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아 오이즈27 m20 테스트 주행기 - 평지 주행
산악자전거를 구입한지는 벌써 몇 주가 되었지만 남쪽 지방의 봄꽃을 즐기는 자전거 여행은 여전히 미니벨로를 이용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지니님이 처음으로 산악자전거(XC풀서스펜션)를 탄다.
산악자전거는 지니님이 지금까지 타던 도로용 자전거와 완전히 다르다. 산악자전거는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하지만, 험지를 다니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기술이 필요하다. 처음 산악자전거를 타는 지니님을 험한 산길로 데리고 갈 수는 없으므로 평지 위주로 자전거에 익숙해지기 위한 훈련을 먼저 하기로 했다. 또한, 기본적인 세팅은 완전히 되었다고 하나 지니님의 몸에 맞추는 작업은 거의 되어있지 않으니 그 부분도 타는 중간중간 조절하기로 한다.
아무리 세팅을 열심히 해놓아도 실제로 타보지 않으면 정확한지 알 수 없으므로 평지 위주의 코스에서 70km 정도 자전거를 타보기로 하였다. 오늘 달릴 코스는 8호선 암사역에서 출발하여 남한강, 북한강 자전거길을 거쳐 가평까지 달리는 평이한 코스이다.
암사역에서 내려서 암사동 토끼굴을 통해서 한강 자전거길로 내려간다.
암사 토끼굴 앞 한강 자전거길에서 시작이다. 샥이 없는 자전거만 타다가 말랑한 샥이 앞뒤로 달린 산악자전거로 출발하려니 지니님이 약간 당황한다. 일단, 샥에 익숙해지도록 락아웃을 반잠금 상태로 세팅해주고 출발한다. 최신형 풀서스펜션 자전거들은 바빙(샥에 의한 꿀렁임) 제어가 충분하기 때문에 샥을 완전히 잠그지 않아도 도로 주행에 큰 문제가 없다.
암사 토끼굴에서 한강 상류 방향으로 출발하면 얼마 안 가서 과속방지턱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별명이 붙은 암사고개가 나온다. 물론, 해발 1000미터 이상의 고개를 넘어 다니는 지니님에게 암사고개는 고개라 하기도 부끄럽다. 암사고개를 오르내린 후 다시 싯포스트 높이를 맞춰준다.
얼마 안 가서 서울과 하남의 경계를 지난다. 불혼바에 익숙해져 있어서 일자바에 적응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앞뒤 샥에 의한 꿀렁임(바빙)도 거의 없으므로 샥의 움직임에도 금방 적응했다. 브레이크 레버 각도만 다시 조절해준다.
팔당대교 입구의 오르막도 힘든 경사도는 아니지만 헤어핀 부분에서 지니님이 27.5인치 큰 바퀴 자전거의 코너링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워낙 작은 바퀴(451)만 타다가 갑자기 큰 바퀴(650b)를 타서 그런 것 같다. 타다 보면 점차 익숙해질 것이다.
팔당역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 달리면 곧 팔당역이다.
능내역을 지난다. 지금까지는 노면이 깨끗한 곳이 대부분이라 산악자전거로서의 매리트는 거의 없다. 6kg대 자전거를 타다가 가벼운 편이라고 하지만 10kg이 넘는 산악자전거를 타는데도 생각보다 잘 나간다고 한다. 맞바람이 심한 구간이므로 객관적인 속도 비교는 힘들다.
밝은광장에는 카페 겸 유인인증센터가 있다. 곧 제주도를 다녀올 예정이니 인증센터에 들러서 제주도 추가 속지를 받아서 수첩에 붙인다. 커피도 한 잔 하면서 쉬어간다.
지니님과 나의 산악자전거인 2016년식 오베아 오이즈27과 2006년식 스페셜라이즈드 엔듀로... 보고 있자면 10년의 세월 동안 산악자전거의 많은 부분이 발전했음을 느낀다.
이제부터는 북한강 자전거길이다. 남한강 자전거길보다 노면이 안 좋은 곳이 많아지지만 풀서스펜션 산악자전거에게는 별 차이가 없다.
아직 남아있는 마지막 벚꽃길을 달린다. 오후 늦게 비가 온다더니 북한강 자전거길부터는 날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경춘선 자전거길과 만나는 샛터삼거리를 지난다. 사실 경춘선 자전거길을 통해서 올라가려다가 밝은광장 유인인증센터에 들르고 싶어서 남한강 자전거길로 온 것이다.
대성리 입구에서 잠시 편의점에 들러 수분을 보급한다. 가평까지 앞으로 25 km 정도 남았다.
대성리 관광지 캠핑장 옆길은 자전거길의 노면이 그리 좋지 않아서 미니벨로로는 달리기 싫은 구간이지만 산악자전거로는 비단길일 뿐이다.
청평읍내를 지난다. 상천리 쪽에는 벚꽃이 막 지기 시작하는 시기인데 벚꽃 축제가 열렸다.
상천리를 지나 색현터널을 지나면 계속 내리막을 달려서 목적지인 가평읍내로 들어갈 수 있다.
가평에 와본지 꽤 되었는데 자전거로 다시 와보니 가평역 앞 자전거길이 완전히 정비되어 있었다. 노면이 엉망인 길을 달리게 해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다.
가평이 종점인 이유는 가평 터미널 근처에 지니님이 좋아하는 닭갈비집이 있기 때문이다. 2시 반, 조금 늦은 점심을 먹는다. 자전거를 타고 달린 후의 맛있는 식사는 우리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므로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
날이 잔뜩 흐려져서 곧 비가 내릴 것 같다. 편하게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서 오후 3시 47분에 출발하는 경춘선 ITX-청춘을 미리 예매해놓았다. 다시 자전거길로 돌아가서 가평역까지 달린다.
경춘선 ITX-청춘은 1번 객차와 8번 객차에 자전거 거치대가 각각 4개씩 있다. 일부러 8번 객차를 고집하는 이유는 자전거 지정석에서 자전거 거치대의 자전거가 잘 보이기 때문이다. 1번 객차는 자전거 거치대를 등지고 앉기 때문에 자전거를 확인하기 힘들다. 기차를 타고 가평에서 왕십리까지 40여 분만에 돌아온다.
암사에서 가평까지 70km 정도를 달리면서 자전거에 많이 익숙해졌다. 포장이 된 자전거 도로가 대부분인 코스를 달렸지만 지니님은 처음 겪어본 타이어의 저항감이나 달라진 피팅 때문인지, 혹은 긴장 때문인지 근육에 힘이 더 들어간 것 같다고 한다.
처음 시승의 소감은 이전 자전거보다 몸에 훨씬 더 잘 맞는다는 것이니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1. 10.5kg의 경량 XC 풀서스펜션 자전거이므로 도로에서도 충분히 잘 달려준다.
2. 앞뒤의 서스펜션에 의한 힘 손실은 크지 않으며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부드럽게 충격을 완화해준다.
3. 오베아 오이즈27에 장착된 DT Swiss X1900 휠의 성능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4. S사이즈 프레임은 제조사 권장 사이즈가 155~170cm로 되어 있지만 탑튜브가 생각보다 높기 때문에 165 cm 이상이어야 불편함이 적을 것이다.
5. 레이스페이스 라이드 싯포스트(350mm)가 장착되어 있는데 지니님은 장착 한계선에서 1~2 cm 정도 여유가 있다. 권장 신장 이내라도 다리가 긴 체형의 사람은 400mm 이상의 싯포스트로 교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6. XT8000 구동계 + XTR 뒷 변속기의 장착은 변속 작업을 크게 줄여준다. 스프라켓이 42T까지 있으므로 어지간한 도로에서는 2단(34T) 체인링 만으로도 충분하다. 1단 체인링은 임도나 싱글에서 사용할 듯하다.
7. 다음 날 팔과 어깨에 약간의 통증이 있지만 이는 피팅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처음 타면서 적응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풀서스펜션 산악자전거에 적응하기 위해서 일단은 한강 자전거길에서 달려보았다. 자전거와 사람이 서로 길들여져야 하는 것이다. 다음번에는 로드바이크로는 올라가기 어려운 언덕길이 포함된 코스와 약간의 비포장이 있는 평지 위주의 코스를 달리면서 길들이기를 진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