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과 지니의 미국 서부 해안 자전거 여행 5

빅 서(Big sur) 주립공원

by 존과 지니

2018년 9월 25일


오늘도 몬테레이에서 1번 도로를 따라서 내려가야 한다. 꽤 큰 산줄기인 남부해안 산맥(Southern coast mountain range)이 버티고 있는 해안 도로를 따라 가는 길이라 오르락 내리락 낙타등이 많은데 거리도 짧지 않은 130 km를 달려야 한다.

카멜 바이 더 시 바로 아래인 카멜 하이랜즈(Carmen highlands)부터 샌 시메온(San cimeon)까지의 산이 많은 지역이 빅 서(Big sur)라고 하여 주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캠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기저기 캠핑 사이트가 있는 빅 서 주립 공원이 자연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겠지만 캠핑 장비가 없는 우리에게는 사막이나 다름 없는 곳이다. 거의 개발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인 곳인 만큼 200km의 해안 도로에 마을이 드문드문 있다. 몬테레이에서 130 km 떨어진 레그드 포인트에는 우리가 묵을만한 숙소와 저녁 먹을 식당, 그리고 맥주를 살 매점까지 있다.


오늘도 숙소에서 아침을 먹는다. 비슷한 가격이면 당연히 아침식사가 포함된 숙소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아침을 밖에서 사먹으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아침을 먹고 출발하는 편이 시간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 올라갔던 언덕길을 다시 올라간다. 상당히 가파른 언덕이라 짐을 잔뜩 실은 자전거를 끌고가던 여성은 결국 중간에 멈춰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한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샛길로 1번 도로 옆을 달린다. 아침에 짙게 낀 안개가 도로를 따라 흐르는게 눈에 보인다. 여기 1번 도로는 자동차 전용 도로 구간이기 때문에 자전거는 들어갈 수가 없다. 17마일 드라이브 초입의 언덕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중간 갈림길에서 카멜 로드를 따라 카멜 바이 더 씨 쪽의 출입구로 나가야 한다.


17마일 드라이브에는 4개의 출입구가 있다. 그 중 하나인 카멜 바이 더 씨 쪽의 출입구로 나간다. 카멜 바이 더 씨 쪽에 숙소를 잡고 17마일 드라이브 코스를 반시계로 돌면 어제 오늘 한 번씩 올라간 언덕길을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LA로 가는 투어팀들은 이 언덕을 넘지 않고 17마일 드라이브로 달린다.


카멜 바이 더 씨는 아담한 집들이 모인 조용한 마을이다.


카멜 바이 더 씨의 끝에서 마을을 빠져나가면 1번 도로와 만나는데 여기서부터는 자전거 통행이 가능하다.


여기서부터 산 시메온까지의 1번 도로 구간은 종종 산사태나 자연재해로 교통이 통제되기 때문에 입구에 도로 상황이 표시되어 있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캘리포니아주 교통국(http://www.caltrans.ca.gov)에서 미리 도로 상황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들판 위의 점들은 모두 흑우다. 식당에서 파는 100% 풀 먹인 앵거스 스테이크가 이 녀석들이다.


산 시메온까지 대부분이 좁은 1차선 도로지만 갓길이 어느 정도 있어서 통행이 어렵지는 않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규모가 작은 록키 크릭 브릿지(Rocky creek bridge)를 건너 계속 달리면, 빅 서 주립공원의 입구이자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빅스비 브릿지(Bixby bridge)가 나타난다. 이 다리도 천재지변에 자주 망가지고 통행금지되는 것 같다. 생긴 것 자체가 그리 튼튼해 보이질 않는다.


카멜 하이랜즈를 벗어나서부터 계속 은근한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이지만 아직 힘든 구간은 시작도 안했다.


여러 곳의 전망 포인트를 지나가는데 하나하나 들를 여유가 없다.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이나 차에서 운전하면서는 경치를 보기 힘드니 조망 포인트에 들러서 보는거지 자전거로 천천히 달리는 우리는 계속 달리면서 눈으로 픙경을 즐긴다.


해변에 생뚱맞게 튀어나와 있는 섬같은 언덕이 보인다. 포인트 서(Point Sur)라는 곳으로 꼭대기의 시설물은 등대라고 한다.


포인트 서에서 조금 더 가면 길은 점점 내륙으로 들어간다. 본격적으로 아무 것도 없는 곳을 달리기 전에 나타난 빅 서 리버 인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빅 서 지역은 식당이 몇 없어 골라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주문해서 먹는다.


아무리 자연이 살아있는 곳이라지만 먹는 내내 몰려드는 벌들 때문에 고생한다. 지니님처럼 벌레에 면역이 없는 사람들은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


배를 충분히 채웠으니 다시 출발한다. 한 자전거 여행자가 오르막길에서 천천히 올라가는 우리에게 경쟁심이 발동했는지 몇 번을 추월하고 쉬는 것을 반복한다. 나중에는 완전히 퍼졌는지 다시 보질 못 했다. 자전거에 온갖 짐을 다 매달고 체력 소모를 하면서 언덕을 오르면 아무리 체력 좋은 사람이라도 어쩔 수 없다.


마뉴엘 산(Mountain Manuel)을 올라가는 등산로가 보인다. 저 마뉴엘 산 꼭대기가 해발 1000 미터 정도 된다.


한참 올라가다보면 포츠라고 하는 작은 마을에서 언덕길이 끝난다. 이 오르막길이 오늘 가는 길에서 가장 높은 곳이지만 래그드 포인트까지 계속 낙타등 같이 언덕이 반복되기 때문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


푸른 태평양과 멋진 산이 있는 풍경인데 점점 힘들어져서 풍경을 감상하기가 힘들다.


지니님은 전망 포인트를 모두 그냥 통과하더니 이상한데서 쉬자고 한다. 어차피 전망 포인트라고 해봐야 경치 보는 것 외에 편의시설 같은건 없다.


달리는데 힘이 들긴 하지만 이 빅 서 주립공원 구간이 이번 서부 해안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풍경이 멋진 곳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도 세계에서 가장 멋진 해안 도로로 손꼽히는 장소 중 하나다.


마을이 드문드문 있으니 보급이 필요할 것 같을 때는 망설이면 안된다.


루시아라는 마을에 휴게소가 있어 잠시 멈춰서 간식을 먹는다. 당분이 가장 필요할 때인데 무슨 정신인지 칼로리가 없는 코카콜라 라이트를 골랐다. 원래 콜라는 칼로리를 채우려고 마실 때가 많아서 제로 콜라나 라이트 같은 것은 잘 안 마신다.


다시 한참을 달린다. 힘이 들지만 않으면 정말 경치가 좋은 곳인데 열심히 달리다보니 내 엉덩이 근육 중 일부에 근육통이 생긴다.


점점 근육은 아파 오고 속도는 느려진다. 래그드 포인트 직전 마을이라 할 수 있는 고르다(Gorda)에서 다시 쉬면서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래그드 포인트까지 구불구불한 낙타등 언덕길을 20 km는 더 달려야 한다.


지난 2017년 5월에 고르다와 래그드 포인트 사이에 산사태가 일어나서 1번 도로가 완전히 유실되었다. 이번 7월 초까지만 해도 계속 도로 공사 중이라 통행이 불가능했는데 다행히 우리가 출발하기 전에 도로가 완전히 복구되었다. 이 깨끗한 새 도로가 아니었으면 미리 예약했던 숙소를 포기하고 내륙으로 크게 우회했어야 했다.


새 도로를 지나는데 무너졌던 지반과 공사 장비들이 보인다.


이렇게 급한 경사의 해안 언덕을 파서 만든 길이라 언제 갑자기 또 무너질지 모를 일이다.


해는 점점 저물어간다. 다리의 근육통은 한 번 발생하면 그 근육을 쓰지 않으려다 다른 근육에도 크게 무리가 간다. 점점 힘들어진다.


그렇게 힘들게 달리는데 바로 옆 절벽 아래 바다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돌고래 떼가 우리와 비슷한 속도로 우리 옆을 헤엄치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샐몬 크릭이라는 골짜기를 지나가면 곧 래그드 포인트인데 여기도 결국 언덕길이다


해는 곧 떨어지려고 하고 마음은 급한데 다리는 점점 아프고 힘이 든다.


결국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주변이 깜깜해지고 나서야 간신히 숙소에 도착했다. 밝은 전조등과 후미등이 있다고는 하지만 야간 주행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꽤 비싼 편인 숙소인데 그만큼 넓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근처에 시설이라고는 우리에겐 필요없는 주유소와 식당, 카페, 매점이 하나씩이다. 일단 씻고 식당에서 생맥주를 곁들여 스프와 새우 스파게티, 닭가슴살 튀김을 주문한다. 새우 스파게티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식당이 곧 문을 닫을 시간이라 오래 있기는 힘드니 매점에서 맥주를 사다가 방에서 조금 더 마신다. 여기는 온풍 히터 대신 벽난로스러운 가스 히터가 있다. 바로 따듯해지진 않지만 계속 틀어놓으니 훈훈해진다.


래그드 포인트까지의 빅 서 주립공원 구간은 정말 멋진 곳이지만 그만큼 힘든 곳이다. 전망 포인트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언덕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디에 숙박하는지에 따라서 조금 다르겠지만 몬테레이에서 출발하면 래그드 포인트까지 달리던 루시아나 고르다까지 달리던 쉽지 않은 구간이 될 것이다.

어쨌든 이번 여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을 달렸다. 내 근육통이 내일 얼마나 회복될 지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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