사랑하고, 성장하면서 자라난다. 사랑을 잔뜩 받으면서 우리는 자라왔지만, 막상 크게 자라서 사랑을 주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랑에도 단계가 있고 발전이 있는 것일까.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진 사랑의 능력을 기르기 위해,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조금이라도 더 밝게 인식할 수 있기 위해, 더 사랑하자. 그것이 비록 슬픈 어떤 것일지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