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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Nov 21. 2016

지니의 까미노 은의길 자전거 여행 5

지니의 Via de la Plata (까미노 은의길) 자전거 여행 - 5일 차


일정 : '16.09.09(금)

구간 : Aldea del Cano ~ Fuente de Cantos

거리(당일/누적) :  130km / 560km



알베르게는 맞은 편의 식당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키가 하나 밖에 없어서 식당 앞 박스에 놓고 모든 순례자가 함께 사용해야 하지만 나는 유일한 손님이라 그냥 가지고 다녔다. 아침 일찍 출발하려는데 식당문을 열지 않아서 정해진 장소에 키를 두고 왔다.


어제 일찍 도착해서 술먹다가 일찍 잤더니 아직 해도 뜨기 전에 일어났다. 전조등과 후미등이 없으니 아무리 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길이라고 하더라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 알베르게 바로 옆 까페가 문을 막 열었길래 코르타도 한  하고, 어제 잤던 호텔의 조식 뷔페에서 챙겨나온 오렌지를 까먹으며 밝아지길 기다렸다.


끝끝내 무더웠던 Cacares 지역이 끝나고,


Badajoz라는 지역이 곧 이어졌다.


스페인 오렌지는 그냥 까먹기에도 충분히 달다. 아침에 먹은 오렌지와 설탕 가득 부은 코르타도 덕에 어느정도 칼로리가 채워졌는지, 쉬지 않고 페달링을 해댔다.

Caceres는 지났지만 계속해서 남쪽을 향하고 있으니 가을이 가까워 오더라도 기온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시작은 올리브 나무와 함께 고고씽~


은의길의 대부분 풍경은 척박한 땅에 올리브 나무가 가득하거나, 들판이 드넓은 메세타 지역이다. 이제 좀 지겨워진다. 내일쯤 Seville에 도착한다는 생각에 신나기도 하고..ㅎㅎ


중간 보급없이 부지런히 70km 정도를 달려서 10시 반쯤 Merida에 도착했다. 나름 대도시인 이곳에서 N-630을 따라가는 도로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보통은 일직선에 가깝게 이어지는데, 이곳은 몇번이나 턴을 해서 길을 찾아내야 했다.

도시 출구쯤 다다랐을 때 가볍게 버거킹에서 햄버거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노무 나라 곧 해가 중천인데 버거킹도 아직 안열었다. 주변에 다른 식당이 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수퍼마켓으로 들어갔다.


먹을게 너~무 많으니 신기한 구경거리인건 분명한데, 뭘 골라서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규모도 엄청나게 크고, 스페인어를 잘 모르니 아무거나 막 사버릴 수도 없다.

그래서 결국 산 게 내가 늘~ 바에서 먹어왔던 미니 파운드케익 두 개와 아쿠아리우스 두 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나벼..


빵은 바에서 2개에 1유로(?) 했던 것 같은데, 대형슈퍼에서는 키로당 2유로대인걸 보니 마진을 많이 남기는 것 같다. 아쿠아리우스도 1.5유로 내외로 먹었었는데, 직접 사니 0.6유로 정도..// 하지만 바에서는 앉을 자리와 얼음컵, 냅킨 등을 같이 제공해주고도 한국의 카페보다는 훨씬 저렴한 편이니 전혀 아깝지 않은 수준이다.


근처 벤치로 나와 흰둥이를 세워놓고 빵과 음료를 마셨다. 음료는 냉장고에 있지 않아 미지근했고, 빵은 언제나처럼 퍽퍽했다. 오렌지 하나로 생각보다 긴 거리를 달려와서 그저 칼로리를 채우는데 급급했고, 이걸 다 먹어치워버리자마자 복잡한 이 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Merida 외곽에 있는 마트를 간 이유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출구에 거의 다다른 지점이라 더 이상 먹을 레스토랑이나 바가 나오지 않으면 보급이 곤란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큰 곳에서 물건을 찾아 기나긴 줄을 기다려 계산하고, 먹는 시간을 계산해보니 결국은 바에서 쉬는 시간보다 더 걸렸다. 한 시간 남짓. 그래도 이제 곧 도시가 끝나겠지~하는 생각에 다시 출발했는데, 역시나 큰 동네라 그런가 먹을 수 있는 곳이 계속해서 나타나서 약간 절망했다. orz..


끝까지 고속도로 나들목이 같이 있는 대형 round about 때문에 겨우 Merida를 빠져나왔다. 역시나 차들은 모두 고속도로로 가버렸는지 국도는 다시 한적해졌다. 그리고 이제 Sevilla(이게 스페인어고, 지금까지 쓴 Seville은 영어식 표기라고 함)의 남은 거리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역방향으로 달리는 나에게는 마치 Santiago de Compostella의 고지가 보인다고 봐도 무방하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와간다는 생각에 들뜨기도 했지만, 첫 날이나 어제 좀 더 달렸으면 오늘 저녁 도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오늘 저녁에 존이 한국에서 Sevilla로 들어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금요일에 도착해서 공항까지 마중나가고 싶었는데, 존이 오히려 날 기다리게 되어버려서 미안하고 마음이 무겁다.


길거리에 해산물을 파는 멋진 간판의 식당이 있어서 들어왔다. 역시나 market price는 뭔가 무섭기 때문에 가격이 표기되어 있는 새우를 시켰다. 근데 굵은 소금을 왕창 뿌려줘서 탈탈 털어내고 먹어도 좀 짰다. 짠 기운은 역시 환타 레몬맛으로 씻어줘야 제맛.. 어우, 짜~


입안이 짜서 물을 먹으려고 자꾸 멈췄다. 물통이 백팩에 있어서 목이 마르면 무조건 멈춰야 한다. 배부르지는 않아도 이제 뭔가 좀 맛있는 걸 먹기 시작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Badajoz지역부터는 포도밭이 보였다. 수많은 청년들이 몸빼바지에 수건을 둘러매고 포도 수확에 한창인 곳도 있었다.

알맹이가 굉장히 많고 탐스럽다. 보기엔 떫어 보여도 일조량이 엄청나니 달달한 포도열매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내가 마셨던~마시게 될 와인의 주재료가 되겠지?!


포도밭이 끝나자마자 다시 나온 흔한 은의길 풍경과 익숙한 노란색 까미노 표지판. 차나 사람이 없는 곳에는 저 표지판이 오히려 자주 나와서 안도감을 준다. 오전에 많이 달려놓았더니 오후에는 샤방하게 달렸다. 어차피 Sevilla에는 내일이나 도착할 수 있는 거리가 남았으니..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해서 봐두었던 Hostal을 갔는데, 리모델링을 하는지 안쪽은 온통 공사도구에 난장판이고 현관은 잠겨있다. 바로 옆에 고급 Hotal이 있긴 했는데, 저렴한 숙소에 자려고 생각했다가 갑닥 호텔을 가려니 뭔가 돈이 아깝다.ㅠ

주위를 둘러보니 바와 같이 운영되는 펜션이 있길래 가격을 물어봤더니 괜찮다. 바로 체크인해서 자전거 대놓고 맥주부터 시켜먹었다.

동네 영감쟁이들이 모여있는 노인정스러운 바가 마을마다 하나씩은 꼭 있는데, 여기가 거기인가보다. 할배들이 음료 하나 시켜놓고 하루종~일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손님이 별로 안오는듯..;


작은 방엔 싱글침대와 세면대, 가구 등이 있었다. 오래된 느낌이지만 시트와 수건에 향기로운 세제 냄새가 나는 걸 보니 나름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듯 했다. 화장실이 공용이라 약간 불편했는데, 어차피 2층에 손님이 나뿐인 것 같다. 1층은 바&레스토랑, 2층은 펜션인 건물이다.


1층 레스토랑에 메뉴 델 디아를 팔길래 몇 시부터냐고 물어보니 9시부터란다. 시간이 많이 남아 샤워를 하면서 옷을 또 다시 빨고, 그걸 말리느라 입고 마을을 구경다녔다. 오늘 좀 배고픈데 마을에도 딱히 저녁식사를 팔만한 식당이 없다. 아직 시에스타가 끝나지 않기도 했고..

하얀 건물들이 양쪽으로 늘어선 좁은 골목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성당 근처 광장으로 가니 사람들이 좀 몰려 있었다. 모두 바에 앉아서 간단하게 음료나 보까디요를 먹을 뿐이지, 맛난 타파스나 메뉴가 보이지는 않아서 지나쳐버렸다.


1시간 쯤 산책을 하다가 옷이 거의 다 말라서 펜션 밑 레스토랑으로 돌아왔는데 메뉴델디아를 안한다. 알고보니 내가 영어로 말한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9시부터가 아니라 9유로라고 대답한 것 같았다. 이러나 저러나 저녁에는 열지 않는가보다.ㅠ

Sevilla 도착 전일 만찬을 즐기고 싶었는데, 내 욕구를 채워주기에 이곳은 너무 작은 동네였던 것이다. 아쉬운대로 대로변을 둘러보았는데, 모두 간단한 보까디요와 또르띠야 등을 파는 수준이다.


숙소 밑 바로 돌아와 제일 보까디요가 아닌 연어&치즈를 시켰는데.. 세상에나~ 이게 바게뜨 사이에 낑겨져서 보까디요로 나와버렸다. 너무 슬프고, 배고프다.. 으헝~ㅠㅠㅠㅠ

그래도 내일 Sevilla에 도착하면 존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기운이 난다. 이런 배고프고 힘든 순간에는 항상 Sevilla를  생각한다. 바르샤에서 그 시련을 겪고도 여기까지 사고없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목적지에서 오로지 내가 오기 만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둘이 만나면 밥도 맛있는 걸로 배부르게 엄청 많이 먹을 수 있겠지..


자외선에 올라온 피부의 수포 뭉탱이가 점점 커져서 하나의 덩어리가 돼버렸다. 호주에 가서 햇빛을 급격히 받고 2주만에 피부염에 걸려 병원에 갔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엄청 가려웠는데, 그래도 지금은 그냥저냥이다. 얼른 선크림을 사야하는데, 지금 그냥 너무 배고프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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