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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Nov 28. 2016

지니의 까미노 은의길 자전거 여행 6

지니의 Via de la Plata (까미노 은의길) 자전거 여행 - 6일 차


일정 : '16.09.10(토)

구간 : Fuente de Cantos ~ Sevilla

거리(당일/누적) :  115km / 675 km

어제부터 너무 배고파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잘 먹지도 않는 아침을 시켰다. 카페콘레체와 미니 파운드 케이크를 시켰는데, 역시나 입맛이 없어서 커피만 마시고 빵은 결국 가방에 챙겨서 길을 나섰다.


혼자 다닐 때는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 아니다. 풍경사진도 존에게 보내주기 위해 찍는 게 대부분이고, 셀카는 더더욱이나 찍지 않아서 가끔 이런 그림자 샷으로 내 존재를 증명한다.


오늘도 푸른 하늘에 황금 들판이 내 길을 안내해준다. 나름 대규모의 관광도시로 가는데도 길은 점점 좋아질 생각이 없다. 덩달아 차도 없으니 이래저래 만족하며 페달링을 계속했다.

아직 오전이라 많이 덥지 않고 달릴만하다. 게다가 오늘은 은의길의 마지막 날이니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나무라도 나타나면 은근히 가려주는 그늘막에 기분이 좋다. 물론 이것도 오전에나 가능한 것이고, 정오의 Caceres지역을 지날 때는 드물게 만나는 고가도로 밑 국도 갓길에서 겨우 숨만 돌릴 수 있었다.

아무튼 오늘 도착한다고 생각하니 신이 날 뿐이고~!


나름 길었던 Extremadura지역이 끝났다.


이제 정말 스페인의 남부지방인 Andalucia가 시작됐다. 도착지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다.


Andalucia를 진입해도 풍경은 당분간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도 무더위의 정점이 지난 뒤라 약간의 가을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다음 마을에 도착하여 나의 favorite 음료인 환타 레몬맛과 아쿠아리우스 레몬맛으로 목을 축였다.


어느 마을에 가든 테라스에 앉아서 음료를 먹고 있자면 마을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경우가 많다. 한껏 까매진 동양 여자가 혼자서 유럽에는 없는 미니스프린터(적어도 그들의 눈에는 이상한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으니, 동양사람 보기도 흔한 스페인 시골에서 얼마나 신기한 광경일까? 사실은 노숙자 몰골이라 자꾸 쳐다보는 것인가..;

그래도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내 자전거가 카본이라는 사실과 클릿을 끼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보고는 엄지를 척 해준다.^_^)b


작은 언덕을 올라왔더니 내 루트에 악간 걸쳐있던 Huelva지역이 바로 끝났다. 스페인 역사책에서 봤던 반가운 도시 이름이라 낯설지 않은 곳이었다.


그리고 이제 정말 Sevilla에 들어섰다. 저~기 언덕 끝에서 길이 매끈해지길래 역시 대도시답군! 했는데, 한 200m 지나고는 다시 원래처럼 거칠어졌다. ㅋㅋ // 거칠다고는 해도 상대적일 뿐이지, 로드 자전거로 무리 없이 탈 수 있는 훌륭한 포장도로이다.


스페인도 우리나라처럼 구역 사이는 거의 언덕으로 구분된다. Sevilla의 시작을 알리는 조그만 오르막 끝에 쉼터가 있길래 잠시 쉬어갔다. 낮은 업힐 하나에 금세 배가 고파져서 아침에 챙겨둔 빵을 꺼내 물과 먹었다. 올드보이도 아니고, 맨날 이 빵만 먹는다..ㅋㅋ


오늘의 코스는 거의 내리막 위주인데, 그 중간에 200m급 업힐이 하나 낑겨있다. 일주일간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게 누적돼서 그런가.. 오늘따라 이놈의 업힐이 너무너무 힘들다.

근육에 힘이 다 빠져버린 듯하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한번 쉬었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계속 쉴 것 같아서 이를 악물고 참아서 끝끝내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시간도 마침 정오쯤이라 햇빛이 내리쬐고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아까 가을이 온다고 했던 건 취소다.


고맙게도 정상 입구에는 바가 있었다. 좀 어둡긴 해도 지금은 무조건 쉬어야 했다.


앉은자리에서 콜라 세병을 마시고, 칼로리를 채우기 위해 또르띠야를 시켰으나 입맛이 없어서 결국 반도 못 먹었다. 이날도 더위에 지쳐서 실내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 타는 오빠들의 연습코스인지, 앉아서 문밖을 보고 있자니 라이더들이 슝슝 지나간다.


wifi를 연결하여 Sevilla에 있는 존과 연락을 했다. 이제 정말 내리막 위주로 갈테니 지쳐있더라도 한 시간 반 후인 2시쯤엔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을 거라 했더니 Sevilla 입구에서 날 기다리겠다고 했다.


1시간가량을 충분히 쉬고, 이대로 퍼져있을 수만은 없어서 이제 다시 출발~ 하려는데 chain off..

첫날부터 기어 변속이 불안정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정비를 따로 못하고 달렸다. 별 문제가 없길래 이래저래 여기까지 왔는데 목적지가 코앞에서야 이 모양 이 꼴이..ㅠ

일단 체인을 다시 끼우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이후에도 3~4번쯤 다시 체인이 빠졌다. 내리막이라고 해도 은근 업다운이 있어서 변속을 하며 치고 나가야 하는데, 또 체인이 빠질까 봐 변속을 거의 하지 않고 달리느라 힘도 더 들고 속도도 느려졌다.


항공으로 자전거를 이동할 때 행어가 휘어서 변속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흔한 일이었다. 때문에 여분 행어를 항상 챙겨 다니지만 30km밖에 안 남아서 일단 가보기로 했다.


대도시의 입구는 언제나 긴장된다. 복잡하고 차가 많아지면 자전거 타기도 힘들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다행히 어느 정도 갓길도 유지되고 차도 아직까지는 많지 않았다. 막판에 평지가 나왔지만 이제 맞바람이 시작됐다. 까미노, 역시 쉽지 않군..ㅋㅋ


round about은 차가 드나드는 곳이라 속도를 내서 지나가는데, 분명 원 안의 있는 내가 갈 차례인데, 대기하던 차가 빵~ 하고 경적을 울리길래 돌아봤다. 그곳에 존이 있었다. 날 애타게 소리쳐 불렀는데 내가 못 보고 지나가니 옆에 있는 차가 경적을 울려준 것이다.


그동안의 고생이 몰려와 울면서 달려오는 지니님..(존의 1인칭 시점ㅋㅋ)

체인과 변속 문제로 예정보다 1시간 넘게 늦어졌고, 존이 원래 만나기로 한 곳보다 좀 더 올라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존을 만나니 내 사진이 드디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앞장서고, 존이 후미로 붙어 우리는 같이 Sevilla로 내달렸다.


처음으로 보는 수많은 식당과 관광객에 나는 촌사람처럼 한껏 놀랐고, 아직 Sevilla는 아니지만 입구의 다른 마을에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유명해져 버린 감바스 알 아히요와 오징어튀김을 시켰다. 존은 이곳에서 감바스 알 아히요와 환타 레몬맛에 반해버렸다.


존이 미리 탐색한 자전거 도로를 통해 안전하게 Sevilla에 진입했다.


그리고 난 Sevilla에 짠! 알카자르 궁전 안에서 히랄다탑이 보이는 방향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대성당 앞에서도 찍었는데, 공사 중이기도 했고, 산티아고 대성당만큼 앞에 광장이 넓지 않아서 이게 유럽 3대 성당이 맞나 싶은 의심이 들 정도라 사진은 생략했다.


숙소를 잡고 좀 쉬다가 다시 나왔다. 히랄다탑 앞의 분수대에 앉아있다가 도착 기념 만찬으로 뭘 먹을지 고민했다.


아니, 고민 안 했다. 히랄다탑 앞 레스토랑 테라스에 바로 앉았다. 좀 비싸긴 해도 환상적인 뷰가 있는 이곳이 마음에 쏙 들었다. 오늘은 여기다!


외국 땅에서 그지 꼴로 존을 만났다. 엉엉엉..ㅠㅠ


첫 번째 코스인 하몽 이베리코. 역시 하몽은 이베리코가 진리임뉴~


메인은 연어 스테끼와 소꼬리찜. 이곳 소꼬리찜이 론다보다 맛있다는 썰이 있던데, 적당히 매콤하고 양도 낭낭한게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단건 별로라 디저트는 거의 존이 다 먹었다. 사이드의 휘핑크림이 진짜 환상이다.


멋진 히랄다탑의 야경을 보기 위해 천천히 밥을 먹었다. 맛있는 메뉴와 훌륭한 뷰 덕에 전혀 돈 아깝지 않은 훌륭한 저녁식사가 되었다.


다음날 스페인 광장에서 제대로 찍은 나의 까미노 완성 만세샷을 첨부한다.

이로서 까미노 4대 주요 루트인 프랑스길(800km), 북쪽길(775km), 포르투갈길(630km), 은의길(675km)  총 2,880km를 여자 혼자서 미니벨로로 모두 완주한 여행자가 되었다. 게다가 무사고, 무펑크라니 자랑스럽다. 



처음 프랑스길을 갈 때만 해도 자전거 순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는데, 이제 많은 자전거 라이더들이 길 위를 달리는 덕분에 초보자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길이 되었다.


사실 자전거를 타고 까미노를 달리는 게 도보 순례자들의 눈에는 이단아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에겐 까미노가 꼭 순례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그저 길이 나를 불렀다.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자전거로 해외에서 달리기 시작했고, 유라시아 반대편 끝인 이베리아 반도에 세 번이나 다녀왔다. (총 기간 8주)


역방향으로 가느라 크레덴시알을 발급받지 못해서 지난 프랑스길 뒤에 이어서 찍었다. 다른 크레덴시알의 북쪽길 뒤에는 포르투갈길 도장이 이어져 있다.



나의 스페인 여행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존과 함께 Almeria로 이동하여 가장 아름다운 동부 해안 900km를 타고 바르샤까지 다시 달린다.


https://brunch.co.kr/@skumac/196


그리고 지중해를 잊지 못해 내년 비행기표를 벌써 결제해버렸다. 다음 목적지는 이제 어디일까?!



장기간 휴가를 내고 까미노를 달릴 수 있도록 협조해주신 KEPCO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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