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과 지니 Apr 06. 2016

가장 빠른 자전거는 왜 이상하게 생겼을까?

2015년 9월 19일, 139.45km/h라는 자전거 최고속 세계 신기록이 수립되었다. 모터나 엔진 등의 동력을 빌리지 않고 순수한 인간의 힘만으로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한 것이다.  


관련 영상 : https://youtu.be/GWZAsIkNil0



지금까지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는 가장 빠른 자전거들은 이상하게 생겼다. 미사일 같기도 하고 우주선 같기도 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자전거와 생김새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많은 동호인들이 타고 있는 로드바이크나 산악자전거와도 전혀 다르게 생겼다. 이렇게 빠른 자전거가 일반적으로는 사용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빠른데...
가장 빠른 자전거들은 왜 일상에서 보기 힘든걸까?

가장 빠른 자전거들이 왜 자전거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는 것일까?  


자전거는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가장 효율적인 이동수단이라고 한다. 사람의 다리에서 나오는 힘을 원운동으로 변환하여 빠른 이동을 할 수 있는 이 자전거라는 탈 것은 처음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전거를 만드는 유명 제조사들이 오히려 자전거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빠르지만 공식 대회에는 나갈 수 없게 된 자전거

자전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리컴번트 자전거에 대해서 알 것이고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자전거도로에 가끔 나타나는 누워서 타는 자전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리컴번트 자전거는 19세기 말에 개발되어 20세기 초에 그 기초를 완성하였다.

리컴번트 자전거에도 다양한 장단점이 있지만 그 핵심은 자전거를 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해물이라 할 수 있는 공기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이 파격적인 자전거는 기존 자전거로는 이룰 수 없는 차원이 다른 속도를 보여주면서 각종 대회에서 활약하지만 UCI(국제 자전거 연맹)이 1934년 4월 1일부터 시행한 아래 규정과 함께 대회 출전이 금지된다.

BB는 지면으로부터 24cm 이상 30cm 이내에 있어야 한다.
안장의 앞은 BB 뒤 쪽으로 12cm 이내여야 한다.
BB에서 앞바퀴 허브 사이까지의 거리는 58~75cm 사이여야 한다.

이 규정들은 안장과 BB(바텀브라켓, 크랭크축)사이의 거리를 제한함으로서 일반적인 직립식 자전거만이 UCI가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이다.

다른 운동 연맹이나 협회들처럼 UCI 역시 자전거 제조사들과의 이익을 위한 유착관계에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자전거를 반가워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지금은 일부 애호가들만이 사용하는 비주류 자전거가 되었다.  만약 저 규정이 없었다면 자전거 경기에서 볼 수 있는 자전거는 로드바이크가 아닌 리컴번트들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로드바이크라 하면 리컴번트를 가리키는 단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리컴번트형 자전거들이 가장 빠른 자전거임을 증명하듯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전거들은 벨로모빌이라는 리컴번트들로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가벼운 커버를 씌운 것이며 속도에 관한 많은 기록들은 가지고 있다.   

2015년 9월 19일, 자전거 최고 속도 세계 신기록인 139.45 km/h를 기록한 Aerovelo Eta



더욱 엄격해진 규정에 묶여버린 자전거

세월이 흐르고 과학과 소재가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자전거도 함께 발전하였다. 많은 제조사들이 위 UCI 규정에 묶여있으면서도 빠른 자전거를 개발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그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로터스에서 개발된 타입 108이다. 카본 모노코크로 이루어진 이 기묘한 형태의 자전거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4000m 세계 신기록을 올린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보편화된 카본 제조공정이 이 당시에는 극히 일부 메이커들만이 가능한 제한된 첨단기술이었다. 더군다나 이 타입 108은 자전거 제조사도 아닌 자동차 제조사인 로터스에서 만든 것이다. 이에 UCI에서는 기존 자전거 메이커를 보호하고 선진국들만의 최첨단 기술의 각축장이 된 자전거 경주를 되돌려 인간의 능력을 경쟁시킨다는 명목으로 아예 자전거 프레임의 형태와 전체 무게까지 제약을 가하면서 지금의 로드 자전거 프레임들이 고만고만해진 것이다.


저 멋진 타입 108을 만들던 로터스도 이런 평범한 물건을 만들고 있으니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참조 : http://en.wikipedia.org/wiki/Lotus_108



프레임의 변화가 없이는 자전거라는 분야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나오긴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로드바이크 분야에서 구동계는 현재까지 엄청난 발전이 있었지만 프레임은 규정에 묶여있으니 소재만 바뀐 셈이다. 특히, UCI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대형 제조사들은 충분한 기술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신제품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들이 만드는 자전거들은 UCI가 주관하는 공식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허가받은 자전거여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금까지 타고 다닌 자전거들은 몽테규 폴딩 바이크(접이식 MTB), 스페셜라이즈드 엔듀로(특이한 구조의 06년식 올마운틴 MTB), 브롬톤(16인치 접이식 미니벨로), 버디(18인치 접이식 미니벨로), 메르디안 105(20인치 비접이식 미니벨로), 리들리 페이튼(로드바이크) 등이다. 로드바이크 외에는 일반적인 자전거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리컴번트도 포함해서 좀 더 특이한 자전거를 타볼 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4월의 추천 자전거 여행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