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나들이 안성맞춤 자전거 코스

안성 자전거 나들이

by 존과 지니

2019년 4월 7일


원래 우리는 토요일에 자전거를 타고 일요일에 쉰다. 그런데 하필이면 토요일인 어제, 날이 잔뜩 흐리고 비가 왔다. 비 온 후에는 쌀쌀하기 마련인데 어찌 된 것이 날씨가 맑고 따듯한데다 미세먼지도 적다. 이런 황금 같은 봄날을 그냥 보낼 수는 없으니 2019년의 자전거 여행을 오늘부터 시작한다.


오늘은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안성시 서운면에서 출발해서 금광저수지와 백곡저수지를 거쳐 돌아오는 88km의 코스를 달린다. 2019년 자전거 시즌의 시작으로 적당한 거리다.


늘 그렇듯이 승용차에 자전거를 싣고 시골로 갈 때는 면사무소에 주차하는 게 제일이다. 주말이라 주차장도 비어있고 화장실도 쓸 수 있는 데다가 근처에 식당이나 가게가 있는 최고의 출발점이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달릴 수 있으니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식사 메뉴라고는 제육 백반과 그냥 백반뿐이라 제육 백반을 주문했는데 정갈한 반찬들이 푸짐하게 나온다. 짜지도 않으면서 반찬 하나하나가 아주 맛있다.


된장찌개와 함께 제육을 쌈에 싸서 양껏 먹는다. 나는 고기가 나오면 다른 반찬은 잘 안 먹는 나쁜 식습관을 가졌는데 평소에 잘 안 먹는 유자청에 재운 도라지부터 이것저것 맛있게 잘 먹었다.


기대하지 않고 들어간 식당에서 든든히 먹었으니 출발한다. 서울에서 가까운 덕분에 느긋하게 준비하고 아침도 먹으니 이제 10시다.


읍내에서 나가자마자 좌회전해야 첫 목적지인 금광호수에 바로 갈 수 있다. 여기서부터 금광호수까지 계속 직진이다.


길 옆으로 꽃봉오리가 돋으려고 하는 벚나무들이 보인다. 서울은 이미 벚꽃이 만개해서 축제 기간인데 더 남쪽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벚꽃이 필 생각도 안 한다.


달리면서 왼쪽을 보니 멀리 안성 시내가 보인다.


어느 언덕의 공장 입구에 개나리가 2단으로 화려하게 피었다.


어느 집 강아지가 도로까지 나오다가 우릴 보고 돌아간다. 아무리 한적한 동네라지만 저렇게 도로에 돌아다니면 로드킬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드디어 금광호수 제방이 보인다. 금광호수라고 쓰여있다.


금광 호수는 근처에서는 꽤 큰 저수지이다. 벚나무가 있지만 역시나 꽃이 필 생각도 안 하고 있다. 2주 정도 후에 오면 벚꽃을 볼 수 있으려나.


호수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이쁘다.


이 벚나무들이 활짝 폈으면 볼만했을 텐데... 금광호수는 안성 근처에서 벚꽃 볼만한 곳으로 이미 알려져 있는 곳이다.


평택 제천 고속도로를 따라서 개나리가 줄지어 피었다. 아직 새싹이 돋지 않은 칙칙한 산야에 한 줄기 생명줄 같은 느낌이다.


평택제천 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하면 옥정재 오르막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구비구비 커브길을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가파르다. 반대편에서 자전거 동호인들이 한 팀 지나가는 것을 보니 보통은 반대로 타는 코스인가 보다.


어쨌든 여기가 강원도도 아니니 산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가파른 구간이 조금씩 있긴 하지만 엄청나게 긴 오르막은 아니다.


지니님 사진을 찍어주는데 그냥 휙 가버린다. 어휴 좀 기다렸다가 가지... 여기서부터는 충북 진천이다.


이제 충북 진천군 이월면이다. 옥정재의 내리막길은 완만하고 길도 좋은 편이다. 지니님은 급한 내리막을 싫어하고 이렇게 좀 힘들게 올라가서 쉽게 내려가는 것을 좋아한다. 천상 클라이머...


내려갈 때도 저수지가 있다. 화산저수지다.


진천군 이월면 읍내에 들어왔다. 여기까지 거의 직진해서 왔으니 이제 여기서 진천 읍내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마침 근처에 하나로마트가 있으니 잠깐 들러서 음료수로 목을 축인다. 우리나라 시골 면소재지에는 하나로마트나 편의점이 있으니 보급 걱정이 없는 것이 좋다.


이제 진천 읍내 쪽으로 가다가 읍내 직전에 방향을 바꿔 백곡저수지 쪽으로 가야 한다.


군청 소재지는 어지간해선 번화하고 인구도 많다. 아파트들만 봐도 진천 읍내에 거의 다 왔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아파트 입구에서 백곡저수지 쪽으로 우회전한다.


이정표를 따라서 백곡저수지로 가면 된다.


다만, 개천을 건너지 말고 샛길로 들어가야 지름길이다.


백곡 저수지를 적당히 둘러 지나간다. 여기서 34번 도로를 그대로 따라가면 차를 주차해놓은 서운면이 나오지만 주행거리가 너무 짧아지니 백곡저수지를 둘러 21번 도로를 따라 병천으로 간다.


백곡저수지 끄트머리 즈음 가면 저수지 상류를 가로지를 수 있는 다리가 있다. 지름길이기도 하면서 저수지를 건너는 길이니 이리로 간다.


사정교라는 다리를 건넌다. 낚시꾼들이 다리 중앙에 몇 명 모여 있다.


34번 도로를 따라가는 상류 부분도 보인다. 이 다리를 안 건너면 저 끝까지 가서 빙 돌아와야 한다.


사정교를 건너면 곧 오르막길이 나온다. 끝이 보이는 곧고 긴 오르막길은 심리적으로 훨씬 길게 느껴진다.


내리막에는 매화꽃이 피었다.


이제 피어나기 시작한 벚꽃도 있다. 한 주 정도 늦게 왔으면 만개했으려나...


이제 병천 방향으로 21번 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차량 통행이 은근이 있지만 자전거로 다닐만한 도로다.


이제 충북에서 충남으로 넘어간다. 다시 경기도 안성으로 가야 하니 하루에 3도를 모두 도는 코스다.


아침을 워낙 든든히 먹었더니 점심시간인데 배가 안 고프다. 동면의 편의점에서 간단히 요기만 하고 출발한다.


이제 천안 병천을 관통해야 한다. 병천은 3.1 운동 발상지 중 하나인 아우내 장터와 병천 순대로 유명하다. 아우내 장터 쪽을 보니 온통 태극기가 걸려있고 순대집들이 줄지어 있다. 지니님은 순대나 돼지 냄새를 끔찍하게 싫어하니 근처도 가지 않고 지나쳐간다.


천안 독립기념관 근처에서 57번 도로를 타고 안성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저 멀리 보이는 뾰족한 통신탑이 있는 산이 독립기념관의 뒷산인 흑성산이다.


연춘교 교차로가 차들로 북새통이다. 차들과 한데 엉겨 다니기는 싫으니 반대편의 농로길을 따라 올라가기로 한다.


57번 도로 쪽도 아직 피지 않은 벚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저 벚꽃이 만개하면 차도 더 막히겠지...


적당한 곳에서 57번 도로로 나가야 하는데 계속 달렸더니 마을로 들어가고 점점 길도 안 좋아진다. 마을 끝에서 57번 도로로 빠져나왔다.


개나리가 가득 핀 절벽이 보인다. 이 계절에만 이렇게 이쁘게 보일 듯하다.


이 57번 도로는 울창한 벚나무가 줄지어 있는 구간이 많은데 여기도 아직 벚꽃이 피질 않았다. 꽤 울창해서 여름에 자전거 타러 와도 나무 그늘로 시원하게 다닐 수 있었다.


북면사무소에 잠시 들러서 잠시 쉬다 간다. 이 근처에는 마트도 있으니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천안에서 안성으로 바로 통하는 길이라 그런지 한적한 시골길인데도 은근히 차들이 다닌다.


은근히 가파른 부수문이 고개를 올라간다. 고개 정상에는 위례산 올라가는 등산로와 생태터널이 있다.


금북정맥 생태통로에 도착했다. 금북정맥은 안성시 칠장산에서 분기해서 태안반도 방향으로 뻗은 산맥으로 오전에 옥정재로 금북정맥 넘었다가 다시 부수문이 고개로 금북정맥을 넘어 돌아가게 된다.


그리 높은 산맥이 아니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옥정재와 마찬가지로 안성 방향으로는 상당한 헤어핀 코스가 있다. 강원도 산맥들에 비해서 길이가 짧을 뿐, 경사나 헤어핀의 굴곡은 만만찮다.


이제 힘든 구간은 모두 끝났다.


백곡 저수지에서 넘어오는 34번 도로와 만났다. 우회전해서 잠깐 백곡 방향으로 갔다가 안성 방향으로 다시 꺾어주면 서운면에 거의 도착한 것이다.


드디어 서운면 읍내에 도착했다. 금북 정맥을 넘어갔다 돌아오는 코스라 엄청 긴 코스가 아님에도 충분히 운동이 된 듯하다.


서운면사무소에 주차해둔 차에 자전거를 싣고 올라온다. 아직도 배가 든든하니 저녁은 돌아가서 먹어야겠다.


실로 오랜만에 안성 쪽을 다녀왔다. 지니님과 함께 간 적은 처음인 듯하다. 경기도의 최외각이면서 어중간한 위치라서 어지간한 사람들은 들를 일이 없는 곳이지만 길만 잘 택하면 한적하게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에 큰 도로는 차량 통행이 많아서 피하는 게 좋다.


서울보다 남쪽에 있어 충분히 벚꽃이 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직 꽃봉오리도 제대로 돋지 않은걸 보니 2주 정도 늦게 와도 될 듯하다. 벚꽃이 아니라도 충분히 좋은 코스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안성 근처의 다른 코스를 다녀오기로 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포천에서 청평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