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매실농원 봄나들이
2016년 3월 19일
원래 지니님은 4월 말은 되어야 자전거를 타러 나가는데 남부 지방은 따듯해서 그런지 올해는 3월 중순부터 자전거를 타자고 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주말에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해남에 있는 보해 매실농원이 19일과 20일 이틀 동안만 개방한다고 해서 그리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얼마 전에 새로 산 헬멧과 고글도 챙겨서 목포행 버스 시간에 맞춰서 집을 나섭니다.
10시가 조금 넘어서 출발지인 목포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공기가 싸늘하고 하늘이 잔뜩 흐립니다. 잠시 카페에서 따듯한 커피와 간식을 먹고 있으니 날이 개이기 시작합니다. 햇빛이 환하게 비추면서 체감 온도가 많이 따듯해져서 출발하기로 합니다.
삼향천 자전거길을 따라서 영산강 자전거길의 끝 지점인 영산강 하구둑 입구에 도착합니다. 바다 쪽의 뚝방길은 자전거 출입 금지인 보행로입니다.
하지말라는 것은 안 합니다. 육교를 건너서 뚝방길 반대편의 자전거 도로로 갑니다.
영산강 하구둑입니다. 자전거길이 그럭저럭 잘 되어 있습니다.
영산강 하구둑을 건너자마자 나오는 첫 횡단보도에서 대불공단 쪽으로 길을 건너면 자전거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공단 지역의 특성상 큰 차량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일반 차량들도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데 차도와 완전히 분리된 자전거길이 잘 되어있으니 안전하게 갈 수 있습니다.
멀리 건너편에는 목포항이 보입니다.
영암금호 방조제 근처에서 잘 닦인 자전거길은 끝나지만 자전거 통행이 가능한 방조제 뚝방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영암금호 방조제에서 목포항 입구 쪽으로 현대삼호 중공업이 보입니다. 거대한 배들이 있네요.
왼쪽의 건물은 해남광장 휴게소입니다.
고가도로같은 것은 보행로로 알고있는데 실제로 올라가보진 않았지요.
해남광장휴게소에서 조금 더 가니... 자전거길도 인도도 갑자기 끝나버립니다.
어찌할까 하다가 저기 보이는 달도 교차로까지만 큰길을 타고 가기로 합니다.
달도 교차로부터는 매화축제 안내판이 갈림길마다 나타납니다. 안내판을 따라서 왕복 2차선인 806번 도로를 달립니다. 좁은 길이지만 생각보다 차가 많이 안 다닙니다. 해남은 각종 농산물이 많이 나는 곳인데 벌써 도로 옆의 밭들이 푸릇푸릇합니다.
산이면 읍내를 지나서 계속 달리다 보니 축제장 들어가는 길목에서 경찰들이 수신호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매실농원이 있는 예정리로 갑니다. 자동차는 주차장에 세워두고 셔틀버스를 타야 하는데 자전거는 그냥 축제장까지 갈 수 있습니다. 물론, 봄나들이객들이 많으니 마을길 입구부터는 걸어갑니다. 조금 걸어 올라가니 멀리 하얀 매화밭이 보입니다.
매화축제장 길목부터 매화나무들이 활짝 펴있습니다. 어찌나 많이 피어있는지 향긋한 꽃향기도 맴돕니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방향으로 우리도 걸어갑니다.
매화밭 가는 길은 동백나무들이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동백꽃들도 활짝 펴서 아주 이쁩니다.
축제장에 도착했습니다. 축제에 가면 항상 보는 익숙한 가게들이 죽 늘어서 있습니다.
무대 쪽에서는 노래자랑이 한창인데 잘 부르는 사람은 몇 명 없습니다.
해남 절인 배추가 유명하니 한쪽에선 한참 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싱싱한 해남 김치도 맛봅니다.
제1 축제장이라 붙은 곳으로 가보니 흔한 축제의 가게들이 아닌 마을 사람들이 차린 장터가 있습니다. 장터 입구 구석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돌아보기로 합니다.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하면서 쭉 둘러보는데 마을 아주머니들이 꼬마김밥을 만드는 것이 맛있어 보입니다. 2인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전문가가 아니니 빨리 안나옵니다.
오이, 당근, 단무지, 어묵, 햄이 가득 들어서 꼬마김밥이라 하기엔 너무 푸짐한 김밥을 5천 원에 10개 가득 담아주십니다. 테이블에서 먹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물어보고 주문하러 갑니다.
김밥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해남고구마 식혜를 한 컵 사서 마시면서 본격적으로 매실밭을 둘러봅니다.
제 2축제장으로 가보니 매화나무 터널 아래로 마을의 예전 모습들을 담은 사진을 전시해놨습니다.
마을회관에는 매화나무 분재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분재 전시장 끝에 거울이 있길래 셀카도 찍어봅니다.
마을회관 뒤쪽 마당에는 홍매화들 사이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마을회관 옥상을 전망대로 개방해놨습니다. 옥상에 올라가면 매화 농장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마을회관 근처에는 홍매화가 여러 그루 있는데 진한 분홍색의 홍매화도 예쁩니다.
매화들을 실컷 보았으니 돌아가기로 합니다. 다시 슬슬 큰길까지 걸어갑니다. 매화가 가득 펴서 그런지 근처의 꿀벌들도 아주 분주합니다.
이제 해남 버스터미널까지 달립니다. 조금 차가운 바람이지만 뒤에서 밀어주어서 어렵지 않게 달립니다.
해남에 도착해서 지도를 확인해보니 버스터미널은 반대편 끝에 있습니다.
버스터미널 근처까지 시내를 둘러서 자전거길이 나있길래 편하게 타고 갑니다.
해남에서 나주 혁신도시까지는 시외버스가 하루 세 편이 다니는데 막차인 7시 15분 차를 기다릴 수는 없으니 나주터미널로 가서 혁신도시까지 달립니다. 해가 저물어가니 상당히 춥습니다. 아직은 한낮에만 짧게 타야겠군요.
광양 매화축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데 비해 해남 땅끝 매화축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덕분에 관광객이 적어 아름다운 매화들을 여유 있게 둘러보고 왔습니다. 자전거도 60km 정도 탔으니 운동도 충분히 되었네요. 대부분 자전거길에 806번 지방도도 한적한 편이라 코스도 어렵지 않아 좋습니다. 내년에 또 들러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