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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Nov 11. 2016

지니의 까미노 은의길 자전거 여행 2

지니의 Via de la Plata (까미노 은의길) 자전거 여행 - 2일차


일정 : '16.09.06(화)

구간 : Barcial del Barco ~ Mozarbez

거리(당일/누적) : 135 km / 210 km



아침까지 알베르게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편안히 잠을 자고 얼마되지 않는 짐을 꾸려 밖으로 나섰다. 8시쯤 해가 뜨는 듯 했는데, 7시반에 나오면 이미 주위가 밝아질 준비가 되어 있다.

노란 화살표의 반대방향인 남쪽으로 계속해서 내려간다.


잃어버린 가방에는 바람막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통풍이 잘 되는 반팔 하나만 입고 달리니 아침 공기가 시렵다.

8시는 되어서야 동쪽에서 해가 떠오른다.


해가 어느 정도 떠오른 후, 중천에 가기 까지가 가장 달리기 좋은 온도이다. 일찌감치 나오니 도로 위에 차가 별로 없다.


고개를 숙인 여름 해바라기들이 들판에 그득하다. 강한 햇볕에 시들다 못해 검게 그을려버렸다.


N-630 국도는 나름 스페인의 남북을 잇는 주요 도로라 차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차가 거의 없었다. 차들은 근처의 고속도로 라인으로 모두 빠지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도로 유지보수가 잘 되지 않아 길이 매끄럽지 않은 구간도 있었는데, 아스팔트로 포장되있는 것만 해도 어디냐~ 차가 거의 없으니 말이다.!


해가 떠오를 수록 황금색 들판과 하늘의 그라데이션 색이 살아났다. 프랑스길에서 메세타 지역을 많이 못 누린 것이 아쉬웠는데, 여기에선 국도를 타면서도 그 못지 않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넘나 한결같아서 나중에는 조금 지겨워졌지만..ㅎㅎ


도로가 바로 근처에는 이런 비포장 농로가 있다. 아마 도보 순례자들은 이런 길로 다니겠지?


고속도로와 교차되는 지점에서는 무조건 고속도로가 평행으로 이어진다. 국도쪽이 고가도로로 넘어가거나 굴다리로 기어들어가거나.. 그래도 차가 별로 없으니 이 정도 업다운은 귀여운 수준이다.


들판에서 양들이 풀을 뜯어먹길래 사진 찍으려고 멈췄는데, 갑닥 주인 아저씨가 깡통을 팅팅팅 치니까 양치기 개들이 양들을 데리고 안쪽으로 일제히 이동한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는 깍두기들이 군데군데 놓여있다. 우리나라는 마쉬멜로우가 놓여져 있는데, 왜 모양이 다른걸까?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고 싶은데, 아무리 찍어대도 내 눈으로 보는 것 만큼의 드넓은 감흥이 묘사되지 않는다. 이래서 직접 가봐야 한다니까..^_^


아침에는 공복으로 달리는 것이 좋다. 당일 계획한 구간의 30-40% 거리를 달려야 밥을 먹고 싶은 안도감이 든다. 지나가다가 보인 작은 바 테라스에 앉았다.


스페인의 딱딱한 바게트 샌드위치. 오랜만이다, 보까디요.. 아직 오전이라 바에는 타파스가 거의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쵸리소가 들어간 보까디요를 선택했다. 목이 메여서 음료를 두 캔이나 마셨다.

스페인 북부지방에서 볼 수 있었던 Kas de Limon은 내가 좋아하는 베비다(음료) 중 하나.!


정오에 가까워지면서 날씨는 점점 뜨거워진다. 사실 자전거 탈 때 백팩을 매지 않는데,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오히려 등에 맨 가방이 고마워지는 상황이 왔다.


Zamora 지방이 끝나고,


Salamanca 지역에 진입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올리브 나무가 많다.


장거리 라이딩에서는 항상 이틀 째가 가장 힘들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밥을 제대로 먹지 않으니 더 힘이 안 들어가는 것 같다.

존이 예약해준 숙소는 대도시인 Salamanca를 더 지나서 있는데, Salamanca 입구에 가기 전 아주 얕은 업힐에 너무 지쳐버렸다.


메뉴 델 디아 간판을 보고는 멈춰서 길을 건너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지금은 안된다고 한다.ㅠㅠ // 그럼 간판을 치워야지, 이것들이..ㅠ


그래서 또 보까디요.. 이번엔 하몽 세라뇨가 들어간 보까디요를 먹었는데, 너무 짜고 목이 매여서 콜라를 세병이나 먹었는데도 반토막이 남았다. 싸달라고 했더니 은박에 냅킨까지 둘둘 말아 싸주길래 가방에 챙겼다.

날씨는 남쪽으로 수록 계속해서 더워졌는데, 모서리에 열어놓은 정문 사이로 바람이 아~주 시원하게 들어와서 편히 쉴 수 있었다.


대도시 입구라 그런지 자전거 도로가 시작되고, 업다운이 엄~청 심하게 계속 되다가 자전거 도로마저 얼마 가지않아 사라졌다.


인도와 차도를 오가며 샤방샤방 도시관광 겉핥기를  하니, 이내 출구에 다다라서 다시 한적해졌다.

대도시는 차가 많고 길이 복잡해서 쉬어가는 곳으로는 선호하지 않는다. 다음 작은 마을의 숙소로 계속해서 나아갔다.


완만한 업힐이 이어졌지만 Salamanca 입구에서 쉬어가며 보급한 것이 도움되어 천천히 나아갔다.

스페인의 오르막 차도는 고속과 저속을 둘다 배려하여 대게 편도 2차선으로 구성된다.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 있길래 뭔가 핫한 곳이 있나 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묵을 호텔에 딸린 수영장이었다. 오르막의 끝에 오늘의 목적지인 숙소가 나왔다.


일단 목을 축이기 위해 바에 들어가니 그리웠던 나뚜랄 휴모 데 나랑하를 만들어주는 기계가 있다. 일단 한 잔 시켜서 받자마자 앉지도 않고 원샷~


혼자서 쉬기에 호텔은 충분히 저렴하고 깔끔했다.


작지만 밖이 내다보이는 테라스도 있는 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복도 끝 방이라 코너에 위치한 덕에 두면이 직각으로 트여있다.


내일 또 다시 달려야 할 N-630 국도도 보인다.

출발을 수월하게 하는 것이 마음 편해서 보통은 국도 대로변에 숙소를 잡는 편이다. 어차피 차가 많지 않아 시끄럽지는 않다.


아까 쥬스를 마셨던 바로 다시 내려와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식사시간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 귀찮아서 오늘도 까냐 그란~데 두 잔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짐을 잃어버리고 하루 반을 낭비한 턱에 마음이 급했지만 진도가 늦은 편은 아니다. Vigo에서 시작했으면 sea level에서 시작해 1000미터가 넘는 산을 넘어 더 긴 거리를 왔어야 하는데, Astorga는 이미 고도 700m 정도 됐기 때문에 오늘 1000고지에 오르는 것도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내일은 좀 더 달려서 일찍 Seville에 가고 싶다. 금요일에 존이 한국에서 세비야로 오니까 내가 먼저 가서 기다려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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