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석모도와 강화도 북부를 다녀오기
2017년 9월 9일
2017년 6월 27일 석모대교가 개통되었다. 교동도는 지난번에 다녀왔으니 이번에는 석모도를 가보기로 하자. 마침 강화 북부도 조금 덜 돌았으니 겸사겸사 다녀오도록 하자.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 섬이라고 한다. 섬이 큰 만큼 석모도와 함께 일부분만 돌아도 90km 가까이 나온다.
강화도에 들어오자마자 강화대교 근처에서 콩나물국밥으로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밥으로 든든히 챙겨 먹어야 하루가 덜 힘들다. 출발지를 내가면사무소로 정했다. 좀 애매한 위치이긴 한데 그래도 주차를 편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포리에도 주차할 곳이 있긴 한데 결과적으로 내가면사무소에 주차한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내가면사무소에 주차한 것이 애매하다고 한 것은 해안도로 근처도 아닌데다가 출발하자마자 오르막을 만나서 그렇다. 그리 긴 언덕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오르막으로 시작하면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다.
고개를 내려가면 이전에 석모도 가는 배를 타던 외포리에 도착하지만 당장은 외포리에 볼 일이 없으니 바로 지나쳐간다. 나중에 외포리의 가끔 가는 식당에서 식사를 할 것이다.
외포리에서 해변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석모대교가 있다.
왕복 2차선 차로와 그 옆으로 보행로가 있다. 아직은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시간이니 그냥 차도로 얼른 건넌다.
석모도에 들어가면 우회전해서 반시계 방향으로 돌기로 한다.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이유는 나중에 만날 자전거도로의 방향 때문이다.
석모도 북쪽은 넓은 평야지대이다. 노랗게 익은 벼들이 지평선까지 펼쳐진다.
너무 북쪽으로 가면 막다른 길이다. 이정표를 보면서 적당히 빠져나간다.
도로 옆에는 약간 일찍 피는 늦여름 코스모스가 줄지어 있다.
길을 잘못 들어서 이촌말이라는 시골 마을길을 돌아서 나온다.
큰길로 나오자마자 그리 길지는 않은 언덕을 만난다. 한가라지 고개라고 한다.
석모도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보문사 입구에 왔지만 워낙 가파른 언덕길에 있는 데다가 자전거를 어떻게 두고 갈 수도 없으니 들어가지 않는다.
보문사 입구에서 조금 가다 보면 자전거길이 나타난다. 양방향 자전거길이 한쪽에만 있으니 반시계 방향으로 달린 것이다.
다른 서해안의 섬들과 마찬가지로 석모도도 예전부터 온갖 펜션들이 점령했다. 우리나라를 자전거 여행하다 보면 내가 자연을 보러 온 것인지 펜션들을 보러 온 것인지 헷갈릴 만큼 펜션들이 너무 많다.
석모도를 점령한 것은 펜션뿐만이 아니다. 바닷가를 달리니 바다에 빨간 들판이 펼쳐진다.
이 빨간 들판은 칠면초라는 염생식물들이 모여서 이루어낸 장관이다. 이 빨간 물감을 칠한 듯한, 빨간 꽃밭이 펼쳐진 듯한 광경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바닷가에서 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남쪽 바닥 끝나면 석포리 선착장 가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당연히 우리는 석모대교 쪽으로 좌회전한다.
석모대교가 보인다. 날씨가 좀 많이 뿌연 것이 아쉽다. 강화도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동네 중 하나다.
이제 석모대교를 다시 건너서 빠져나온다. 보통 연육교나 연도교 같은 큰 다리들은 수면에서 상당히 높이 건설되니 그 양 끝의 입구에 가는 길도 오르막인 경우가 많은데 석모대교의 양쪽 입구는 그리 힘든 오르막은 아니다.
석모도에서 나왔으니 이제 강화 북부를 한 바퀴 돌러 간다. 먼저 북부를 돈 후에 강화읍에서 돌아올까 하다가 그냥 강화읍에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돌기로 한다. 강화도의 자전거 도로는 대부분 반시계 방향으로 돌 때 이용하기 편하다.
일단 강화읍으로 가는 길에 미꾸지고개라는 낮은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망월리 입구에서 신삼리로 가면 읍내로 가는 지름길인데 일부러 빙 돌아간다. 지름길은 저번에 이미 한 번 다녀갔기 때문이다.
강화 읍내에 들어왔다. 배는 그리 고프지 않지만 몸에 영양분을 보급해줘야 하니 편의점에 들러서 이것저것 간식을 먹는다.
강화읍내는 항상 혼잡하다. 강화군청을 지나서 작은 길로 빠지니 비로소 조용하고 한적해진다. 차도 옆에 자전거도로라고 만들어놓고선 뭔가 튜브 같은 것들을 잔뜩 깔아놔서 자전거 도로로 다닐 수가 없다.
강화도는 군사분계선이 있는 최전방 지역이다. 강화도 북부를 달리기 위해서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자전거길이 있으나 자전거길만 따라가면 금방 읍내로 빠지게 되니 적당히 경로를 확인해야 통일전망대 쪽으로 갈 수 있다.
언덕 위에 강화평화전망대가 보인다. 물론 들르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이제 강화도 최북단을 찍었다. 슬슬 배가 고프니 얼른 돌아가야겠다.
창후리 선착장 쪽으로 길이 있을까 싶어서 교동대교가 보이는 인화리 쪽으로 들어가보았는데 마을길에서 펑크가 나버린다. 개 두 마리가 있는 어느 집 앞 넓은 공터에서 펑크를 수리하고 마을길을 따라 들어갔더니 군인이 경계하고 있는 비포장길이다. 초병에게 통과해서 1 km 정도만 걸으면 창후리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걸어가기 싫어서 그냥 돌아나온다.
검문소를 지나 이강삼거리의 편의점에서 잠시 쉬어간다. 힘들고 목도 마르니 500ml 스포츠 음료를 두 개를 남김없이 비운다.
이제 내가면사무소까지 얼마 안 남았다. 한 번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창후리에 길이 있었으면 외포리 쪽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오히려 잘 되었다.
아까 넘어왔던 미꾸지고개가 보인다. 반대로 넘어가면 곧 내가면사무소다.
드디어 도착했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약한 낙타등이 은근히 있어서 그런지 왠지 꽤 지치는 길이었다.
강화도에 오면 항상 가서 먹는 집이 있다. 식당 입구의 커다란 어항에서 바지락들이 한참 해감 중이다.
이 집의 밴댕이회무침과 바지락 칼국수는 여전히 저렴하고 맛있다. 밴댕이회무침은 공기밥과 대접을 달라고 하여 반은 회덮밥으로 먹고 반은 그냥 먹는다. 지니님은 오늘 특히나 맛있다고 한다.
오늘 석모도와 강화 북부를 다녀오는 것으로 강화도는 거의 다 다녀온 셈이 되었다. 강화도는 서울에서 가까운 섬이지만 자전거를 가지고 가기에는 시외버스나 지하철이 애매해서 은근히 가기 힘든 곳이다. 그래서 항상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다녀온다.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 섬인 만큼 강화도는 그 자체만 자전거로 돌아도 100km를 훌쩍 넘게 탈 수 있었는데 2014년 7월 교동대교 개통에 이어 2017년 6월 석모대교 개통으로 더욱 넓어졌다. 당일치기부터 길게 가면 2박 3일까지도 가능하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가장 위쪽이고 인천에 가까워서 바닷물이 깨끗하다고 하긴 힘들지만 존과 지니도 매년 한 번씩은 가는, 강화도는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코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