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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Oct 05. 2016

존과 지니의 스페인 지중해 자전거 여행 6

발렌시아 지방에 진입하다.

9월 14일 - 카르타헤나에서 알리칸테까지


이번 호텔은 조식이 포함 안 된 가격이었다. 스페인에서 먹을 수 있는 아침으로 호텔 조식만큼 든든한 것도 없지만 호텔 조식값은 아침을 많이 안 먹는 지니님에겐  엄청나게  비싼 식사이다.


해뜨자마자 준비하고 나온 이른 아침이지만 시간 상으론 벌써 8시다.


마침 숙소가 시 외곽에 있으니 금방 시내를 벗어나게 된다. F-35번 도로를 쭉 따라간다.



La Aparecida라는 작은 마을의 식당에서 하몽 토스타다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동네 아저씨들 아침부터 모두 여기 모여서 시끌벅적하다.



적당히 배를 채우고 다시 달리는데 앞에 차들이 멈춰있다. 염소떼가 먼지를 일으키며 도로를 건너는데 모든 운전자들이 느긋하게 기다려준다.


낙오하는 녀석들은 목동 아저씨가 소리치면 깜짝 놀라서 얼른 따라붙는다.


도로 위에 먼지와 똥만 남기고 한 마리도 남김없이 무사히 건너갔다.


한참 동안 스페인의 넓은 들판을 보며 달린다.


Los Alcazares라는 마을도 지난다. 스페인은 기본적으로 운전자들이 자전거 이용객에게 우호적이고 차도 많지 않기 때문에 작은 도시에서도 자전거 타기가 쾌적하다.


어제 펑크가 한 번 났는데 작은 휴대용 펌프로는 공기압을 제대로 채울 수가 없었다. La Ribera 입구에 자전거 가게가 보이길래 들어가서 공기를 넣어달라고 부탁했더니 친절하게 넣어준다. 참으로 고맙다.


해변 쪽으로 나온 김에 간식을 먹고 가기로 한다. 이 앞의 바다는 거대한 석호라 할 수 있는 곳으로 파도가 특히 잔잔해서 요트 선착장이나 해수욕장이 많다.


근처 무르시아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는 것도 보인다.


해변가의 적당한 바를 골라서 간단히 먹는다. 게살과 마요네즈를 올린 샐러드가 맛있다.


스페인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견종도 꽤 다양하다. 옆 테이블에도 닥스훈트 한 마리가 있다.


배를 채웠으니 다시 출발한다. 오늘 달려야할 길은 대부분이 평지라 하지만 그래도 100km 이상 달려야 한다.


이제 스페인의 7번 국도라 할 수 있는 N332 국도를 타고 무르시아를 벗어나서 발렌시아 지방으로 진입한다. 발렌시아 지방이 스페인 지중해의 하이라이트라는데 바다 가까이로 가는 도로지만 바다가 잘 안보이는 애매한 위치이다.

Punta Prima라는 동네를 지나면 핑크색 호수인 Laguna Salada de Torrevieja 근방을 지나간다. 전세계에 7개 정도 있다고 한다.


약한 오르막길 꼭대기의 아치가 붙은 육교를 지나면 Guardamar del Segura이다. 근처를 흐르는 Segura 강에는 N332 국도보다 하류에서 강을 건널 다리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해변으로 가지 않고 계속 N332를 타고 간다.


습지대 자연공원인 Salinas Santa Pola를 지난다. 여기도 일부 고인 물들이 핑크색을 띄는데 영 지저분해 보인다.


슬슬 N332 도로가 지겨울 때 쯤, Santa Pola 시내로 들어간다.


날이 흐린데다가 바람도 점점 심해지니 여기서 잠시 쉬면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오늘 점심은 말 그대로인 오늘의 메뉴 - Menu del dia이다.


먼저 Fanta del limon과 샐러드를 먹는다. 보통Menu del dia는 음료, 빵, 전식, 메인, 후식의 세트 메뉴인데 몇 종류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여긴 샐러드까지 나오는 집이다.


전식으로 새우와 모듬 튀김이 나왔다.


메인으로는 빠에야가 나왔다. 빠에야는 발렌시아가 원조라고 하는데 여기도 일단 발렌시아 지방이다. 빠에야는 보통 2인 이상인데다가 만드는 시간이 30분 정도 걸리니 빠에야가 익는 동안 전식을 먹는 Menu del dia로 먹기 좋다. 


후식은 코르타도로 마무리한다.  나중에 다른 집들과 비교해보니 이 집 빠에야가 최고였다.


Menu del dia로는 조금 비싼 1인당 15유로의 식당이었는데 옆 테이블에 스페인 가족들이 생일 파티를 하러 올 만큼 친절하고 맛있는 집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시커먼 구름들이 함께 온 강한 바람에 밀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구름이 밀려나는 자리를 태양이 비춘다.


점심을 배부르게 잘 먹었으니 이제 다시 출발한다.


햇빛이 비치는 Santa Pola의 해변은 아름답다. 해수욕장이 계속 펼쳐진다.


마을이 있는 해변에는 차도는 없어도 보행로가 있는 경우는 많다. 자동차 여행으로는 보기 힘든 구석구석을 볼 수 있는 것이 자전거 여행의 장점이다.


해변을 따라서 Santa Pola를 나가면 마을 사이를 연결하는 샛길인 Camino del cabo로 계속 해안을 달릴 수 있다.


Camino del cabo는 그리 길지 않은 구간이지만 그 풍경은 이번 여행에서 손꼽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것이 발렌시아 지중해인가보다.


해안 도로의 끝에 알리칸테 시내가 보인다.


다시 만난 N332 도로를 따라서 알리칸테로 간다.


N332 도로에 차량 통행이 너무 많아서 중간에 철길을 넘어가기로 했는데 철길 건너는 막힌 곳이라 빠져나오는데 힘들었다.


알리칸테 시내에서는 자전거도로를 타고 가기로 한다.


항구 뒷 골목에 예약해놓은 숙소가 있다. 아...이런, 예약했던 숙소가 엄청 낡고 시설이 좋지 않은 곳이다. 심지어 변기 뚜껑도 없는 곳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일단 체크인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선다.


오늘은 일식을 먹기로 한다. 시내 쪽으로 몇 블럭 떨어진 곳에 일식집이 있어서 시내 구경을 할 겸 걸어간다.


모듬 세트를 하나씩 시켜 먹는다. 지니님 입맛에 선어회도 잘 맞는 것 같다. 옆 테이블의 서양인들이 캘리포니아롤에 양념이 얹어진 것만 먹으면서 날생선을 신나게 먹어대는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서양 사람들은 회를 잘못 먹는지 메뉴판에도 생선회 메뉴는 얼마 없지만 맛은 일본에서 먹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넉넉하게 먹고 돌아오는 길에 과일가게에서 오렌지를 몇 개 사온다.


오늘 숙소는 무려 침대가 3개나 있는 방이다. 여관 주인 아주머니도 아랍 사람인걸 보니 아무래도 아랍에서 오는 대가족이 싼 가격에 묵는 방인 것 같다. 시설이 낡고 침대도 불편하고 변기 뚜껑이 없긴 해도 지저분하진 않아서 일단 하룻밤을 보낸다.


자전거로 달린지 3일 째, 거리 상으로 330km 정도 달렸다. 오늘은 대부분이 평지인 길이었지만 차량 통행이 많은 국도를 많이 타서 그런지 힘들고 피곤하다.  예정대로 이틀 후면 500km 지점인 발렌시아에 도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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