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윤상 - 달리기 / 작사 분석
□ 머리글
- 윤상 정규 3집 Album 'Cliché' 중 DISK-2 3번 트랙 '달리기'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윤상
2. 작사: 박창학
3. 작곡: 윤상
4. 편곡: 김유성
5. 발매일: 1996.10. 1.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 우리는 본능적으로 '달리는' DNA를 가지고 있는 것만 같다. 인류는 원시시대부터 사냥감을 잡으려면 반드시 달려야 했고, 전쟁이나 호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달리고, 또 달려야 했다. 이렇게 달리던 습성이 본능에 남아, 현대인들은 전 인류를 거쳐 달리는데 사용했던 에너지를 모두 노동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즉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의 노동과 과거의 달리기는 지위가 같다. 형태만 달라졌을 뿐 사냥감을 향해 달리던 원시시대의 사람과 현대인의 삶의 결은 크게 다르지 않고, 우리는 여전히 달리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달리는 행동'은 그 어떤 도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건강한 두 다리만 있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달릴 수 있다. 그러므로 '달리는 행동'은 우리 DNA에 남겨진 아주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달리기를 하면 이내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호흡이 가팔라진다. 호흡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 우리는 달리기를 멈춘 채, 또다시 달리기 위해 숨을 잠시 고른다. 그저 앞으로, 빠르게 앞서나가기만은 할 수 없게끔 신이 미리 설계를 해둔 듯하다.
- 인류는 수만의 시간을 달리고 달려 현대 사회에 이르렀다. 현대인들 역시 지금도 미래의 어딘가를 향해 그저, 달려나가고 있을 뿐이다. 어떤 결과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어찌 보면 맹목적으로 우리는 달려나가고 있다.
달리는 목적은 굉장히 단순하다. 모든 사람은 순전히 '나'를 위해 달린다. 쉽게 이야기하면 나의 부와 명예 그리고 행복을 위해 사회의 일원이 되고, 사회라는 큰 기게의 한 부품이 되어 페달을 구르게 된다. 노동의 목적은 순전히 자기 자신을 향해 있지만, 노동을 하면 결과적으로 사회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순전히 '나의 이익'을 위해서 사회에 필요한 물건을 생산하고, 적재적소에 배치되며,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이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므로 목적이 어찌 되었든 노동의 행위는 고결하고 신성하다.
그렇지만 노동하는 개인에게는 가끔은 페달을 놓고 쉬고 싶은 순간이 당연히 찾아온다. 하지만 사회라는 조직은 각 개인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마치 사회는 커다란 기계처럼 각 부품들에게 계속 노동하라며 채찍질을 퍼붓는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윤상의 '달리기'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존재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음악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치유하려는 의도가 아름다운 이 곡을 한 번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
지겨운가요 / 힘든 / 가요
숨이 / 턱까지 / 찼나요
할 수 / 없죠 / 어차피
시작해 / 버린 / 것을
쏟아지는 / 햇살 / 속에
입이 / 바싹 / 말라 / 와도
할 수 / 없죠 / 창피하게
멈춰 설 / 순 / 없으니
2) VERSE_1-1 해석
-
화자는 달리고 있는 누군가에게 지겨운지, 힘든지, 숨이 벅찬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아마 상대는 지겹고, 힘들다고 대답을 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 역시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나 보다. 한참을 고민하던 화자가 건넨 말은 '할 수 없죠'라는 다소 맥빠지는 대답을 했다. 이미 시작한 일을 멈추어 서기가 힘들다는 것을 화자 역시 잘 알고 있고, 묵묵히 그 달리기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담담히 상대를 달래고 있다.
-
살며 겪는 많은 일의 끝을 아름답게 맺는 것은 참 중요하다. 우리나라 속담 중 '다 된 밥에 재 뿌린다.'라는 말이 있듯, 마무리가 아름답지 못한다면 그간의 기울였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꽤 많다. 그렇기에 지쳐가는 이에게 '끝까지 힘내라'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끝까지 힘을 낼 줄 아는 이는 아주 현명한 사람이다. 우리는 꼭 지쳐갈 때에 한 번 더 힘을 낼 줄 알아야 한다.
우리들의 개인사는 아주 독립적으로 보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졸업을 하며 자연스레 멀어진 친구, 군 전역을 하면서 순식간에 멀어진 선후임, 아련하게 지나쳤던 첫사랑 상대를 우리는 언제 어떻게 다시 재회하게 될지 모른다. 실로, 끝이라고 생각한 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에 우리 인생은 상당히 열린 결말이라 볼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비록 지겹고, 힘들고, 입이 바싹 말라 오더라도 우리는 꼭 앞으로 나아 가야만 하는 존재인 것이다.
3) 후렴_1-1 가사
-
단 한 가지 / 약속은
틀림없이 / 끝이 / 있다는 / 것
끝난 뒤엔 / 지겨울 / 만큼
오랫동안 / 쉴 수 / 있다는 / 것
4) 후렴_1-1 해석
-
본디 시간은 구분이 없다. 그저 인류가 해와 달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임의로 분기를 나누는 약속을 했을 뿐, 시간이라는 존재는 그저 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시작도 끝도 없이, 꾸준히.
그렇기에 인간은 그 시간의 굴레에 꼭 갇혀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인류가 시간을 임의로 구분하기 시작하며, 시간의 '시작과 끝'이라는 의미 있는 것을 창조해 내었다. 그렇게 인간은 '시작'을 맞이하며 축제를 벌였고 '끝'을 맞이하며 감사와 보상을 받았다.
일 년의 달리기를 통해 일구어낸 결과물을 추수와 감사의 형태로 한 해의 마무리를 기뻐하는 행사를 가졌다는 것은, 동서양의 문화를 막론하고 '시작과 끝'의 가치를 인류가 높게 평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찾아오는 겨울에 사람들은 다른 시작을 준비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이는 곧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는 것'을 인류는 경험을 통해 학습하였다. 그런 경험들이 차츰 쌓이며 '끝나면 쉴 수 있다'라는 사실을 뇌리에 각인시켰고, '끝이 있다는 희망'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내일을 바라보며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비록 '오늘' 밖에 존재하지 않는 우리네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내일'이 틀림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하나의 약속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5) VERSE_2-1 가사(*VERSE 반복)
-
지겨운가요 / 힘든 / 가요
숨이 / 턱까지 / 찼나요
할 수 / 없죠 / 어차피
시작해 / 버린 / 것을
쏟아지는 / 햇살 / 속에
입이 / 바싹 / 말라 / 와도
할 수 / 없죠 / 창피하게
멈춰 설 / 순 / 없으니
6) 후렴_2-1 가사
-
이유도 / 없이 / 가끔은
눈물 / 나게 / 억울 / 하겠죠
일등 / 아닌 / 보통 / 들에겐
박수 / 조차 / 남의 / 일인걸
7) 후렴_2-1 해석
-
'파레토의 법칙'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 세상에는 상위 20%에 전체의 80%가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이 이론의 내용이다. 실제로 대다수 국가의 부의 80%는 상위 20%가 가지고 있고, 금융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 주식의 80%가 상위 20%에 쏠려 있다는 관련 통계가 존재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 '파레토의 법칙'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 입시도 상위 20%인 3등급 이내의 학생들이 명문대에 지원하여 합격하고, 기업이나 단체를 이끄는 리더의 비율이 20%가 될 때 단체를 이끄는데 이상적인 효율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은 상위 20% 안에 들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상위 20%를 벗어나면 박수조차 남의 일이 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치고 있기에, 오늘의 우리는 달리고 또 달리는 것이다.
8) 후렴_2-2 가사(*후렴 반복)
-
단 한 가지 / 약속은
틀림없이 / 끝이 / 있다는 / 것
끝난 뒤엔 / 지겨울 / 만큼
오랫동안 / 쉴 수 / 있다는 / 것
9) VERSE_3-1 가사
-
It′s good enough for me
bye bye bye bye
10) VERSE_3-1 해석
-
하지만 결과가 썩 좋지만은 않더라도 무언가 끝이 났다는 사실은 참 의미 있는 것이다.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만으로 사람은 분명히 성장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처럼 최선을 다하고 지나간 일에 미련 없이 '안녕'을 외칠 수 있는 이는 행복할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함을 깨닫는 이는 분명 현명할 것이다.
□ 총평
- 앞으로 우리는 꾸준히 달릴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도. 그렇지만 언제나 품에는 '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품고 살자. 가사의 내용은 현재는 어쩔 수 없지만, 분명히 끝이 존재함을 알리고 있다. 그래, 분명히 끝이 있다. 영원할 것 같던 오늘과 내일도, 분명히 끝이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