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아침 일찍 공항에 가야 하니 오늘이 하와이를 즐길 마지막 날이다. 자전거를 두고 스노클링 장비만 간단히 챙겨서 시내까지 걸어간다.
숙소 앞의 골목이다. 오늘도 날이 화창하니 기분이 좋다.
카니 루프라는 동네 순환도로를 따라간다. 카니 루프 끝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개구멍이 있다.
남는 차가 있으면 빌릴 생각으로 렌터카 업체를 찾아갔는데 남는 차가 없다. 그냥 근처에서 놀기로 하고 알리이 드라이브 쪽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몇 번 지나치던 공터에 길거리 음식들을 파는 트럭들을 발견한다. 금요일에만 열리는 곳이라 몇 번 지나치면서도 그동안은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새우 트럭, 핫도그 트럭, 젤라또 트럭, 그리고 자메이카식 음식을 파는 곳이 있다.
목이 마르니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새우 한 접시만 먹고 가기로 한다.
카후쿠에서 먹던 지오반니 새우 트럭이 생각난다. 지오반니보단 떨어지지만 그래도 맛있는 새우를 한 접시 먹는다. 여기저기서 새우를 먹었는데 원조인 지오반니가 최고인 듯하다.
새우를 먹어치우고 나서 나는 릴리코이 젤라또도 하나 먹는다. 지니님은 단 걸 안 좋아하니 이런 건 다 내꺼다.
이제 간단히 배도 채웠으니 알리니 드라이브 입구로 간다. 카일루아 만에서 간단히 스노클링을 하기로 한다.
숙소에서 가져온 스노클링 장비들이다. 어제는 오리발을 잘못 가져와서 못 썼는데 오늘은 제대로 가지고 왔다.
카일루아 만의 킹 카메하메 호텔 앞의 작은 해변은 모래사장이 있는 곳이라 물은 조금 탁하지만 물고기는 많다. 스노클링이 처음이라면 이곳 카일루아 만에서 연습을 하고 카할루우 비치 파크로 가도 좋을 것 같다.
호텔 앞 해변은 파도가 약하고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들이 많이 보인다.
스노클링을 하고 나니 또 출출해진다. 바로 앞의 삼거리에 있는 바에 들른다. 마침 해피 아워군요. 점심시간이 끝나고 3시쯤부터 5시까지는 술과 가벼운 간식을 파는 시간이다. 이때는 스테이크 같은 것은 팔지 않는다.
깜빡하고 여권을 놓고 왔는데 직원이 체크한다. 여권이 없는 지니님은 술을 주문 못하고 나는 운전면허증을 챙겨 와서 마이 타이를 주문해서 마신다. 옆 자리 뚱보 백인들은 확인 안 하면서 왜 우리만...
오징어 튀김과 참치롤을 주문했는데 참치롤이 워낙 양이 적어서 베이컨 치즈버거도 주문한다. 그래도 기대를 안 하고 들어와서인지 음식들은 생각보다 맛있다.
카일루아 만의 반얀트리를 보면서 느긋한 오후를 보낸다. 이 반얀트리 근처가 택시들이 대기하는 곳이라 택시를 타기 편하다. 숙소에 들어갈 때 자전거 가게에 들러서 어제 이야기해놓은 박스를 챙겨가려면 택시를 타야 한다.
바에 있는 동안에는 그렇게 택시가 많더니 우리가 타려니 한 대도 안 보인다.
택시를 기다리면서 해변의 풍경을 감상한다. 지금이 빅아일랜드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 것이다.
아이들이 해변가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작은 보드를 가지고 어려서부터 저렇게 바다에서 뛰노니 커서도 파도타기나 해양 스포츠를 잘 하는 것이다.
드디어 택시가 왔다. 짐이 많은 관광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원하던 대로 밴택시가 왔다. 자전거 가게에 들러서 자전거를 포장할 박스를 개당 10 달러에 두 박스를 사서 숙소에 일찍 도착한다. 자전거 포장에 쓸 충진재도 넉넉하게 받아왔다. 어두워지기 전에 집 앞마당에서 자전거를 포장해 놓는다. 테이프를 깜빡했더니 집주인 아저씨가 빌려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날이 저물어 들어가려는데 문 앞에서 도마뱀 한 마리가 서성거린다.
맥주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마당에서 별을 본다. 코나에서 보는 마지막 밤하늘이다. 이 멋진 밤하늘을 내일부턴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2016년 2월 13일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준비하고 나왔더니 동쪽 하늘이 밝아온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나왔더니 오겠다던 콜택시가 오질 않아서 다시 예약해서 택시를 부른다. 한 시간 정도를 허비했다. 자전거를 넣은 큰 박스가 두 개니 택시도 조금 큰 밴이 온다.
택시 기사님이 오셔서 비행기 시간부터 물어보시더니 시간이 넉넉하니 괜찮다고 하신다. 택시 기사님 이야기대로 코나 공항에 늦지 않게 도착해서 발권하고 대기한다. 같은 스카이팀인 대한항공과 하와이안 항공을 환승하는 왕복 티켓이었는데 인천에서 대한항공으로 출발할 때는 대한항공 수하물 규정에 따라서 자전거를 무료로 싣고 코나에서 출발할 때는 하와이안 항공의 규정에 따라서 자전거 한 대당 50 달러씩 지불해야 한다.
다시 돌아온 코나 공항, 게이트도 대기실도 모두 야외다. 잠시 기다리다가 비행기 탑승이 시작되어 타러 간다.
이번에도 작은 비행기라 마음에 안 들었는데 마침 더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가 도착해서 승객들이 내린다. 마우이와 빅아일랜드를 오가는 비행기다.
이제 코나를 출발해서 빅아일랜드를 떠난다. 코나에서 호놀룰루까진 280km 정도 떨어져 있다.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했지만 환승 대기시간이 1시간 20분 정도밖에 안된다. 주내선 터미널에서 옆 건물인 국제선 터미널로 가서 출국 수속을 해야 하는데 마침 관광객들로 밀리는 시간이라 도저히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서 공항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빠르게 수속을 밟고 파이널 콜을 하기 전에 인천행 비행기에 올라탄다.
잠시 후 비행기는 이륙 준비한다. 다시 와달라는 듯이 푸르디푸른 하와이의 모습이 창 밖에 보인다.
호놀룰루를 떠난 비행기는 하와이의 8대 섬 중 가장 서쪽에 있는 카우아이를 마지막으로 태평양을 건넌다.
하와이에 갈 때는 직항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일본을 경유하는 비행기다. 일본인들이 많이 타서 그런지 인천-하와이 직항을 탔을 때보다 조용하다.
일본을 경유하는 비행기라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잠시 내렸다가 다시 타야 한다. 공항 내에서 우동을 한 그릇 먹으니 쫄깃하니 맛있다.
그리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비행기로는 도쿄에서 인천까지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니 도쿄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2시간 만에 인천 공항에 도착한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왔더니 마침 날이 춥다. 12일간의 여행이라 외투 보관 서비스 같은걸 하지 않고 얇은 옷만 대충 입었더니 춥다. 공항에서 얼른 자전거를 조립해서 지하철을 이용해서 돌아온다.
원래 가려고 했던 520km의 울트라맨 코스를 조금 변형하고 여기저기 가보고 싶은 곳을 들러서 빅아일랜드 전체를 구석구석 약 600km를 달렸다. 비도 많이 맞고 힘든 언덕길도 올라가며 대자연을 그대로 몸으로 느끼고 돌아왔다. 빅아일랜드는 시시각각 변하는 대자연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자전거 여행지이다. 이 멋진 느낌을 자동차로 빅아일랜드를 다녀간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이렇게 두 번째의 하와이 여행은 끝났다. 오아후, 마우이, 그리고 빅아일랜드 이렇게 하와이의 주요한 세 섬을 다녀왔으니 당분간은 하와이를 다시 가긴 힘들 것이다. 우리에겐 가보고 싶은 곳이 많으니까. 하지만, 지상 최고의 낙원인 하와이가 정말 그리워질 때쯤 다시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