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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Apr 15. 2016

비싼 자전거는 뭐가 다른가요?

고급 자전거가 비싼 이유

500만 원, 천만 원... 자전거 동호회에 나가면 비싼 자전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전거를 금으로 만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비쌀까? 비싸면 무엇이 다를까?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흔한 답변으로는 프레임 재질이 좋고 비싼 구동계가 장착된다고 하지만 충분한 답변이 되지 못한다. 같은 소재의 프레임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며 다양한 부품의 집합체인 자전거에서 비싼 구동계를 쓴 것 만으로는 비싼 자전거가 좋다는 답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니님의 오베아 오이즈27 m20도 소비자가격이 580만 원인 고급 산악자전거이다.

그럼 고급 자전거의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1. 가볍다.

비싼 자전거는 일반적으로 가볍다. 일반적인 저가 자전거의 프레임(몸체)은 철(하이텐 합금강)로 만들어져 있으며 보통 16-18kg이고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된 조금 더 좋은 자전거들이 12~14kg이다. 저가 자전거일수록 이름 없는 중국산 구동계와 대량 생산된 부실한 휠(바퀴)이 장착되어 있다.

전문 자전거 중에 입문자용 MTB(XC하드테일)은 12~14kg이며 로드바이크(사이클)는 10~12kg이다. 비싼 자전거로 갈수록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면서 MTB는 9~10kg, 로드바이크는 7kg 전후가 된다. 물론, 경량 부품들로 주문 조립을 하거나 최상급 완성차(완제품) 중에는 이보다 더 가벼운 자전거도 있다.


고급 자전거는 프레임도 가볍지만 구성하고 있는 모든 부속품들이 용도에 알맞은 강도를 가지면서 가볍게 만들어져 있다. 고급 구동계 부품 세트가 수백 만원이며 가벼운 경량 핸들바 하나에 수십만 원씩 한다.


왜 가벼운 자전거가 좋은 것인가? 당연하지만 동일한 힘을 들인다면 더 가벼운 물체가 더 멀리 간다. 여기서 힘이라는 것은 순수하게 자전거를 탄 사람이 페달을 돌려서 얻는 힘이므로 같은 사람이 자전거를 탄다면 더 가벼운 자전거가 힘이 덜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회에 나가서 우승할 것이 아니라면 단순히 자전거의 무게만으로는 생각만큼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7kg의 자전거와 10kg의 자전거는 자전거 무게 만으로는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지만, 몸무게 80kg인 사람이 7kg의 자전거를 타는 것(총합 87kg)과 10kg의 자전거를 타는 것(총합 90kg)은 엄청난 차이는 아니다.


그렇다면 고급 자전거들은 가볍기만 한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2. 잘 나간다.

자전거에는 크게 세 군데의 회전 부위가 있다. 앞뒤 바퀴축과 페달을 돌리는 크랭크축이다. 이 세 부분이 높은 정밀도로 만들어져서 부드럽게 잘 회전한다면 자전거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성능이 좋은 자전거 휠셋(앞뒤 바퀴 세트)은 자전거를 이루는 매우 비싼 부속이다. 로드바이크나 산악자전거용의 휠셋은 수백 만원씩 하는 제품들도 있으며 동호인들이 자전거의 속도나 무게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부분이다.

캄파뇰로 보라 울트라 휠셋 (300만 원대)


크랭크축을 이루는 크랭크와 BB(바텀 브라켓) 역시 수십 만 원을 넘어가는 제품들이 많다.

시마노 듀라에이스 크랭크셋 (소비자 가격 698,000 원)


정확하게 변속되는 정밀한 구동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시마노와 스램으로 대표되는 자전거 구동계 제조사들은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서 더 정확하고 편하게 변속되는 가벼운 구동계를 만들어왔다. 그동안 사람의 힘으로 케이블을 당겨 변속을 했던 것이 이제는 전자식으로 더 정확하게 변속을 하는 전자식 구동계까지 개발되었다. 이 구동계 역시 저렴한 것부터 비싼 것까지 천차만별이다. 로드바이크의 경우,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최고급 사양인 시마노 듀라에이스 Di2 구동계 풀세트가 440만 원 정도, 최하 등급인 클라리스나 소라 등급의 구동계 세트는 40만 원 대로 10배의 가격 차이가 난다. 산악자전거용의 구동계 역시 최고 사양인 XTR Di2세트는 460만 원 정도지만 입문급 자전거에 많이 쓰이는 데오레 등급은 70만 원 정도이다.

시마노 산악자전거 구동계  XT 그룹셋 (약 120만 원)

구동계가 좋으면 무엇이 좋은가? 사실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구동계는 가격 대비 감량 효율이 매우 나쁘다. 더 정확하고 부드러운 변속이 되지만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고급 구동계일수록 11단, 12단을 사용하여 더욱 촘촘한 기어비를 사용할 수 있어 더욱 효과적으로 근육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제조사의 최신 기술이 그대로 담겨 있고 다양한 부품 지원으로 커스텀 세팅이 편하다. 현재, 시마노의 산악자전거용 구동계는 XTR과 XT 등급 만이 11단의 스프라켓(11개의 뒷 기어)에 급경사 오르막에서 쓰는 1단 스프라켓이 42T 또는 40T(T: 톱니 수)로 기존의 구동계(최대 36T)보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훨씬 더 유리하다. 이러한 최신 기술은 상위 등급부터 먼저 적용되어 하위 등급에까지 적용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최신 11단(11-42T) 구동계  


3. 잘 선다.

자전거가 무동력 이동수단으로써 가장 우수한 이유는 잘 서기 때문이다. 아무리 빠른 이동수단이라도 쉬운 방법으로 잘 설 수 없다면 위험하기만 할 뿐이다.

고급 자전거에 장착되어 있는 브레이크들은 제동 성능이 매우 우수하다. 산악자전거의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는 엄청난 제동력을 자랑하며 로드바이크도 신형 105 이상의 상급 브레이크들은 아랫 등급의 브레이크보다 제동력이 훨씬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시마노 XT 유압 브레이크 레버 - 한 손가락 혹은 두 손가락으로 조작해도 충분한 제동력이 나온다.
시마노 XT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앞)
시마노 XT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뒤)

반면에, 저가형 자전거들은 매우 질이 낮은 브레이크를 장착한 경우가 많으며 제동력 또한 형편없는 것이 많다. 실제로 브레이크는 자전거 제조사들이 자전거에서 가장 먼저 원가 절감을 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필자는 이전에 지인이 구입한 40만 원 대라는 생활자전거로서는 결싸지 않은 가격의 자전거에 너무 형편없는 브레이크가 장착되어 있어서 놀란 경우도 있었다. 브레이크 성능이 충분하지 않은 자전거는 결코 좋은 자전거라 할 수 없다.


4. 몸에 맞출 수 있도록 사이즈가 다양하다.

저렴한 자전거들은 대개 한 가지 사이즈로 출시된다. 이런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사람이 자전거에 맞춰서 타야 한다. 170 cm 전후의 평균 신장이라 자전거가 몸에 잘 맞는다면 다행이지만 자전거가 몸에 맞지 않는다면 오래 타기 힘든 것은 물론 자전거를 탈 때 몸 여기저기가 불편하고 아플 수 있다.


하지만, 전문 자전거라 할만한 제품들은 최하 등급이라도 사이즈 별로 구별되어 출시된다. 자전거 제조사의 홈페이지의 자전거 상품 소개 페이지를 살펴보면 자전거의 전체적인 사이즈와 그에 맞는 대략적인 신장을 알 수 있다.

몸에 맞는 자전거를 타야 자신의  힘을 효율적으로 자전거에 전달할 수 있으며 자전거를 오래 타도 불편하거나 몸에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심지어 고가의 자전거 중에는 개인의 몸에 맞도록 주문제작되는 자전거도 있다.



5. 용도에 최적화되어 있어 타기 편하다.

전문 자전거들은 말 그대로 전문적인 특기가 있는 자전거들이다.

로드바이크는 적은 힘으로도 더 빠르게 멀리 갈 수 있게 만들어져 있으며 산악자전거는 가벼운데도 튼튼한 내구성과 험하고 가파른 오르막, 내리막길도 주파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아마추어 동호인 수준이라도 로드바이크로 하루에 200km 이상도 달릴 수 있으며 산악자전거로 사람이 걸어가기도 힘든 급경사를 오르내릴 수 있다. 내리막을 질주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다운힐 자전거는 수 미터의 절벽을 뛰어내릴 수 있는 완충 장치가 장착되어 있다.

해발 1200m 언덕을 두 번 넘어 410km를 달려야 하는 울트라맨 랠리의 철인용 자전거 (사진: Rick Kent)
기본적으로 수 백만 원의 가격대인 다운힐 산악자전거 (사진 : Connor Dawson)


사실 로드바이크든 산악자전거(XC하드테일)든 200~300만 원 정도 되는 자전거라면 충분히 목적에 맞춘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비싼 자전거는 더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해준다. 더 잘 굴러가는 바퀴와 더 촘촘한 기어비, 몸에 잘 맞는 안장과 부품들, 그리고 이러한 좋고 가벼운 부품들로 이루어진 더 가벼운 자전거는 더 빠르게 더 멀리까지 자전거를 편하게 탈 수 있게 해준다.  



6. 자전거 자체의 품질이 좋다.

전문 자전거라 하더라도 중저가형 제품과 고가 제품의 품질에는 차이가 난다. 시마노나 스램에서 생산하는 고급 구동계의 품질은 흠잡을 곳 없이 좋다. 물론 이 회사들의 저렴한 구동계들도 품질이 충분히 좋다. 하지만 같은 등급의 구동계 부품을 쓴 같은 종목의 자전거라도 제조사에 따라 기술과 품질이 다르고 , 같은 제조사라 하더라도 입문급의 자전거와 고급 자전거의 각 부품들(프레임, 휠셋, 컴포넌트)의 품질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전문 자전거라 해도 저렴한 제품들은 프레임이나 부속의 도장면이 균일하지 않거나 쉽게 벗겨지고 휠셋도 제대로 조정되어 있지 않거나 나사 구멍의 마감도 깔끔하지 않은 등 보이는 곳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 품질을 낮추더라도 원가를 절감하고자 부실한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반면에 고급 제품으로 갈수록 전체적인 품질을 높이도록 구석구석 신경 쓴 흔적을 볼 수 있다. 필자도 이런저런 자전거를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수리를 할 때, 고급 자전거의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높은 품질에 감탄하기도 한다.

물론, 가격에 비해서 실망스러운 자전거들도 많이 존재한다. 자전거의 눈에 잘 띄는 부분에 고급 부품을 사용하더라도 눈에 안 띄는 부분에는 저렴한 부품을 사용하고 도장이나 제품 마감이 깔끔하지 않은 자전거가 의외로 많다. 좋은 자전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달려있는 고급 부품들이 아까울 정도로 형편없는 '나쁜 자전거'들이다.


누군가가 인터넷에 남겨놓은 말이 있다.

좋은 자전거는 싸지 않다. 싼 자전거는 좋지 않다.
Good bikes are not cheap, Cheap bikes are not good

무게, 속도, 변속, 제동, 편안함의 모든 부분에서 부족함 없는 성능을 갖춘 "좋은 자전거"는 결코 싸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국내 자전거 가격이 거품이라 알고 있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가격이 공개됨으로 인해 이제 충분히 저렴해졌으며 비싼 자전거는 해외에서도 싸게 구입하기 힘들다.


비싼 자전거가 비싼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다. 자전거도 다른 취미들처럼 돈이 많이 드는 취미이다. 수 백만 원, 혹은 천만 원짜리 자전거를 구입하는 사람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선수처럼 타지도 못하면서 비싼 자전거를 사서 무엇하나?"

라고들 한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자기 돈을 쓰는 것은 다른 사람이 간섭할 문제는 아니다. 아무리 초보자가 탄다고 해도 좋은 자전거가 타기 좋은 것은 사실이며 오히려 저렴한 자전거를 구입했다가 점점 더 좋은 자전거를 원하게 되면서 계속 더 좋은 자전거로 바꾸게 되면서 비효율적인 지출을 하게 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바닥의 현실이다. 또한, 돈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소비 수준에 알맞게 돈을 써주어야 경제가 막힘없이 잘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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