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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21. 2017

미니멀리즘 자전거 여행

존과 지니의 자전거 여행 스타일

미니멀리즘 자전거 여행


존과 지니의 자전거 여행 방식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미니멀리즘 자전거 여행이라 할 수 있다. 미니멀리즘은 본래 1960년대 후반의 예술 사조에서 기원된 용어이지만 이제는 생활 방식의 하나로 많이 쓰인다. 요즘의 미니멀리즘이란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물건이나 생활양식을 최소화하고 단순하게 사는 생활 방식을 일컫는다. 이러한 미니멀리즘을 자전거 여행에도 적용하여 불필요한 짐은 최대한 줄이고 반드시 필요한 것들만 챙겨 다니는 것이 미니멀리즘 자전거 여행이다.

제주도 2박 3일 자전거 여행, 그리고 우리의 짐은 내 자전거에  달아둔  조그만 짐받이 가방 하나 뿐이다.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 캠핑이 아니다.

여행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캠핑 장비를 짊어지고 여행을 가진 않는다. 캠핑은 하고 싶은 사람만 하는 여행의 옵션일 뿐, 여행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 여행도 마찬가지다. 자로 잰 듯이 딱 나눌 수는 없지만 인터넷 쇼핑몰에서 캠핑이 여행과는 다른 아웃도어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것처럼 자전거 여행은 여행이며 자전거 캠핑은 캠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전거 여행이라 하면 여행 전용 자전거에 짐을 가득 싣고 캠핑을 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식당, 편의점, 숙박업, 도로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이전 세대의 자전거 여행에 대한 이미지가 굳어진 것뿐이다. 10여 년인 20세기 후반만 해도 아직 전국에 자전거 도로가 빈약하고 편의점이나 숙소가 충분치 않았다. 이 시절에는 국내 자전거 여행을 하더라도 자전거 캠핑을 할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세계 일주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도 자전거 여행의 이미지를 자전거 캠핑으로 굳히는데 한 몫했다. 사면이 막혀 있는 한국이 갖는 지리적인 문제로 세계 일주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배를 타고 중국으로 넘어가서 출발한다. 중국의 황량한 지형과 낙후된 지역을 지나가려면 캠핑 장비를 비롯한 여러 준비물이 필수적이니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처음부터 한 짐을 지고 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몇 달씩 자전거 여행을 할 것도 아닌데, 사막을 횡단할 것도 아닌데 내게 많은 짐들이 필요한가?


이제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달라졌다. 주 5일제가 시행되면서 생활에 여유가 생긴 사람들은 주말이나 연휴를 이용해서 당일치기, 혹은 길지 않은 일정으로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차도가 좋아지고 전국 도처에 자전거 도로가 놓이니 이전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MTB보다 가볍고 빠른 로드바이크를 타게 되었다. 가볍고 편하게 장거리를 다닐 수 있는 로드바이크에 무거운 짐을 실어 다니면 자전거가 아깝잖은가.


우리나라는 시골 어디를 가도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식당이 없는 곳이 없다. 전국 구석구석, 심지어 오지 마을까지 모텔, 여관, 펜션, 민박,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도 없는 곳이 없다. 주말을 이용해서 자동차의 위협이 없는 한적한 도로나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중간에 나오는 슈퍼나 매점에서 간식을,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데에는 식수와 펑크수리 장비만 있으면 충분하다. 하루 자고 온다면 잘 때 입을 여벌 옷 정도만 준비하면 된다. 이러한 가벼운 자전거 여행은 오지를 포함해서 국내 어디를 가도 가능하다. 일부러 캠핑을 하러 가려하지 않는 이상 캠핑 장비를 가져갈 필요는 하나도 없다.


자전거 캠핑을 하게 되면  먼저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 자전거용 캠핑장비는 보다 가벼운 것을 구입해야 하고 가벼운 것들은 비싸다. 또한, 짐을 풀고 싸는 시간, 요리를 하는 시간, 치우고 정리하는 시간 등등 캠핑 쪽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캠핑할 위치를 잘 고르거나 유료 캠핑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유료캠핑장의 이용료가 그리 싸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많은 짐을 지고 다니면 상대적으로 힘들게 달려야 한다. 짐을 풀고 밥을 하고 먹고 치우고 다시 정리해서 싸매는 데에도 시간이 소요된다. 지고 다니는 짐에 한계가 있으니 직접 식사를 해먹어도 대부분 간편식으로 때운다. 캠핑 사이트도 대부분 도시 변두리에 있는 데다가 주변에 들를만한 관광지가 있어도 짐과 자전거를 놔두고서는 편하게 구경하러 다닐 수도 없다.


존과 지니는 이런 자전거 캠핑에 공을 들이는 대신 맛있는 식사를 하고 마음 편히 주변을 산책하고 지역을 즐기고 편히 쉬는 것을 택했다. 전국 각지의 음식을 즐기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 음식들을 놔두고 라면이나 간편식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것은 존과 지니에겐 있을 수 없다.


존과 지니의 미니멀리즘 자전거 여행 반드시 필요한 기본 준비물만 갖춘다. 심지어 아무리 늦어도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확실하게 돌아오는 당일치기 일정이라면 전조등과 후미등도 가져가지 않는다. 속도계는 내가 선두에서 리드하는 입장이라면 속도와 진행 조절을 위해 필요하지만 따라다니는 입장이라면 굳이 없어도 상관없다. 바람막이 자켓도 가벼운 것으로 챙긴다. 당일치기 자전거 여행이라도 멀리 가는 장거리 라이딩이라면 응급수리도구인 예비 튜브, 펌프, 휴대 공구 정도를 갖춘다. 간단한 여행은 지갑을 통째로 가져가지 않고 카드와 약간의 현금만 가져간다. 집열쇠로 디지털 도어락쓰는 이유 중에 하나가 열쇠라는 짐을 줄이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렇게 짐을 거의 안 가지고 다니니 전국 각지를 다녀도 겉보기에는 동네 마실을 나온 사람과 큰 차이가 없다.


장기 자전거 여행의 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비 튜브를 몇 개 더 챙기고 쉴 때 입을 여벌 옷을 한 세트 챙기는 것뿐이다. 자전거 옷은 물론 여벌 옷도 기능성 옷을 입기 때문에 세탁해서 널어놓으면 금방 말라서 세탁물이 생기지 않는다.

3박 4일간의 나홀로 제주도 여행에서 내가 챙겼던 짐은 모두 작은 힙색 하나에 넣을 수 있는 양이다. 숙소는 3박 4일 동안 대부분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였는데 여행 중에 불편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2주 간의 하와이 자전거 여행이 우리에겐 가장 짐이 많았던 여행이다. 자전거 타기 외에 스노클링이니 트래킹까지 가려했더니 짐이 더 많아졌다. 그래 봐야 자전거까지 합쳐서 10kg 남짓이지만...

둘이 함께 간다면 공동으로 쓰는 자전거 수리공구나 펌프, 예비 튜브 등을 하나만 가져가면 되므로 짐은 더욱 적어진다. 혼자 가더라도 불필요한 짐을 줄이면 얼마든지 가볍게 다닐 수 있다.


대부분의 도보 여행자나 자전거 여행자들이 수십 kg의 짐을 지고 가는 산티아고 여행길도 지니님은 작은 짐가방 하나만 가지고 4대 루트를 완주하였다.

"너 자전거 타고 까미노 중이야? 너 짐 어딨어?"
"저기 싯포스트에 달아놨자남~ 보임??" "아니, 저거 말고 백팩 하나 더 있잖아, 그거 어딨어??"
"왠 백팩? 그런 거 없어, 저게 내 짐 전부야. 뭐 많은 게 필요하냐.. 세면도구랑 잘 때 입을 옷만 있음 되지.."
"니 말이 맞아. 하지만 사람들은 많은 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다 짊어지고 가지, 나도 그렇고 말이야.ㅎㅎ"
"난 사실 까미노 두 번째야, 재작년에 프랑스길 갔었어. 정말 좋은 길이라 이번에 휴가 내고 다시 온 거야."
"처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짐이 엄청 컴팩트해서 왠지 유경험자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그때는 짐 더 적었어..ㅋㅋ 어쨌든 지금도 난 내 짐이 무겁다고 생각해."

- 지니의 산티아고 까미노 순례길 여행기 중 -



잘 먹고 잘 씻고 잘 자자.

자전거 여행은 엄청난 체력을 소모한다. 1박 이상 자전거 여행을 할 때는 잘 먹고 잘 씻고 잘 자면서 피로를 회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 사는 곳에 숙소가 없는 곳은 없다. 따듯한 물로 씻고 따듯하고 푹신한 잠자리에서 푹 자는 것이 자전거 여행에서 몸의 부담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숙소에 자전거를 놓아두고 가볍게 숙소 근처 마을이나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도 여행의 좋은 방법이다. 즐길거리가 많은 여행에서 자전거 때문에 즐길 수 없으면 안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존과 지니의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에 하나이다. 국내만 해도 각 지방마다 특색 있는 먹거리나 맛집들이 있다. 영광에서 굴비를 안 먹고 횡성에서 한우를 안 먹었다면 그 여행은 우리에게는 실패한 것이다. 해외 자전거 여행에서는 이러한 음식 즐기기를 더욱더 빼놓을 수 없다.



우리의 자전거 여행은 어디까지나 미니멀리즘 자전거 여행이다. 불필요한 것을 가져가지 않는 것이지 필요한 것을 안 가져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행지에 따라서 더 필요한 짐이 있을 것이고 언젠가는 우리도 자전거 캠핑을 해야 하는 지역을 달려야 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최대한 줄이고 가볍게 떠나는 자전거 여행이야말로 진정 자유로운 자전거 여행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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