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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04. 2019

존과 지니의 플로리다 스쿠버 다이빙 여행 4

키 라르고 - 스피겔 그로브 (USS Spiegel grove)

2019년 1월 29일


키스 열도의 많은 다이빙 업체들이 딥 다이빙은 오전에 한다. 오늘은 수심 25m 에 가라앉아있는 스피겔 그로브로 내려가기로 했다.


아침 8시까지 다이빙 센터에 가야하니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아침식사를 하고 장비를 챙겨서 출발한다.  아침식사는 어제 피시 하우스에서 투-고 박스에 넣어온 밥이다. 차게 식었지만 데울만한 방법이 없어 그냥 먹는데도 먹을만하다.


다이빙 센터는 바로 맞은 편 물 건너인데 건널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장비를 차에 싣고 가야 한다.


결제를 하고 배가 준비되면 승선한다. 배정받은 공기통에 호흡기와 BCD를 장착하고 출발 준비를 한다.


이 친구가 다이빙 전까지 다양한 설명을 해주는데 도저히 못 알아듣겠다. 빠른 말 속도와 보트 소음이 합쳐져 전혀 못 알아 듣겠다.


이번 다이빙은 키 라르고의 유명 다이빙 포인트인 스피겔 그로브(USS Spiegel grove)다. 아래 사진처럼 상륙정을 내보내는 미해군의 상륙함이라 병력을 적재하기 위한 크레인이 특징적이다.

1952년 건조되어 89년에 퇴역한 오래된 함선을, 2002년에 키 라르고 앞 바다에 해저 암초로 활용하기 위해 160 m 길이의 스피겔 그로브를 가라앉히기로 했는데 하필이면 예상보다 배가 빠르게 가라앉으면서 뒤집혀서 바닷 속에 나뒹굴게 되었다. 3년 동안 이걸 어떻게 세우나 고민했는데 2005년에 허리케인 데니스가 만든 강한 해류에 정확하게 다시 세워졌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연의 인공 암초다.


어제 갔던 몰라세스 리프(Molasses reef)에서 산호 군락을 따라서 동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이다. 위성 지도를 더 확대해 보면 배 두 척이 정박해있고 부표가 배 모양으로 떠 있다.


배 높이만 20미터를 넘으니 수심 5~7m 남짓한 배리어 리프(barrier reef)보다 좀더 깊은 해저 43m 바닥에 반듯하게 놓여있다. 일반적인 다이빙 루트는 배에서 가장 높은 함교(Bridge)위로 내려와서 함교를 중심으로 앞 갑판 근처와 후방 크레인 근처까지 갔다가 함교 위로 돌아오는 정도이다. 함교 위가 수심 20m 정도, 앞간판 위쪽이 수심 25m 정도이다. 상륙함의 가장 큰 특징을 볼 수 있는 후방의 헬리패드나 크레인 쪽으로는 다가가지 않는 듯하다.


수심 9미터 이상 내려가지 않는 어제의 몰라세스 리프와는 다르게 이 주변에서는 나름 깊은 곳으로 딥 다이빙을 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무감압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반드시 다이브 컴퓨터를 착용하도록 하게 한다. 18m 이상 들어가니 당연히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이상의 자격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같이 들어갈 버디들이 경험 많고 노련해 보이는 아줌마, 아저씨들이다.


2019년 1월 29일 Dive log #24
장소 : 스피겔 그로브, 키 라르고, 플로리다
최대 수심 28.0m
평균 수심 18.3m
수온 : 22°C
입수 시간 9:20
출수 시간 9:47


차례대로 입수한다. 입수를 하면 가이드가 줄을 잡고 어디로 가라고 하는지 안내해준다.


줄을 잡고 배 앞쪽으로 이동해서 스피겔 그로브에 연결된 하얀 부표를 따라 내려간다.


시야가 조금 안 좋아서 바다 밑이 뿌옇게만 보이다가 어느샌가 배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한다. 줄을 잡고 내려온 곳은 수심 20m의 함교 위 옥상이다.


대형 전함이 아닌 상륙정이라 작은 포탑만 있다. 원래 함교를 중심으로 앞, 옆, 뒤에 각각 두 개 씩 총 6개의 포탑이 있었는데 인공 수초로 가라앉힐 때는 반을 철거하고 3개의 포탑만 달려있었다.


이 빤스맨은 이번에 우리를 가이드해주는 JD라는 강사다. 여기 레인보우 리프의 장점은 여러 번 다이빙할 때의 다이빙 패키지 가격도 저렴하지만 가이드가 무료로 붙는다는 것이다. 이 친구... 아무래도 맨몸으로 또 들어오기엔 물이 차가웠는지 나가자마자 수트부터 입는다.


함교에는 그 거리가 짧아서 내부를 간단히 통과할 수 있는 구역도 있다. 더 안쪽을 보려면 렉 가이빙 스페셜티가 필요하다. 군함 중에는 엄청 큰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160m의 사이즈라 쬐끄만 난파선들하고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재미있다.


여장부 포스를 뿜뿜 풍기는 아줌니 뒤로 졸졸 따라  다닌다. 아줌니는 후드부터 다이빙삭스까지 제대로 깔맞춤이다.


배의 측면을 돌아서 갈 때는 배 갑판에서 벗어난다. 여기는 해저가 고작 수심 43미터라는데 밑바닥이 보이지 않고 탁해서 끝도 없이 깊어 보이니 좀 무서운 느낌도 든다. 근처에는 어제보다 큰 자이언트 바라쿠다들이 미동도 없이 고요하게 떠 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배 안 쪽을 한 번 더 통과한다.


20m 이상의 딥다이빙이라 20여 분이 무감압 짐수 한계 시간이다. 이제 슬슬 올라가야 할 때. 함교 옥상에서 잠시 머물다가 다시 밧줄을 잡고 올라가서 안전정지 후 출수한다.


배 위에 분홍 옷을 입은 캡틴 앨리슨이 보인다. 배가 여러 척인 큰 업체인 만큼 캡틴도 여러 명인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은 다이빙 트립은 모두 캡틴 앨리슨과 함께였다. 그렇다. 이번 다이빙도 최고다.


1시간 정도의 휴식 후에 스피겔 그로브에 두 번째로 입수한다. 어제는 휴식 시간을 거의 안 주더니 오늘은 딥 다이빙이라고 휴식을 충분히 한다. 이런 면에서는 또 철저하구나.

2019년 1월 29일 Diving log #25
장소 : 스피겔 그로브, 키 라르고, 플로리다
최대 수심 26.9m
평균 수심 18.9m
수온 21°C
입수 시간 10:53
출수 시간 11:21


동일한 방법으로 스피겔 그로브에 다시 내려가서 다른 방향으로 한 바퀴 돈다. 배 위에서 쉴 때 액션캠이 켜져 있었는지 배터리가 바닥나버렸다. 몇 장면만 찍고 구경하는데 전념한다.


크레인 조종석이 제 집인냥 혼자 떡 차지하고 있는 바라쿠다도 있다.


두 번 다이빙하고 물 밖으로 올라와서 햇빛을 쬐며 돌아간다. 물 속 온도는 21~22도인데도 생각보다 춥지 않은데, 물 밖에서는 수건을 걸치지 않으면 춥다.


캡틴 앨리슨이 갑자기 배를 멈추더니 급선회하면서 돌핀!이라 외친다. 근처에 돌고래들이 나타났다. 이 녀석들이 가속한 보트가 만들어내는 빠른 물살을 타고 점프를 하면서 논다.


이렇게 가까이서 돌고래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캡틴 앨리슨에게 감사한다. 이렇게 멋진 경험을 하게 해줬는데 팁을 생각 못 하고 현금을 얼마 안 가져와서 미안하다. 다음 번에 많이 챙겨 주지 뭐...


다시 키 라르고 항구로 돌아온다.


오전에 다이빙을 끝내고 장비까지 챙기니 이제 겨우 1시,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이번에는 근처의 다른 식당인 호보스 카페(Hobo's cafe)에 가본다.


참치 타다끼는 맛있는데 가격에 비해 양이 조금 아쉽다.


시푸드 샘플러를 시켰더니 이집의 어지간한 기본 메뉴는 다 한 번에 나온다. 왼쪽의 동그란 오뎅같은  것은 이 동네에서 특산품이라 하는 고둥(conch; 콩크)으로 만든 것이다. 고둥 내장을 많이 넣었는지 약간 씁쓸하다.


튜나 랩이 참치 타다끼보다 참치가 많아보인다. 이 집 가성비 메뉴는 이 속이 꽉찬 랩인 듯하다.


오후엔 무얼 할까? 적당한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려다가 호텔 수영장을 놔두고 이게 뭔 짓인가 싶어서 호텔로 돌아와서 비치 타월 하나씩 들고 수영장에 간다. 기온은 20도 정도지만 따듯한 온탕도 있고 햇살도 따사로우니 추운 느낌은 없다. 물론 수영장 물은 차갑다. 온탕에 들어갔더니 노곤노곤해진다.


드디어 스피겔 그로브 렉다이빙을 했다. 바다 속에서 만나는 커다란 배는 매우 신비한 느낌이었다. 바닷물과 수중 생물들에 의해 여기저기가 풍화되는 거대한 군함은 지구상에서 인간이 없어진  후의 자연을 보여주는 듯하다. 뿌연 바닷물 속에 묵묵하게 놓여있는 커다란 군함, 스피겔 그로브 정도라면 한두 번은 더 들어가볼 만한 다이빙 사이트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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