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곡폭포와 문배마을
2018년 1월 21일
지난 번, 겨울의 초입에 봄내길 1코스를 다녀왔다. 이름이 봄내길이라 봄에 가면 좋겠지만 겨울의 한 가운데에서 날이 맑을 때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기에 오늘은 봄내길 2코스를 다녀오기로 한다.
7.3km의 소요시간 3시간 정도의 코스이다.
겨울이라 아침 일찍 출발하면 추우니 지난 번처럼 점심 먹고 천천히 움직인다. 강촌역 근처 물깨말의 구곡2교차로에서 구곡폭포 이정표를 따라서 들어가면 길 끝에 구곡폭포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 차단기가 열려 있길래 개방해놓았나 했더니 주차료 1000원의 유료주차장이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주차 공간은 넉넉하다. 구곡폭포 쪽으로 가는 길 입구의 매표소에서 매표를 해야 한다. 국립공원도 도립 공원도 아닌데 입장료가 1600원이나 한다. 하긴 제주도의 폭포들도 입장료가 2000원이니 그러려니 싶다.
매표를 하고 들어가면 호젓한 산책길이 이어지는데 길 근처의 식당들이 시끄러운 뽕짝 음악을 틀어놓으니 분위기가 다 망가진다.
그래도 식당이 없는 곳은 이렇게 조용하고 멋진 산책길이 펼쳐진다.
봄내길 1코스에서는 김유정 소설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면 2코스에서는 ㄲ로 된 한 글자 말들이 이어진 구곡혼이라는 9개의 목판이 있다. 그 첫번째는 꿈이다.
폭포에서 내려온 물이 산책로 옆으로 계곡을 만들어 울창한 숲 속을 천천히 걸어가니 마음이 편해진다.
ㄲ로 된 구곡혼 목판 두 번째는 끼이다.
오늘은 따듯한 편이지만 그래도 한겨울인지 바위에 고드름이 흐르듯이 맺혀 있다.
세번째는 꾀이다. 꾀라고 하면 영어로 wit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선 거창하게 wisdom이라 한다.
좀더 걸어가면 돌탑길이 있다. 길 옆으로 돌탑이 늘어서 있는데 원래 이렇게 많지 않았으나 관광객들이 하나 둘 쌓다보니 돌을 주워다 만들기 힘들 정도로 돌탑들이 가득하다.
이번엔 꾼과 끈이다.
뒤에는 뭔가 식당이나 펜션 같은 것을 더 만들려는지 공사가 한창이다. 무얼 만들든지 이 조용한 산골짜기에는 어울리지 않을 듯하다. 그냥 자연 그대로 남겨두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식당에서 키우는 닭들이 나들이를 나왔다. 이놈들 자꾸 울어서 시끄럽다.
일곱 번째는 꼴이다. 이제 목판 두 개만 더 나오면 구곡폭포다.
여기 쯤에서 구곡폭포로 가는 길과 문배마을로 넘어가는 길이 나눠진다. 일단은 구곡폭포로 간다.
여덟번째인 깔을 지나면 구곡폭포가 보이기 시작한다.
끝이라는 단어가 있는 구곡폭포길 마지막에 도착한다.
겨울이라 높이 50미터에 달하는 높은 폭포가 완전히 얼어 거대한 빙벽이 되었다. 빙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라고 알고 있었는데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구곡폭포를 오르고 있었다.
저 높은 폭포를 오르고 나면 내려올 때는 옆 바위 절벽을 줄을 타고 내려와야 한다. 나도 해보고 싶긴 하다.
구곡폭포 전망대에는 구곡폭포에 대한 설명도 있다. 2코스의 물깨말구구리길의 구구리는 이 폭포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제 다시 갈림길로 돌아나와서 깔딱고개를 넘어야 한다.
깔딱고개에서도 구곡폭포가 떨어지는 절벽이 보인다.
보통 깔딱고개라 칭하면 사람 숨도 깔딱깔딱 넘어가는 곳이 많다. 생각보다 가파르고 길다.
정상인줄 알고 가보면 다시 오르고 다시 오르기를 반복해서 걷다보면 드디어 깔딱고개 정상이 나온다.
여기에 문배마을 안내도와 마을의 유래가 있다. 원래는 사람 발길 적은 작은 마을이었겠지만 이젠 식당촌일 뿐이다.
마을로 내려가자마자 그대로 마을을 관통해서 나간다.
마을로 들어오는 도로는 비포장길이라 조금 질척인다.
걷다보면 지난 번에 왔던 강촌 산악자전거 코스 임도와 만나게 된다.
강촌 산악자전거 대회의 표지판이 길 옆에 있다.
굽이굽이 임도길은 생각보다는 길지만 대체로 평탄한 편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다.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숲 체험장, 펜션 등의 건물들이 나타나고 조금 더 내려가면 주차장 입구로 돌아오게 된다.
물깨말구구리길의 안내판도 있다. 그런데 또 지난 1코스처럼 거꾸로 돌아버린 느낌이다.
지난 봄에 다녀온 산악자전거 코스 안내지도도 있다.
곁가지 코스로 2-1의 의암순례길도 있는데 이 부분은 강촌 산악자전거길 코스와 겹치니 가지 않기로 한다.
주차장에서 다시 차를 타고 돌아왔다. 우리는 남들보다 천천히 걷는 편이라 3시간 정도 걸렸다. 가벼운 산책으로 나쁘지 않은 거리의 코스다. 다음 봄내길 3코스는 석파령을 넘어가야 하는 길이니 겨울이 지나고 눈 녹는 봄이 오면 다녀오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