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다른 결정을 한다는 것
내가 받았던 대로,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돌려줄 거라는 마음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생겨나는 감정이다.
회사에 새로운 후임자가 온다고 들었다.
나는 이 과에 새로이 왔을 때
서면으로 인수인계서를 받지 못했고
마땅히 새로 온 내 업무 영역이었는데도
온 지 얼마 안 됐고 잘 모른다는 이유로
내 선임이 나갈 때까지 6개월이나
내 몫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업데이트된 인수인계서가 없어서 히스토리와 함께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가 없었고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모든 걸 직접 물어봐야 했고
그에게 업무 내용이 아닌 업무 방식에 대한 지시를 자주 들어야 했고
주변 사람들은 그가 엄청난 노력을 하는 자고
나는 노력을 하지 않는 자다라는 생각을 은연중 하지 않았을까 싶다.
새로 온 후임에게도 똑같은 행동을 하고 싶어졌다.
인수인계서가 없어서 겪었던 막막함과 선임에게 의존해야 하는 감정을 너도 똑같이 겪어봐야 하지 않겠니 하는 못된 생각이 든다.
문득 부모님과 나의 관계로 생각이 되돌아간다.
둘째로서 항상 첫째의 그늘에 가려져
가족의 전체적인 그림을 듣지 못하고
부여된 모습대로 살아왔던 내 지난 삶.
첫째는 잘해야 하지만
둘째는 잘 하든 못하든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던 삶.
그럼에도 나는 공부나 성공 없이도 행복했지만
자신들의 지난 성취가 아쉽다는 생각에
부모님으로부터 태어날 때부터 숙명처럼 부여받았던
성공에 대한 강제.
여전히 휴가 때마다 가족과 보내지 않으면 아쉽다는 소리를 듣기 일쑤고,
나 혼자 방에서 공부하고 나머지 셋은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쟤는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그 상황들.
나도 열심히 살면 힘들고 더 올라가려면 힘들지만
쟤는 원래 사주상 고통이 많은 사주랬어 하고
나의 고통은 편하게 생각하는 그들.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강제당한 정체성.
회사에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나의 삶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깨닫는다, 아 내가 나를 위해 더 나섰서야 했구나.
성공을 강제당했을 때, 그리고 지금 그 길을 걷고 있을 때 빠져나가 내 삶을 만들 수 있는 자유는 언제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다.
다 같이 티브이를 볼 때 공부하지 않을 자유, 언제나 있었고 지금도 있다.
어디까지가 나의 진짜 선택이였고
어디서부터가 강제된 선택이였을까.
내 삶도 유한하고
부모님의 삶은 얼마 안남았는데,
이 짧은 남은 시간동안 내가 하고 싶은 선택을 다 할 수 있을까.
문득 회사생활로 생각이 되돌아간다.
나의 지난 삶과 이번 회사에서의 고민은 어떻게 연계된 걸까.
회사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교하지 않는 정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부분을 누구와 비교해도
억울한 부분은 항상 있기 마련이였고
쟤는 저런 상황이였지만
난 다르니까 더 힘들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은,
그런건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
나는 서면 인수인계서가 아직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내 선임은 본인과 나의 경계를 뚜렷히 그으면서
업무 방식에 대한 지적을 했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시키진 않았지만
인간답게 살고 싶다.
내가 특정한 대우를 받았다는 이유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삼갈 필요는 없다.
나의 행동으로서
내 주변에 파동이 생기고
내 주변에 새로운 에너지가 생긴다.
앉아있던 자세를 고쳐잡고
내 자리에 우뚝 서서
나의 선택으로 내 주변을 만들어갈 수 있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