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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Sep 17. 2016

존과 지니의 스페인 지중해 자전거여행 1

비행기 세 번 타고 세비야로

9월 8일 목요일


드디어 여름 휴가를 간다. 지니님은 이미 일주일 전에 먼저 출발해서 스페인 은의 길을 달리고 있는 중이다.

https://brunch.co.kr/@skumac/201


나는 지니님만큼 휴가를 길게 쓸 수가 없어서 이제 출발한다. 얼른 지니님을 만나러 가야지...


저녁 먹고 출발해서 검암역 근처에 주차를 한 후에 자전거와 자전거를 포장할 박스를 가지고 공항 가는 전철을 탄다. 바르셀로나행 카타르 항공 비행기는 새벽 1시 20분에 출발하니 시간에 여유가 많고 늦은 시간에 공항으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전철이 텅텅 비었다.


인천공항역 개찰구에서 나오면 카트가 줄줄이 서있다. 근처에서 자전거를 포장한다. 먼저 접어서 가지고 온 자전거 박스를 다시 만든다. 친절하게 좋은 박스를 준비해 준 회사 근처 자전거 가게가 고맙다.


꽤 큰 박스를 구해왔지만 미니벨로라고 해서 그냥 쑥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뒤 바퀴와 안장을 떼고 핸들을 굽혀서 박스에 들어가기 좋도록 부피를 줄인다.


함께 준비해온 완충재에 둘둘 감아서 넣어준다. 중요한 점은 뒷 변속기에 완충재를 충분히 감아주고 바퀴를 자전거 구동계가 있는 오른쪽에 넣어서 변속기 쪽을 충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어야 운송 도중에 자전거가 망가지지 않는다.



커다란 자전거 박스는 보내는 곳이 따로 있다. 카타르 항공 카운터에서 발권을 한 후, 큰 짐 부치는 곳에서 자전거 박스를 보내면 된다.



내가 타고 가야할 비행기이다. 인천공항에서 가장 늦게 출발하는 비행기이다보니 이 비행기를 탈 사람들 외엔 사람이 거의 없다.


비행기는 말 그대로 밤새 날아간다. 히말라야를 넘어 한참을 날아가니 화려한 도시, 두바이가 아래로 보인다.


하늘에 살짝 여명이 보일 때 쯤,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하마드 국제 공항에서 3시간 정도 기다려서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일찌감치 바르셀로나행 게이트에 가서 기다린다. 이미 해가 뜨고 날이 환해졌다.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 탄다.


이륙한 비행기는 모래 밖에 보이지 않는 사막을 지나 이집트 카이로에서 지중해와 만난다. 이집트는 다음에 스쿠바 다이빙을 하러 가기로 했다. 비행기에서만 봐도 숨이 콱콱 막힐 듯이 황량한 것이 자전거 타러갈만한 곳으로 보이진 않는다.


한참 동안 날아서 지중해를 건넌다.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가 보인다.


드디어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한다.


카타르 항공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기내식이 입맛에 조금 안 맞는 것과 기내 영화 중에 한국어를 지원하는 영화가 많지 않다는 것만 뺀다면 말이다. 그래도 새벽 1시 20분 출발에 유럽에 현지 시간으로 오전에 도착할 수 있으니 일정에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과 자전거 싣는 비용이 무료(캐리어 1개 취급)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세비야에 가는 스페인 국내선 티켓은 따로 끊었으니 자전거를 찾아 나와서 다시 보내야 한다. 특수수하물이 나오는 곳이 양쪽 끝에 하나씩, 두 군데가 있다고 해서 먼저 눈에 띈 3E번으로 갔는데 사람도 수하물도 없다.


14E번 수하물 찾는 곳으로 가니 내 자전거 박스가 마침 쓱 나온다. 운송 중에 충격을 받았는지 페달이 박스를 뚫고 삐져나와 있었는데 자전거가 괜찮을려나 모르겠다.


자전거 박스를 카트에 싣고 입국장으로 나와서 한 층 올라간 후에 세비야까지 가는 국내선을 예약한 부엘링 카운터에서 다시 보낸다. 터미널 건물이 두 개로 나눠져 있어 부엘링이 아닌 다른 국내선은 셔틀버스를 타고 다른 터미널로 가야 한다.


출발까지 3시간 정도 남았다. 출발 게이트 근처의 바에서 맥주 한 잔과 샌드위치로 간단히 요기를 한다.


발권한 표에 쓰여진대로 B27번 게이트에서 기다리는데 뭔가 이상하다. 세비야행이 아닌 빌바오행 비행기가 출발한다고 한다.


비행기 일정표를 확인하니 내가 탈 세비야행 비행기는 B31로 바뀌어 있다.


근처에서 조금 기다리니 조그만 비행기가 들어온다.


비행기에 실을 수하물을 운반하는 차가 나타난다.


맨 뒤에 내 자전거 박스가 잘 실려있다.


국내선 좌석은 정말 좁고 불편했다. 그래도 1시간반 정도만 날아가면 되니 다행이다. 세비야 공항에 도착하니 마침 내 자전거박스가 특수수하물 찾는 곳에서 쑥 나온다.


자전거를 조립한다. 다행이 망가진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하루가 넘게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스페인 세비야에 도착했다.


슬슬 해가 저물 시간이다. 정열의 대명사인 이베리아 반도의 석양이 진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기 실어서 샛길로 빠졌더니 비포장길이다...


포장도로로 빠져나왔더니 도로 옆에 이 도로에서 사망한 누군가의 묘비가 있다. 조심해야지...


예약한 숙소에 가려면 세비야 시내를 거의 관통해야 한다. 다행히 자전거 도로를 만나서 살살 따라간다.



세비야를 비롯한 스페인의 도시들은 좁은 일방통행길이 많고 돌 블럭이 깔린 도로도 많아서 적응이 안 된다. 어쨌든 무사히 숙소에 도착한다.


3성 호텔의 싱글룸인데 오래되고 낡아서 그런지 2성급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더럽거나 불쾌한 부분은 없다.


저녁을 먹어야 하니 숙소 앞으로 나온다. 작은 광장과 큰 백화점이 있는 세비야의 중심지이다.


숙소가 잘 보이는 카페테리아에서 시저 셀러드와 포도주 한 잔으로 저녁을 먹는다. 한국 사람은 밥힘이라지만 나는 종종 셀러드로 식사를 떼우기도 해서 이런 식사에 익숙하다. 싱싱한 야채가 먹고 싶었으니 맛있게 먹는다.


이번 스페인 지중해 자전거 여행은 알메리아(Almeria)에서 시작하지만 세비야까지 온 이유는 지니님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지니님은 내일 마지막 산티아고 순례길 루트인 은의 길(La plata)을 일주일 동안 달려 세비야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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