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글
- 산울림 정규 7집 Album '가지마오' 중 6번 트랙 '청춘'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산울림
2. 작사: 김창완
3. 작곡: 김창완
4. 발매일: 1981. 8. 1.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 우리는 인생을 한 번 산다.
아니, 그 누구도 한 번만 산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불교의 사상처럼 우리의 형상은 일시적으로 기(氣)가 한 곳에 모인 무더기일 뿐이며, 기가 흩어지고 난 이후에는 다른 형상으로 윤회할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니체(Nietzsche)의 '영원회귀 사상'처럼 우리가 살아온 일생을 같은 형태로 무한히 반복해서 사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아무도 인생이란 당최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에서 인생은 신비한 것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은 '논리철학 논고'라는 책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고. 하지만 우리는 인생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지만, 주관적으로 경험한 것들은 자유롭게 표현해 볼 수 있다.
- 나는 1995년에 이 세상에 태어났다.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이미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은 정해져 있었다. 이 세상에 났을 때부터 할머니는 이미 지긋이 나이가 들어 있었고, 부모님은 '청춘'이라는 이름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태어났을 그 순간에도 누군가의 청춘은 져가고 있었고, 또 다른 누군가의 청춘은 곱게 피어나고 있었다.
청춘을 겪어본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내게 같은 말을 건네었다. 청춘은 좋은 것이라고. 즐거이 보내되 막 쓰지는 말라고. 모두들 입을 모아 그렇게 이야기하니, 청춘은 그저 막연히 멋지고 아름다운 것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청춘은 내게 찾아왔다. 나는 이 세상에 대해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세상은 내게 마치 대가 없는 선물처럼 청춘이라는 것을 주었다. 이 청춘이란 건, 누가 주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핏기 어린 부모님이 내게 주었는지, 냉혈한 사회가 내게 주었는지, 자비로운 하느님이 내게 주었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다만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내 손아귀에 청춘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 청춘은 좋은 것이라며 다들 이야기하지만, 작사가 '김창완'은 이 지나가는 청춘을 손아귀에 매달아보려 애쓰는 모습을 가사에 담아내었다. 작사가 '김창완'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청춘을 그려내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
언젠간 가 / 겠지 / 푸르른 이 / 청춘
지고 또 피 / 는 꽃잎 / 처럼
달밝은 밤 / 이면 / 창가에 흐 / 르는
내 젊은 연 / 가가 / 구슬퍼
2) VERSE_1-1 해석
-
화자는 지금 젊다. 본인도, 타인도 화자를 바라보며 '청춘'이라 일컫는다. 하지만 왜일까. 화자는 하루하루 떠나는 이 뜨거운 시절을 보며 '언젠가 가겠지'라고 탄식한다. 감성이 오돌토돌 돋아나는 달빛 짙은 밤- 청춘이 내뱉는 사랑 노래는 왜일까, 구슬프다.
-
꽃잎은 피고 진다. 분명한 사실은 새로운 꽃망울을 틔울 때는 반드시 기존에 자라있던 꽃이 져야지만 같은 자리에 새로운 꽃이 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나의 생기가 끝나면, 내 자손이 혈기 어린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자연은 아름답게 설계해 놓았다. 져버린 꽃은 다시 생기를 찾을 수 없고, 지나간 것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진리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들국화-걱정 말아요 그대)'라고 노래 불렀다. 떠나가는 세월에 미련을 버리고, 그 안에서 아름다운 의미를 찾으며 내뱉은 노래 가사는 애처롭고 아름답다.
나의 청춘은 그 누구의 것보다 기쁘다. 하지만 연극이 끝나듯 청춘의 러닝타임도 점점 흘러가고 있기에, 언젠가 그 막이 내려간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구슬프다.
3) VERSE_1-2 가사
-
가고없는 날 / 들을 / 잡으려 잡 / 으려
빈손짓에 / 슬퍼지면
차라리 보 / 내야지 / 돌아서 / 야지
그렇게 세 / 월은 / 가는거야
4) VERSE_1-2 해석
-
화자는 떠나버린 빈 세월을 잡으려 노력했나 보다. 노력의 범주는 굉장히 넓겠지만 아마 떠나간 인연에 대한 미련이나, 놓쳐버린 기회 따위 일 듯하다. 시간이 지나도 지나간 사람을 손아귀에 훔치면 마치 그 사람은 잡힐 듯하고, 예전에 기울였던 노력은 지금 다시 기울인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만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마치 하나의 정교하고 커다란 기계와도 같아서,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다시 내 품 안에 들어올 듯했단 소중한 인연은 바람에 홑씨 날리듯 쉬이 날아가 버리고, 힘만 더 들이면 될 듯했던 그것은 어찌 된 일인지 파도에 두둥실 떠있는 듯 멀리 떠내려가는 듯하다. 마치 신기루처럼 이상향은 분명히 저 멀리 있지만, 결코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제풀에 지쳐 모든 것들이 부질없게 다가온다. 무엇을 위하는지도 모르는 채 맹목적으로 그 어떤 것을 바라는 자신을 반추할 때가 올 때면, 그의 청춘은 꽤나 지나가버린 후일 것이다.
외려 그것을 깨달은 순간 삶은 더욱 초연해진다.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라며, 슬프게도 머리는 쉬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이 받아들인다면 세월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라는 걸 가슴 깊이 느끼게 될 것이다.
5) VERSE_2-1 가사(*VERSE 반복)
-
언젠간 가 / 겠지 / 푸르른 이 / 청춘
지고 또 피 / 는 꽃잎 / 처럼
달밝은 밤 / 이면 / 창가에 흐 / 르는
내 젊은 연 / 가가 / 구슬퍼
6) VERSE_2-2 가사(*VERSE 반복)
-
가고없는 날 / 들을 / 잡으려 잡 / 으려
빈손짓에 / 슬퍼지면
차라리 보 / 내야지 / 돌아서 / 야지
그렇게 세 / 월은 / 가는거야
7) VERSE_3-1 가사
-
나를 두고 간 / 님은 / 용서하겠 / 지만
날 버리고 가 / 는 세 / 월이야
정둘곳없 / 어라 / 허전한 마 / 음은
정답던 옛 / 동산 찾 / 는가
8) VERSE_3-1 해석
-
화자도 옛사랑이 있었다. 그 사랑 역시도 눈물을 지으며 화자를 떠나갔지만 언젠가 다른 누군가의 곁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것으로 족하다. 그이의 행복한 모습을 볼 때면, 그건 그렇게 용서가 된다. 하지만 이 세월은 화자를 내버려 두고 멀리 달아나는 것만 같다. 화자는 나름 본인의 인생을 애정하고 소중히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월은 정도 없는 듯 덧없이 떠나간다. 정을 붙여도 떠나가는 이 세월은 원망스럽지만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정다운 옛 추억은 지나간 세월을 아름답게 빛나게 한다.
9) VERSE_3-2 가사(*VERSE 반복)
-
언젠간 가 / 겠지 / 푸르른 이 / 청춘
지고 또 피 / 는 꽃잎 / 처럼
달밝은 밤 / 이면 / 창가에 흐 / 르는
내 젊은 연 / 가가 / 구슬퍼
10) VERSE_3-3 가사(*VERSE 반복)
-
가고없는 날 / 들을 / 잡으려 잡 / 으려
빈손짓에 / 슬퍼지면
차라리 보 / 내야지 / 돌아서 / 야지
그렇게 세 / 월은 / 가는거야
□ 총평
- 구슬프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우린 너무 잘 알고 있기에 한없이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지나갔기에 의미가 생기는 것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다. 본인의 성장이 그렇고, 자손의 생육이 그럴 것이다. 청춘과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겠지만, 그 사이에도 분명히 의미는 있음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이 세상에는 괜히 창조된 것이 없다. 어찌할 수 없는 것은 그저 그렇게 받아들일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그나마 지나는 세월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내 손에도 뜨거운 핏기가 아린다. 이 핏기는 언젠가 가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손에는 지금 핏기가 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