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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Sep 26. 2016

존과 지니의 스페인 지중해 자전거 여행 2

세비야, 지구 반대편에서 연인을 만난 곳

2016년 9월 10일 - 세비야에서 지니님과 만나다.


낡은 3성 호텔에서 잘 잤다. 스페인은 해가 늦게 뜬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나라인 스페인은 우리나라보다 7시간 늦은 단일 기준시를 쓰는데 서쪽의 세비야든 동쪽의 바르셀로나든 아침 8시는 되어야 해가 떴다. 어쨌든 세비야의 첫 아침이 밝았다.


3성 호텔이라 그런지 혼자 자는 싱글룸치고는 비싼 60유로를 지불했지만 조식이 포함된 가격이다.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퀄리티가 좋은 조식 부페를 양껏 먹는다. 조식 부페가 아니면 빵쪼가리 만으로 아침을 때워야 한다고 누누히 들었던 데다가 나는 서양식 호텔 조식을 좋아하니 골고루 잔뜩 먹어치운다.


오늘은 세비야 시내를 적당히 돌아다니다가 세비야에 들어오는 지니님을 마중나가는 것이 내 일정의 전부이다. 출발하기 전, 내 방에 있던 세비야 관광지도를 대충 본다. 뭐가 잔뜩 나와있지만 꼭 가야할 곳 중에 자전거로 들어갈 수 있는 곳만 들르기로 한다.


처음 오는 곳이니 당연히 길을 제대로 알고 다닐 수 없으니 일단 강변으로 나왔다. 이 물줄기는 세비야 서쪽을 흐르는 과달키비르강의 알폰소 13세 운하(Canal de Alfonso XIII)이다. 건너편에 독특한 고층건물이 보이는데 세비야 타워(Torre Seville)라는 복합 사무 공간이라고 한다.


운하에는 당연히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운하 옆의 자전거길을 따라서 내려가다보면 관광 포인트 중 하나인 황금의 탑(Torre del oro)이 나타난다. 탑을 만든 재료가 햇빛에 화사한 노란색으로 보여 황금같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원래 목적은 과달키비르강의 감시탑이었는데 중세에는 감옥으로 쓰였다고 한다.


황금의 탑 근처에는 크리스티나 가든(Jardines del Christina)이 있다.


크리스티나 가든부터 이 근처에는 관광객을 태우는 마차들이 보인다.


근처에 지상 전철도 돌아다닌다.


시내로 조금만 들어가면 세비야 대성당이 있다. 관광 명소들이 근처에 모여 있으니 구경하긴 편하다. 근데 하필이면 세비야 대성당이 외부 보수 공사 중이다. 느릿느릿 조심해서 공사하기 때문에 한 번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몇 년은 걸린다고 한다.


대성당 주변을 천천히 걸어서 둘러본다.


뭔가 멋지고 높은 탑이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히랄다 탑(La Giralda)이다. 철자는 G로 시작되지만 스페인어에선 G가 ㅎ 발음이라 히랄다로 읽어야 한다. ㅈ로 읽으면 곤란하다.


세비야 대성당 옆, 승리의 광장(Plaza del Triunfo)에서 히랄다 탑을 느긋하게 감상한다.


근처의 마차들이 관광객을 태우고 어디론가 가기에  좋은 곳으로 가겠거니 해서 슬슬 따라가 보았다.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마부가 신이 났는지 멋지게 한 곡조 뽑는다. 따라가면서 듣는 나도 즐거워진다.


마차는 황금의 탑을 지나서 산 텔모 궁전을 향한다. 잠시 산 텔모 궁전에 멈춰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번엔 한 무리의 자전거 투어 관광객들이 나타난다.


궁전 구경하느라 아까 그 마차는 놓쳤지만 다른 마차들이 계속 나타나니 아무 마차나 또 따라간다. 이번엔 공원 옆으로 달리다가 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이 공원은 마리아 루이사 공원(Parque de Maria Luisa)이라고 한다.


마차가 향하는 곳에 무언가가 있다.


숲에 가려져 있던 시야가 갑자기 탁 트인다.


세비야에서 반드시 다녀와야 할 명소라 할 수 있는 스페인 광장이다.


양 옆에 히랄다 탑을 닮은 탑도 하나씩 있다.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도 많다. 그 중에는 부부가 함께 온 사람들도 보인다. 나도 내일은 둘이 함께 올꺼다!


공원의 나머지 부분도 적당히 둘러보고 슬슬 나간다.


스페인의 어지간한 대도시에는 공영 자전거가 잘 되어 있다. 이곳 세비야도 마찬가지이다. 자전거 상태도 관리가 잘 되어 있다.


시내에서 헤매다가 자전거길을 타고 빠져나온다. 인라인을 타는 아이들이 올라! 인사한다.



나머지 관광 명소를 둘러보려면 운하를 건너가야 한다. 세비야 타워가 있는 운하 건너편 섬을 카튜하 섬이라고 한다.


세비야 타워에서 북쪽으로 조금 가면 카투하 수도원이 있다. 어쩌다보니 뒷문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신혼부부로 보이는 사람들과 사진사가 화려한 문 앞에서 사진을 찍길래 나도 찍어본다. 모델이 없으니 자전거나 놓고 찍는다.


이곳이 정문이다. 정문 옆의 조형물이 기괴하다.


뒤쪽의 정원도 둘러봤지만 별다른 것은 없다.


정원 맨 구석진 곳에서 지도에서 봤던 것과 가장 흡사한 형태로 본당 건물이 눈에 들어오길래 한 번 찍어본다.


다시 운하를 건너 시가지로 들어오기로 한다. 오는 길에 이슬라 마히카(마법의 섬)이라는 놀이공원에 아이들이 몰려 들어간다.



이번에는 덩어리 탑(La Torre de los Perdigones)에 들러본다. 이 탑은 1940년에 세워진 납 공장의 일부분으로 납이 식어서 덩어리(Perdigones)가 되도록 하는 장치라고 한다. 큰 의미가 있는 탑인줄 알았더니...


세비야 성벽도 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이제 슬슬 지니님을 마중나갈 시간이다. 원래 지니님과 오후 4시 쯤, 버스터미널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오후 1시 반이다.


혼자 다녀봐야 심심하기만 하다. 4시까지 기다리느니 내가 지니님이 내려올 방향으로 올라간다.


Camas라는 작은 동네 입구에서 지나가는 말들을 보며 기다리고 있으니 지니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예상했던대로 N-630 국도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 아직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맞은 편으로 가면 서로 엇갈릴 수 있으니 나는 역방향으로 자전거를 끌고 인도로 걸어간다.


위의 마을인 Santiponse를 지나서 큰 로터리 구석에서 기다리니 지니님이 지나가길래 얼른 불러 세운다. 내가 부르니 같이 경적을 울려준 지나가던 센스 좋은 자동차 아저씨에게 고맙다.


첨보는 헬멧에 예전에 입던 런닝복을 입고 배낭을 맨, 새카맣게 탄 지니님과 드디어 만났다. 왜 이런 차림인지는 지니님의 산티아고 은의 길 이야기에 자세히 나올 것이다.


800km의 강행군 막바지인지라 지친 지니님을 앞장세우고 내가 걸어왔던 길을 다시 역으로 천천히 달린다. 둘이 달리니 좋다.


Santiponce 입구에 자전거 모양의 상징물이 서있다.


점심을 못 먹었더니 배가 고프다. 아까 내가 기다리던 Camas 마을의 바에 들러서 함께 타파스를 먹는다.


오징어튀김과 방송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마늘 새우 볶음으로 간단히 요기를 한다.


세비야에서 내가 나온 경로는 비포장길과 오르막이 있어서 힘들다. 가장 쉬운 길로 예상되었던 경로인 자전거길로 간다. 가는 길에 새끼고양이 무리들이 자동차 밑에서 우릴 쳐다본다.


세비야 타워가 보인다. 과달키비르강을 건너서 카투하섬으로 들어가고 있다.



드디어 우리가 만나기로 했던 버스터미널 앞에 도착했다. 버스터미널 앞에서 만나려 했던 이유는 내일 알메리아(Almeria)로 가는 버스표를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버스표를 끊고 예약한 숙소인 3성 호텔에 도착한다. 체크인하고 짐을 두고 나온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지니님의 은의길 완주를 기념하기 위한 인증샷을 찍으러 가자. 오늘 하루 구석구석 돌아다녀서 이미 세비야 중심가 길은 빠삭하다. 지니님과 함께 일단 세비야 대성당에서 인증샷!

... 성당이 공사 중이라 별로 멋지질 않다.


그래서 히랄다탑 앞에서 인증샷!

...역광이라 조금 아쉽다.


알카자르 궁전 입구에 갔더니 사람들이 뭔가 찍고 있다.


히랄다탑과 세비야 대성당을 배경으로 다시 인증샷 한 번 찍어준다. 조금 아쉽지만 일단 이 정도만 하자. 


이제 배가 많이 고프다. 저녁으로 무얼 먹을까 하다가 지니님의 은의 완주를 축하하기 위해서 좀 비싸도 맛있어 보이는 승리의 광장 바로 중심에 있는 식당의 테라스에 앉는다. 간단하게 이집의 코스 메뉴 곱배기 2인분을 주문한다. 전식으로 하몽  이베리코 2인분, 메인으로 연어 구이와 소꼬리찜 하나씩 주문한다. 소꼬리찜은 소꼬리로 우리나라의 갈비찜 같은 느낌의 요리가 나왔다.


그리고 마무리로 후식까지 해치운다.


스페인은 물도 공짜로 마실 수 없다. 목이 말라 물을 두 병 주문했더니 좀 비싼 집이여서 그런지 물 한 병에 2.7유로가 나왔다. 총 73유로가 나왔지만 맛도 좋고 야외에서 자전거를 바로 근처에 두고 해 저무는 히랄다탑을 가장 가까이서 보면서 먹을 수 있는 곳이니 자리값이라 생각한다.


자전거를 슬슬 끌고 숙소로 돌아와서 쉰다.



드디어 지니님과 만났다. 우리의 지중해 자전거 여행은 알메리아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내가 세비야까지 올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처음부터 힘들게 시작한 은의 길 여행 끝에 내가 기다려주면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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