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석파령, 덕두원리 임도
2016년 5월 28일 - 춘천
우리나라에서 산이 많은 곳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강원도를 떠올린다. 강원도는 산이 많은 만큼 산림을 관리하기 위한 임도가 많아서 XC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곳이다. 전국의 산들이 5월 15일까지는 산불 방지를 위한 입산 통제 기간이니 5월 하순부터 본격적인 강원도 임도 라이딩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강원도에서도 서울에서 가까운 춘천 쪽으로 임도 라이딩을 다녀오기로 한다. 춘천의 덕두원리에서 시작해서 당림리를 지나 북배산 근처로 올라가는 임도는 2년쯤 전에 혼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지니님과 함께 간다. 길은 대충 알지만 임도의 다른 입구로 올라가서 시간 되는대로 타다가 내려올 예정이라 2년 전 춘천 280 랠리 GPS 자료를 가져간다. 280 랠리는 전체 280 Km의 임도+도로 코스를 제한 시간 내에 완주하는 산악자전거 경기로 매회마다 다른 지역에서 열리면서 거리가 어마어마하게 긴 만큼 개최지 임도 코스의 종합 선물세트가 되기 때문에 임도 라이딩을 할 때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280km를 하루에 다 돌 수는 없으니 그중에 일부인 덕두원리 쪽 임도를 올라가기로 한다. 내려오는 길은 여기저기에 있으므로 시간에 맞춰서 내려오면 될 것이다.
춘천은 경춘선 전철과 ITX 열차 덕분에 서울에서 쉽게 갈 수 있게 되었다. ITX 열차는 자전거 전용 좌석이 앞뒤로 4대씩, 총 8대의 자전거를 거치할 수 있는 열차이지만 자전거석을 예매하지 않고 자전거를 가지고 타는 얌체족들이 많다. 이번에도 역시나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들이 잔뜩 거치되어 있는데 다행히 승무원께서 미리 정리를 해 준 덕분에 우리가 예약한 자전거 거치대는 비어 있다. ITX 열차를 타면 왕십리에서 춘천까지 1시간이면 도착한다. 전철보다 비싸지만 편하고 빠르니 애용할 수밖에 없다.
남춘천역에 도착해서 출발하기 전,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 일단은 의암호 자전거길을 타고 의암호를 건너가기로 한다. 철길을 그대로 따라가면 호반교가 나타난다. 호반교부터 자전거길을 따라서 의암호를 시계 방향으로 돌아서 의암댐을 건넌다.
춘천은 의암호와 소양호라는 두 개의 큰 호수가 있어 호반의 도시라고 불린다. 의암호의 아침은 조용하고 아름답다.
자전거길은 공지천교 근처의 의암공원을 지난다.
원래 길이 없던 곳에도 나무데크로 된 길이 생기면서 자전거길은 끊김 없이 계속 이어진다. 바로 옆 절벽 위에는 춘천 MBC 방송국이 있다.
왼쪽의 큰 섬은 중도이고 정면에도 작은 섬이 있다.
호수를 따라서 나무 데크길이 계속 이어진다.
삼천 선착장 쪽도 나무 데크길이 이어진다.
호반의 도시라 그런지 낚시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나름 유명한 스카이워크도 지나가지만 들르지는 않는다.
하필이면 스카이워크에서 의암댐 가는 길이 공사로 통행이 금지된다. 여기서 1km만 더 가면 의암댐인데 빙 돌아가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우회로인 경춘로는 차들이 워낙 고속으로 달리니 중간에 있는 의암터널을 통과하는 것이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고민하다가 의암터널 옆의 팔미천을 따라 우회하기로 했는데 여기엔 길도 없다. 자전거를 들고 끌면서 길이 없는 곳을 돌파해서 팔미천 제방을 건너간다.
결국 공사구간을 우회하면서 상당히 시간이 지체되었다. 간신히 의암댐의 우안으로 건너간다.
이제 북한강 자전거길을 잠깐 따라가다가 덕두원리 쪽으로 들어간다.
임도 입구라 생각되는 곳에 도착했는데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은 것 같은 수풀이 무성한 임도가 나타났다.
자전거를 끌고서 경사도 심하고 가시덤불이 많은 길을 한참을 올라갔는데... 이 길이 아니었다. GPS 위치 오류로 잘못 본 것이다. 여기서도 시간을 꽤 허비한다. 지니님은 여기저기 가시에 생채기가 난다. 역시 긴팔 긴바지를 입혀야 하나....
원래의 임도 입구로 돌아가니 우리가 원했던 부드러운 흙길과 시멘트 포장길이 펼쳐진다.
길 가에는 내가 좋아하는 산딸기가 가득 피어있어 조금만 따먹는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알이 굵은 산딸기가 여기저기 열려있다.
잘못 들어간 길에서 체력 낭비가 심했다. 임도를 올라가다가 중간의 헤어핀 코스에 쉼터가 있길래 잠시 쉬어간다.
원래 춘천의 임도들은 이렇게 관리가 잘 되어 있다. 깨끗한 임도길이 기분 좋게 이어진다.
계속 오르막이지만 가파르지는 않은 길을 한참 올라간다.
그리고 춘천의 옛 관문인 석파령에 도착한다.
령이라는 이름 그대로 고갯길로 산을 넘었다. 이제부터 당분간은 첩첩산중이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힘들어서 그런지, 지니님이 계속 땀이 많이 나고 목이 마르다고 한다. 식수를 1.8리터를 가져오고 중간에 음료수와 식수 보충도 했는데도 부족할 것 같다. 사실 여름에는 나 혼자서도 식수를 2리터 이상 마신다. 다음에는 조금 더 챙겨 와야겠다.
첩첩산중 숲 밖에 안 보이는 임도를 계속 달리다가 긴 오르막의 끝에 계관산 가는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다시 고개를 넘어가게 된다.
이제 산비탈이 오른쪽에 있다. 이쪽은 숲이 울창해서 그늘이 짙기 때문에 시원하다. 예정대로라면 정오에는 이쪽으로 왔어야 했지만 산악 라이딩에서는 예정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으니 어쩔 수 없다.
나무 터널을 시원하게 달리다 보면 금방 임도 정상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채종원이라는 다양한 나무들을 심어서 보존하는 국유림이 있다. 북배산 쪽으로 임도는 계속 이어지지만 슬슬 복귀할 시간이 되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타기로 한다.
채종원에서 조금 경사가 가파른 비포장길을 내려간다.
채종원을 나와서 포장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 임도 올라갈 때 지나갔던 길과 다시 만난다.
왔던 길을 돌아가면 다시 공사구간 때문에 빙 돌아가야 하니 그냥 북한강 자전거길로 신매대교를 건너서 춘천역으로 가기로 한다.
춘천의 북쪽 관문인 신매대교가 보인다.
신매대교를 건너서 소양2교를 지나면 곧 춘천역이다.
소양강 처녀상을 지나서 저녁 6시 20분 열차시간에 맞춰서 춘천역에 도착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전거를 들고 끌고 개천을 건너고 가시덤불이 헤쳐 다니게 된 하루였다. 들멜끌(들고 메고 끌고)은 산악자전거를 타는 데에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실, 나와 함께 다니면 도로용 자전거로도 들거나 끌고 다닐 때가 많아서 그런지 지니님은 익숙한 듯하다.
당분간은 오늘처럼 부드럽고 좋은 임도를 위주로 가평이나 춘천 쪽의 임도를 다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