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19일
어제 미시령과 진부령을 다녀왔지만 아직 훈련이 조금 부족한 듯하다. 원래 토요일에 장거리를 타고 일요일에 쉬는 주의이지만 체력이 조금 남았으니 간단하게 몸을 풀러 가기로 한다. 춘천에서 간단하게 몸을 풀기에 배후령 만한 곳이 없다.
2012년 3월, 길이 5 km의 배후령 터널이 뚫리면서 그 동안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던 배후령 46번 도로는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졌다. 차량 통행이 없으면서 완만하고 긴 오르막은 자전거 동호인들에게 최고의 운동 코스가 되었다.
배후령은 상천초등학교에서 정상까지 8km 정도이다.
춘천 팔호광장 근처의 설렁탕집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로 한다. 설렁탕집이지만 갈비탕을 먹었다. 겨우 언덕 하나 올라갔다 오는데 아침이 너무 거한게 아닌가도 싶지만 그래도 맛있다.
상천 초등학교 근처에 주차를 하고 자전거를 꺼내서 출발한다. 이제부터 8.5km 정도니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한참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배후령 터널 가는 46번 국도 옆으로 춘천 공원묘원을 지나는 작은 언덕길을 올라가야 한다.
배후령은 전체적으로 완만하고 급경사가 없다. 중간과 정상 근처에는 완만한 구간도 있다. 심지어 춘천 공원묘원을 지나면 잠깐동안 내리막길도 내려가야 한다. 농업기술원 교육원 쪽으로 빠지는 갈림길을 지나면 출입 통제용 바리케이트가 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배후령 오르막길의 시작이다.
바리케이트를 지나면 배후령길치고는 약간 가파른 코너길을 올라가야 한다.
벗꽃이 만발을 지나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산 여기저기가 연두색으로 바뀌고 있다.
올 해의 봄은 갑자기 찾아와서 봄꽃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한 번에 피었다. 춘천에서 올라가는 방향의 배후령은 대부분이 산 서측 사면이라 다른 곳보다 봄이 한 박자 느리게 온다. 올라가면서 보이는 꽃나무들을 찍어본다.
8 km라면 평지에서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오르막이라면 한참을 올라야 한다. 아무리 완만하다고 하지만 초보자들에게는 쉬운 코스가 아니다. 물론 해발 1000m를 넘나드는 지니님에게 이 정도 오르막은 아무 것도 아니다.
배후령 고갯길에서 주의할 점은 자동차 동호회와 오토바이 동호회들이다. 길고 차량 통행이 없는 코스이다 보니 자동차와 오토바이들도 여기서 속도를 즐긴다. 여기저기에 타이어 자국과 사고의 흔적들이 널려있다. 차량 통행에 주의하고 중앙선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중간에 만난 다람쥐는 무언가를 먹느라 바빠서 우리가 바로 근처를 지나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배후령은 정상 쪽으로 갈수록 완만해지는 오르막이다. 이런 형태는 올라갈수록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초보자들이 훈련하기 특히 좋다.
배후령 정상 300 m전이라고 친절한 안내판이 가르쳐 준다.
드디어 길고 긴 배후령 정상이다. 여길 넘어가면 화천군이지만 우리는 정상에서 되돌아 내려간다.
정상까지 쉬지 않고 왔으니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잠시 쉬었다가 내려간다. 정상에는 우리 외에도 다른 자전거 동호인들이 있다.
이제 다시 차를 세워둔 상천 초등학교로 조심해서 내려간다. 날이 좋고 벚꽃이 절정이니 잠시 춘천댐 쪽으로 가서 벚꽃을 즐기고 돌아간다. 전라도의 어마어마한 벚꽃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춘천의 봄을 충분히 즐겼다.
이제 당분을 좀 보충해야겠다. 구봉산의 카페 테라스에 앉아서 빙수를 먹으면서 이번 연휴 자전거 여행 계획을 세운다.
배후령은 매년 봄마다 배후령 힐클라이밍 대회도 할 만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고 대회가 아니더라도 많은 자전거 동호인들이 자전거를 타러 오는 곳이다. 추곡터널 자전거 통행 금지로 양구 옛길이나 춘천에서 속초로 질러가는 길이 막히는 등, 배후령을 넘어가야 할 이유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자전거로 운동을 하기에 아주 훌륭한 고갯길이다.
이렇게 2주 간의 자전거 여행을 위한 2주 동안의 훈련은 마쳤다. 훈련량이 조금 부족한 듯도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장기 여행 가기 전의 한 주는 자전거를 타지 않고 쉬면서 여행을 준비한다. 혹시라도 다치거나 일이 생긴다면 더 중요한 여행을 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내고 4월 말부터 반 달 간의 해외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