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북부 한적한 코스
2018년 9월 8일
이제 확실히 가을인 듯하다. 이번 주말에는 서울에서 춘천까지 가야할 일이 있는데 지겨운 북한강 자전거길로 가긴 싫다. 예전부터 가려고 했던 코스 중에 포천에서 청평까지 가는 코스를 달리고 청평에서 춘천까지는 전철로 가기로 했다.
포천의 운천리에서 시작하면 대략 60km가 안 되는 코스이다. 서울에서 출발해서 중랑천 자전거길이나 왕숙천 자전거길을 통해서 가볼까도 했는데 축석고개나 내촌쪽 47번 국도를 지나야 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산정호수도 들를 겸 아예 포천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GPX 다운로드 및 코스 요약은 아래 링크를 참고
https://bicycletravel.tistory.com/37
잠실에서 동서울 버스터미널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간다. 집 위치가 역세권이 아니라서 전철에 태워서 이동하는게 성가시니 그냥 자전거를 타고 가는게 편하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운천으로 가는 버스는 번호가 달린 시외버스인 3000번 버스와 조금 더 빨리 가는 무정차 버스가 있다. 배차가 20분 간격이니 먼저 탈 수 있는 것을 탄다.
비둘기낭과 철원 코스를 간 이후로 오랜만에 포천시 영북면 운천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운천리는 비둘기낭-고석정-한탄강-노동당사-소요산으로 이어지는 코스의 출발점으로 좋다.
운천리의 주도로인 영북로가 공사로 엉망이기에 잠깐 샛길로 달린다.
읍내를 나가자마자 문암삼거리에서 산정호수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한다. 산정호수까지 가는 길은 아주 약한 오르막길이다.
버스로 2시간 가까이 이동해야 하는데 늦장을 부렸더니 벌써 12시다. 운천리에서 출발해서 겨우 4km 정도 달렸지만 점심 시간이긴 하니 점심을 먹고 시작하기로 하고 근처 식당에 들른다. 오늘 점심은 떡갈비와 김치찜... 둘 다 지니님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맛있게 잘 먹고 출발한다. 도로를 따라 조금만 더 달리면 산정호수 입구다.
산정호수 아래 관광안내소 주차장 쪽에서 산정호수 올라가는 산책길이 있다. 경사도 있지만 보행자들을 위한 산책길이니 자전거를 슬슬 끌고 올라간다. 산책길에 덩치 큰 전동 킥보드를 타는 사람도 있다. 보행자길인데 전동기구를 타고 다니는건 좀 아니지 않을까?
비탈길을 올라가면 바로 산정호수가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산책로가 완만하다. 말 탄 궁예 동상이 있는데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도망친 곳이라고 한다. 산정호수 산책로는 궁예의 일대기를 쭉 감상할 수 있게 해놨다고 한다.
"산 속의 우물 같은 맑은 호수"라는데 그냥 흙탕물이라 실망이다. 파랗고 맑은 하늘과 대비되어 더더욱 똥물같이 보인다.
원래 산정호수는 이렇게 크지 않았는데 자연적인 호수에 일제 시대에 제방을 축조해서 이렇게 저수지 같아졌다고 한다. 호수에는 모터보트도 다니고 오리배도 둥둥 떠있다.
시간도 늦었는데 생각보다 경치가 좋지 않아보여 산책로를 전부 도는건 간단히 포기하고 슬슬 가평 쪽으로 넘어가기로 한다. 산정호수 공원 쪽에서 망봉산을 돌아서 올라간다. 이 길은 경사가 조금 있지만 그리 길지는 않다.
은고개를 넘어 일동면으로 갈 것인지 여우 고개를 넘어 이동면으로 조금 돌아 갈 것인지 고민하다가 바로 은고개를 넘기로 했다.
은고개는 짧아보이는 고개 끝을 오르면 오르막이 나오고 또 나오는 은근히 긴 오르막길이다. 이동면 경계 표지가 나올 때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라 생각하는게 편하다.
은고개 정상부터는 쭉 내리막을 직진한다. 마지막에 삼거리에서 일동면 읍내 방향으로 가면 된다.
운담 교차로에서 가평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일동면 읍내를 지나가지 않아도 되는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으니 직진해서 읍내로 간다.
일동 읍내에서 나가자마자 바로 좌회전해서 작은 길로 가야 하는데 아이스크림을 먹을 편의점을 찾느라 길을 지나쳐버렸다. 다시 되돌아가다보니 큰 마트에 벤치와 화장실도 있으니 잠시 쉬어간다.
포천이나 철원에서 가평 사이는 청계산-백운산 산덩어리가 막고 있어 통하는 길이 얼마 없다. 백운산과 광덕산 사이의 광덕고개를 넘어 사내면을 지나가거나 운악산과 청계산 사이의 387번 도로로 가야 한다. 이번에는 387번 도로를 이용한다.
필로스 골프장이 있는 언덕이 가장 높은 곳인 것 같았는데 잠깐 내려가서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우리 말고도 자전거를 타러 온 모임이 있다. 우리는 항상 느릿하게 느긋하게 달리다보니 금방 추월해가는데 어디서 자주 쉬는지 자꾸 뒤에서 다시 나타나서 우리를 추월해간다.
이제 청평까지 대부분 내리막이다.
운악산 비가림 포도가 유명한지 주변이 모두 포도밭이고 여기저기 포도 상자를 파는 노점이 있다. 포도가 익는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이런 포도밭을 지나가면 포도향이 진하게 풍긴다. 예전부터 이 시기에 포도로 유명한 평택 성거읍이나 화성 송산면으로 자전거 타러 종종 갔었다.
가평 조종면 현리 근처까지 포도밭이 이어진다.
조종천을 따라 가면 청평까지 길이 얼추 이어지는데 상면에서 조종천길이 잠깐 끊긴다. 일단 청평 방향 이정표를 따라 간다.
항사교차로에서 37번 도로로 올라가자. 중앙분리대가 있고 차들이 고속으로 달리는 구간이지만 차량 통행이 많지 않으면서 갓길이 넉넉하고 겨우 500m만 가면 바로 지방도로 빠질 수 있으니 전혀 부담없다.
이제부터 조종천을 쭉 따라서 청평으로 간다. 강원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계곡을 따라 가는 한적한 차도이다.
조종천을 따라가면 경춘국도인 46번 도로와 만나게 된다. 오른쪽으로 낮은 언덕길을 넘어 청평 읍내로 가도 되지만 왼쪽으로 가평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북한강 자전거길과 만나는 마을길이 있다.
검문서 근처에서 마을길로 들어가 북한강 자전거길로 들어간다. 근데 하필 마을 입구부터 잠깐 비포장길이 있다.
북한강 자전거길을 잠깐 타고 청평역까지 달린다.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지니님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북한강 자전거길이다. 나는 자전거길이 생기기 전부터 종종 타던 길이지만 올 때마다 매 번 즐거운데...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청평역이다. 음료수가 마시고 싶었는데 편의점도 문을 닫고 역이 읍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고 근처에 카페 하나 말곤 아무 것도 없다.
토요일이지만 오후 시간이라 전철 자전거칸이 텅텅 비었다. 역 앞 커페에서 커피 한 잔 사서 자전거를 전철에 싣고 돌아온다.
오늘 코스는 겨우 60km 남짓이지만 오르막길들이 은근히 힘든 코스였다. 경기 북부는 어디를 가도 비슷하지만 군부대와 군인들만 잔뜩 있는 풍경이다. 그래도, 산정호수와 조종천 쪽을 다녀온 것으로 만족한다.
이제 곧 연휴가 시작되는 추석이다. 존과 지니는 올해도 세계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