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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Oct 03. 2016

존과 지니의 스페인 지중해 자전거 여행 5

바람이 마중해 준 카르타헤나

9월 13일 - 언덕 넘어 카르타헤나까지


하룻밤 묵은 Hostal Manolo에서 아침을 먹는다. 조식은 1인당 3 유로이다.  생오렌지를 바로 착즙한 오렌지 주스와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탄 코르타도, 그리고 살짝 구워 바삭한 토스타다에 버터를 바른 것이 전부이다. 저렴하고 조촐하지만 퀄리티는 좋은, 지니님이 좋아하는 아침 메뉴 구성이다.


아침을 서둘러 먹고 일찌감치 출발한다. 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높은 언덕 두 개를 넘어야 한다.


일찍 서둘렀더니 아직 한참 해가 떠오르고 있다.


몇 개의 마을을 지나고 계속 해안을 따라서 도로가 이어진다.


중간중간 특이한 구조물들이 보이지만 스페인 남부는 어디든 성, 망루, 오래된 집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바닷가를 따라서 계속 달리다가 로터리에서 RM-333번 도로와 만나면 이제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무르시아 지방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조금 큰 마을인 Aguilas가 보이기 시작한다. 언덕을 넘기 전에 Aguilas에서 보급을 할 생각이다.


해변 쪽이 가격이 조금 더 비싸도 경치가 좋으니 해변 쪽에서 간식을 먹기로 한다. 아무래도 호스텔에서 먹은 빵 한 조각으론 에너지가 부족하다.


사람이 적당히 모여 있는 바에 들어가서 음료수와 함께 토스타다 콘 하몽을 먹는다.


배도 채웠으니 슬슬 오늘의 첫 번째 오르막길을 오르러 간다.


한참 평탄한 길을 달리다가 갓길에서 유리조각을 밟아서 내 자전거에 펑크가 났다. 어느 작은 마을의 지붕 있는 주차장에서 가져온 예비 튜브로 교체한다. 비상용으로 쓰는 작은 펌프로는 만족할만큼 공기압을 채우기 힘들다.

처음에는 평탄하던 길이 점점 경사가 심해진다. 슬슬 오르막의 시작인가보다.


양들이 보이길래 사진찍으러 잠시 멈췄더니 지니님이 저 멀리 가버린다.


정상에 올라가니 먼저 올라온 지니님이 내 사진을 찍어준다.


이렇게 이번 지중해 여행에서 가장 높은 해발 400m  언덕을 올랐다.


내려가야할 방향으로 풍경을 보니 아직 큰 도시는 흔적도 안 보인다.


지니님 먼저 내려보내면서 사진 좀 찍을랬더니 저만치 또 멀어져 버린다.


점심을 먹으려면 아직 10여 km는 더 가야 하니 내리막길의 갈림길에 있는 동네 바에 들어가서 잠시 쉰다. 주인 할머니가 구운 이상한 파이 같은 것이 눈에 띄여 하나 먹어본다. 시골의 낡은 바에는 보통 동네 노인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좀 시끄럽다. 평생을 같은 동네에서 산 사람들끼리 할 얘기가 그렇게 많은지 신기하다.




중간에 작은 언덕이 있다. 터널이 있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다행히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짧은 터널이었다. 터널 세 개 중에 좌측의 두 개는 고속도로용 터널이다.


Puerto de Mazarron 들머리에 있는 Mercadona 입구에 영국 아줌마가 하는 영국식 샌드위치집이 있기에 샌드위치와 베이컨 치즈 버거를 점심으로 먹는다.


일단은 해변으로 나와서 달린다. 해변에는 보통 자전거길이 있어서 일방통행이 많은 스페인에서 맘편하게 다닐 수 있다.


자전거길이 있다고 해도 상당수가 보도블럭 위에 선만 그어놓은 정도이다.


Isla Plana까지 해변을 잘 따라가다가 내륙으로 서서히 들어간다. 이제 오늘의 최대 고비인 두 번째 오르막이다.


길은 점점 산 속으로 들어가고 경사도 점점 급해진다. 지니님은 먼저 올라가서 보이지도 않는다. 한참을 올라갔더니 전망대에서 지니님도 지쳐 쉬고 있다.


전망대에서 가야할 길을 보니 차들이 급커브를 조심조심 내려오고 있다. 우리도 슬슬 출발한다.


급커브를 지나서 조금만 가면 정상이다.


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올라갔더니...


잠깐 내려가서 더 높이 올라가야 하는 2중 오르막이었다.



이제 진짜 정상이다. 해발 300m인데 경사가 있어서 그런지 아까 넘은 400m 급 언덕보다 힘들게 느껴진다.


정상 위의 식당은 점심 영업이 끝나 문을 닫았고 내리막을 조금 내려가면 나오는 바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쉰다.


 쉬고있는 도중에 언덕길을 열심히 올라가던 한국 자전거 여행자 김현욱님을 만난다.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눴는데 사진을 찍을 경황이 없어 남기지 못했다.


이제 힘든 고비는 다 끝나고 내리막길을 내려가야 하는데 점점 바람이 심해진다.


어찌나 바람이 심한지 내리막길 중간 로터리를 돌던 과일 실은 트레일러가 바람에 옆으로 넘어져 있었다.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우리를 자꾸 도로 안쪽으로 밀어낸다.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달릴 수 밖에 없다.


기후가 건조한 스페인에서 작은 강들은 대부분 비가 오지 않으면 강물이 없이 말라붙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강을 건너는 다리도 많지 않아서 강을 넘어가기 좋도록 경로를 짜야 한다.


카르타헤나 중심가로 들어왔지만 바람은 더욱 강해져서 야외 테이블의 의자들이 굴러가기도 한다. 빵집에 잠깐 들어가서 바람도 피하고 잠시 쉬면서 숙소를 찾는다. 그런데, 근처의 숙소를 구한다는 것이 이름이 거의 비슷한 시 외곽의 호텔을 예약해버렸다.


어쩔 수 없다. 그냥 시내를 가로질러서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NH그룹의 호텔 체인이 항구 근처에 하나, 시 외곽에 하나 있어서 헷깔렸던 것이다. 어쨌든 숙소에 잘 도착한다.


이호텔은 자전거를 주차장 내의 자전거 거치대에 보관하라고 한다. 투숙객들의 차량만 들어올 수 있는 출입문이 있어서 보안은 되는 곳이다.


NH 호텔은 새 건물이라 시설도 무난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카르타헤나 시내로 다시 걸어나온다. 강하게 불던 바람은 이제 잦아들었다.


무얼 먹을까 하다가 조금 가격대가 높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간다. 사람들이 많은 것이 나름대로 유명한 집인 듯하다.


화이트 와인과 스파게티, 파스타를 주문해서 잘 먹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주문할 때 sin sal(소금 빼고)을 외치지 않으면 엄청나게 짠 스파게티가 나온다는 것을 아직 몰랐다.


저녁을 먹고 해변가 절벽 위를 걸어서 돌아간다.


카르타헤나 정도 되는 도시라면 성도 하나씩 있다.


이제 초반의 큰 언덕 4개를 모두 넘었다. 하루에 언덕을 두 개씩 넘으면서도 꼬박꼬박 110km를 달렸다. 내일은 언덕이 없는 거의 평탄한 길로 알리칸테까지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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