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기어비의 기초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자전거 구동계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한다.
자전거에 대한 지식적인 측면에서 초보자 수준을 벗어나고자 한다면 자전거의 구동계와 기어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자전거 기어비를 안다는 것은 자전거 응급처치 정도의 지식 수준을 넘어서 자전거를 '잘' 타는 방법을 아는 첫 단계이다.
자전거의 구동계는 사람의 힘을 바퀴를 굴리는 회전력으로 바꾸는 시스템이다. 최초의 자전거는 현대의 유아용 자전거처럼 구동계라는 것이 없이 바퀴가 달린 목마 같은 것 위에 올라타고 두 다리로 땅을 박차고 달리는 것이었다.
자전거가 발전함에 따라서 현재와 같이 체인을 이용한 동력 전달 시스템이 장착되고 변속기와 제동장치가 개발되어 현재와 같은 구동계가 완성되었다.
구동계는 두 개의 톱니바퀴와 그 사이를 연결하는 체인이 가장 기본적이다. 크랭크 암에 물려있는 앞 톱니바퀴는 체인링, 뒷 바퀴에 물려있는 뒷 톱니바퀴는 스프라켓, 스프라켓의 낱개는 코그라고 한다.
톱니바퀴의 이빨은 영어로도 teeth라고 하며 톱니바퀴의 수를 나타낼 때도 teeth의 줄임말인 T로 나타낸다.
페달을 살짝 돌려서 체인링의 톱니가 한 칸 움직이면 체인에 맞물려 있는 스프라켓 코그의 톱니도 한 칸 돌아간다. 따라서, 32개의 톱니를 가진 32T 체인링과 32T 스프라켓을 사용할 때 32T 체인링이 1바퀴 돌아가면 체인으로 맞물려져 있는 32T 스프라켓도 1바퀴 돌아간다. 즉, 페달을 한 바퀴 돌리면 스프라켓도 한 바퀴 돌아가면서 스프라켓에 맞물린 뒷바퀴도 한 바퀴 돌아간다. 체인링 32T / 스프라켓 32T = 기어비 1.00이 된다. 이는 페달을 1바퀴 돌리면 뒷 바퀴가 1바퀴 굴러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스프라켓 코그가 32T의 절반인 16T라면 어떻게 될까?
32T 체인링을 한 바퀴 돌리면 16T 스프라켓은 체인이 32번 물릴 것이니 두 바퀴가 돌아가게 된다. 이때 뒷 바퀴도 두 바퀴 돌아가게 되므로 32T 스프라켓보다 2배의 거리를 가게 된다. 체인링 32T / 스프라켓 16T = 기어비 2.00이 된다. 페달 1바퀴에 뒷 바퀴가 2바퀴 굴러가는 것이다.
따라서, 바퀴 둘레의 길이를 2미터라 하면 기어비 1.0인 32T-32T일 때는 페달을 한 바퀴 돌려 2m를 갈 것이고 기어비 2.0인 32T-16T일 때는 페달 한 바퀴에 4m를 갈 것이다. 바꿔 말하면, 같은 속도로 페달을 돌릴 때 기어비가 두 배면 두 배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더 큰 체인링과 더 작은 스프라켓을 장착하면 더 빨리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사람의 다리 힘에는 한계가 있으니 자신의 효율을 넘어서는 높은 기어비를 사용하면 힘이 많이 들고 다리 근육들이 쉽게 지치게 된다. 반대로 기어비가 너무 낮으면 동력이 제대로 발생하지 못하고 체력의 낭비만 생긴다. 상황에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기어비를 찾아서 목적지까지 지치지 않고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1분당 90번(90 rpm) 페달링을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오르막길에서는 60 rpm정도를 유지하도록 하면 좋다고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차이가 있으므로 자신이 유지하기 좋은 기어비와 페달 회전수로 달리면 된다. 다만, 너무 높은 기어비의 페달링은 무릎 관절을 혹사시키게 되므로 가볍고 경쾌한 페달링이 무릎 건강에 좋다.
이렇듯 효율적인 기어비를 찾아서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구동계에 변속장치가 도입되었다. 정지된 상태의 자전거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기어비가 필요하며 속도를 가속하려면 단계적으로 더 큰 기어비로 변속해야 한다. 반대로 오르막길을 효율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낮은 기어비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기어비를 가진 구동계와 정교한 변속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기어비는 애매한 기준이다. 그 이유는 기어비는 페달의 회전수와 바퀴의 회전수 만을 나타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기어비가 같더라도 바퀴의 크기가 다르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바퀴가 작은 미니벨로와 바퀴가 큰 로드바이크의 기어비를 똑같이 놓고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퀴 크기가 서로 다른 자전거의 기어비를 비교한다면 1 페달링 시의 자전거의 이동거리나 기준 조건으로 비교를 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 나는 보통 90rpm시의 속도를 기준으로 한다. 이 부분을 포함해서 기어비에 대한 좀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설명하기로 한다.
구동계,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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