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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11. 2019

존과 지니의 플로리다 스쿠버 다이빙 여행 6

키 웨스트, 바글바글 복잡한 시골

2019년 1월 31일


어제 키 라르고 오후 다이빙을 하면서 키스 열도의 중간 지점인 마라톤에서는 정말 잠깐 머무르게 된 셈이다. 마라톤은 좀 낙후되어 있는 곳인지 전체적으로 건물도 낡고 구질구질하다. 숙소 주변은 온통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 공사판이었다. 문을 열어둔 식당들도 뭔가 좀 오래된 느낌이고... 그나마 좋은 점은 이 동네치고는 주유소가 상당히 싼 편이라는 것?


아침이 되니 또 근처 공사장에서 공사를 시작한다. 느긋하게 일어나서 어제 남은 치킨텐더를 브런치 삼아서 조금 먹고 출발한다. 마라톤에서도 거의 출구인 서쪽 끝에서 묵었기 때문에 출발하자마자 7마일 다리(7 mile bridge)를 건넌다. 말 그대로 10.8 km에 걸쳐 섬과 섬을 연결하는 긴 다리인데 실제 다리 길이는 6.7마일이다.


다리 옆에는 100년 전에 만들어진 옛 다리가 있는데 새 다리가 완공된 후로는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였다가  2017년부터 보수공사로 통행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2021년에 보수공사가 끝난다고 하니 자전거 여행하기에도 그때가 좋을 것 같다. 지금은 종종 보이는 자전거 여행자들이 도로 갓길로 아슬아슬하게 달린다.


이렇듯  옛다리는 중간이 끊겨 있어서 이용할 수 없는 다리다.  다리 입구에 통행금지 철책 근처가 낚시하기 좋은 포인트인지 낚시꾼들이 모여있다.


7마일 브릿지를 지나서 계속 달리면 키 웨스트 입구에 도착한다. 키 웨스트 안쪽은 물가가 상당하기 때문에 시내 입구에 있는 월그린에서 며칠 동안 필요한 것들을 사 간다.


며칠 동안 키웨스트에 묵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컵라면과 맥주. 이 동네는 생맥주 한 잔에 8달러, 팁까지 생각하면 한 잔에 만 원이 넘어가니 맥주는 가급적이면 박스로 사다가 숙소에서 마시기로 했다. 숙소가 좋으니 굳이 밖에서 마실 이유도 없지.


키 웨스트에 차를 가지고 들어가면 주차 전쟁을 치러야 한다. 숙소 앞에 주차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 주차 위반 딱지가 붙었다. 미국에서는 도로 진행 방향에 반대로 주차하면 주차 위반이라고 한다. 이런 사소하지만 벌금을 물 수도 있는 교통 법규를 미리 알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다.


호스텔 안에는 '양놈'들이 수영장에 앉아서 술을 먹고 있다. 규정상 수영장 구역에서는 음료나 음식을 먹으면 안 되는데 속이 안 보이는 물통에 술을 채워서 마시면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어딜 가나 진상 민폐는 있다.


호스텔에 체크인하고 오후에는 키 웨스트 시내 나들이를 할 거다.


키 웨스트도 공항이 가까이 있어 비행기들이 낮게 날아다닌다.


푸른 나무들 사이에 하얀 집들... 키웨스트 시내의 대부분이 흰색 건물이라 풍경이 화사하다.


키 웨스트의 중심은 듀발 스트리트(Duval street)라 할 수 있다. 가장 번화한 거리인 만큼 사람도 바글바글하다.


그 동네가 관광지인지 아닌지를 알아볼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관광용 열차다. 여기도 어김없이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키 웨스트의 콩크 트레인(Conch train)이다.


키 웨스트의 유명한 슬러피 죠스 바가 보인다.


바다가 보이는 곳도 아니고 음식 맛도 별로이고 시설도 별로인데 유명한 이유는 정말 겨우 단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골집이었다는 것뿐이다.


우린 헤밍웨이랑 친하지도 않으니 여길 들어갈 이유가 없다.


듀발 빌리지라는 기념품을 잔뜩 파는 골목을 구경한다. 기념품은 예쁜 쓰레기라는 느낌이라 우리는 기념품을 거의 안 산다. 놀러 가는 동네마다 기념품을 사들이면 안 그래도 좁은 집이 쓸 데 없는 기념품으로 미어터질 것이다.


관광열차인 콩크 트레인의 매표소가 보인다. 콩크(Conch)는 키 웨스트의 특산품인 커다란 바다 고둥이다. 우리나라에서 키웨스트나 플로리다식 콩크 요리를 먹어보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 어지간한 정말 괜찮은 음식은 대부분 우리나라에서도 먹을 수 있다. 처음 보는 요리가 있는데 그게 그 지역 특산물이라고 하면 호불호가 심하거나 맛이 없다는 것이다. 빠에야는 먹을만하지만 토끼가 들어간 발렌시아 빠에야는 호불호가 심한 것처럼, 이탈리아 피자는 먹을 만 하지만 비린내 나는 시칠리아 피자는 맛없는 것처럼...


듀발 스트리트의 끝에서 계속 걸어 바다가 보이는 해변으로 나왔다. 바닷가를 따라서 데크길이 계속 이어지니 쭉 걸어가 본다.


이런 것은 이제 꽤 식상하다. 이거 자체가 셀피 모스트 포인트... 셀카 찍기 좋은 포인트라고 붙어있다.


바다를 따라 이어진 데크길을 계속 걸으면 말로리 광장(Mallori square)이 나온다. 여기에도 펠리컨들이 모여 있는데 사람을 무서워하질 않고 느긋하게 쉬고 있다.


커다란 크루즈가 항구에 들어와 있다. 어쩐지 듀발 스트리트에 노인 커플들이 엄청나게 많더라.


키 웨스트의 길거리에서는 유난히 색깔이 화려한 닭들이 흔히 보인다. 닭을 싫어하는 지니님은 아주 질색을 한다.


기념품 가게가 참 많다.


키 웨스트는 산호초들 때문인지 난파선(ship wrack)이 많았고 난파선에서 쓸만한 물건들을 건져 올리는 수거업자(Wracker)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해적질과 난파선 인양 작업으로 먹고살았던 동네라니 그리 질 좋은 동네는 아니었던 듯하다.


말로리 광장 근처에 난파선 박물관(Ship wrack musium)도 있다. 물론 우리는 들어가 보지 않는다. 어지간히 큰 박물관이 아닌 이상 정말 그 분야에 관심 있지 않다면 들어가서 몇 개 안 되는 전시물을 봐도 이해도가 떨어지고 재미도 없다.


난파선 박물관 앞에는 키 웨스트 근처에서 가라앉은 수많은 난파선들의 지도를 볼 수 있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 정도 되니 난파선을 인양하는 것으로 경제가 돌아갈 수 있었나 보다. 지도에는 우리가 갔던 스피겔 그로브와 조만간 들어가 볼 반덴버그도 있다.


다시 듀발 스트리트로 돌아왔다. 내일 다이빙을 하고 싶으니 이제 다이빙 센터를 찾아가서 예약을 해야겠다.  


원래 가보려고 했던 다이빙 센터에 도착했는데...


고양이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다. 잠시 후에 안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오더니 내일은 배가 쉰다고 한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근처의 다른 다이빙 센터를 찾아가서 매장 카운터의 젊은 직원에게 내일 오후 리프 다이빙을 예약한다. 다이빙 예약 완료.


다이빙도 예약했으니 다시 마을을 좀 더 둘러보자. 듀발 스트리트에서 한 블록 옆인 화이트헤드 스트리트(Whitehead st.)를 따라 걸어간다. 스타벅스 커피도 풍경에 꽤나 어울린다. 스타벅스나 맥도널드는 무료 와이파이를 쓸 수 있어 우리처럼 유심이나 로밍을 거의 안 쓰는 여행자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여기는 해양박물관이라고 한다. 담벼락 앞의 노인들은 무료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화이트헤드 스트리트를 걸어가는 이유는 그 길 중간에 바로 마일 제로(Mile 0) 마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체 도로 중에 1번, 미국 1번 국도(US1 highway)의 출발점이 바로 이곳에 있다. 여기서 시작된 1번 국도는 미 동부 해안을 따라서 3,800km 떨어진 메인주의 포트 켄트라는 곳까지 이어진다. 지난 캘리포니아 자전거 여행에서 얘기했던 1번 도로는 캘리포니아주의 1번 도로이고 여기는 미국 국도 1번인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상행선의 시작이 있다면 반대편 길은 하행선의 끝을 알리는 END 표지판이 있다.


다시 화이트헤드 스트리트를 따라서 계속 걸어간다.


중간에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살았던 집이 있다. 태어난 곳도 아니고 여기에서 죽은 것도 아니고 그냥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입장료는 무려 14달러를 무조건 현금으로만 받는다고 한다. 별거 없는데 왜 이리 비싸...


그래서 안 들어간다. 여기에서 어부들의 삶을 보고 '노인과 바다'를 썼다고 한다. 노인과 바다는 제대로 된 생선 처리 설비도 없는 후진 배로 고기 잡으러 바다에 가면 안 되는데 상어간유(스쿠알렌)는 눈 건강에 좋다는 철학적인 내용의 소설이다.


1번 국도는 중간에 트루먼 애비뉴(Truman Ave.)로 꺾어지지만 우리는 계속 화이트헤드 스트리트를 따라 직진한다. 화이트헤드 스트리트의 끝에 알록달록한 시멘트 덩어리가 있다.


미국 본토의 최남단인 서던 모스트 포인트(Southernmost point) 표지석이다. 사실 최남단은 화이트헤드 스피트라는 곳인데 군부대 내부라 일반인은 출입을 못하기에 여기에 최남단 표지석을 둔 것이다. 산 정상에 군부대가 있으면 그 근처 헬기장에 표지석을 세워놓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여기까지 온 기념으로 적당히 사진을 찍는다.


왜 표지석 옆에 가서 바짝 붙어서 사진을 찍지 않냐고 물으신다면... 겨우 이런 거 찍으려고 엄청나게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미국 사람이 진도 땅끝마을에 가서 사진 찍어봐야 별 의미가 없는 것처럼 우리도 굳이 기다려서까지 미국 최남단 표지석 인증샷을 찍어야 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서 남쪽으로 쭉 가면 쿠바가 나온다.


미국 본토의 최남단은 키 웨스트의 여기지만 미국 전체의 최남단은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날후(Naalehu)에서 조금 내려가면 있는 사우스 포인트다. 이렇게 미국 본토의 최남단과 미국의 최남단을 모두 방문한 셈이 되었다. 별 의미는 없지만...


하와이 날후에서도 최남단 빵집, 최남단 술집, 최남단 식당, 최남단 술집이 있었던 것처럼 여기도 모든 것에 최남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최남단 집...


슬슬 배가 고파진다. 근처에 먹을만한 식당을 찾다가 랍스터 쉑(Lobster shack)이란 곳에 들어간다.


 판잣집 같은 허름한 집을 뜻하는 쉑(Shack)이라 붙은 식당들은 그 이름처럼 저렴하고 간단한 음식을 파는데 여긴 그리 싸진 않다. 하지만 쉑이라는 이름처럼 작은 식당에는 화장실도 없다.


주 메뉴들은 랍스터 올린 빵이 나오는데 비싸지만 맛은 있다. 좀 더 컸으면 좋았을 텐데 서브웨이 반 쪽 만하다.


어쨌거나 배를 채웠으니 이번엔 듀발 스트리트로 걸어 올라간다.


어느 식당 앞에는 이렇게 앵무새들이 앉아있다.


경찰관이 말을 타고 지나가니 나름 분위기가 있다.


많이 걸었으니 슬슬 숙소로 돌아온다. 키 웨스트는 물가가 비싼데 그중에서도 특히 숙박비가 어마어마하다. 제대로 된... 이라기엔 낡은 호텔도 1박에 40만 원은 줘야 한다. 그렇게까지 비싼 숙소에서 묵을 수는 없으니 호스텔의 4인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도 1인 당 1박에 12만 원(세금 포함)이 넘는다.


시설은 깨끗한 편이다. 밖에서 떠드는 주정뱅이들만 없으면 좋겠다.


많이 걸었으니 이제 좀 쉬어야겠다. 마침 숙소에 수영장이 네 개나 된다. 그중에 가장 구석진 풀에는 숨어서 술 마시는 주정뱅이들이 있다. 제일 넓은 수영장 비치체어에 앉아서 느긋하게 늘어진다.


좀 쉬었으니 이제 선셋을 보러 가야 한다. 아직 일몰 시간까지는 꽤 남았으니 바닷가를 따라서 슬슬 걸어간다.


바닷가에는 이런 물고기 모형도 있다. 이 물고기들의 공통점은 크고 살이 많아 먹을만하다는 것이다.


유럽이나 큰 항구도시에 가면 수많은 보트들이 떠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다. 보트가 덜 빽빽하게 모여 있으니 조금 더 여유는 있어 보인다.


물은 생각보다 더럽다.


어딜 가나 비둘기급으로 많은 펠리컨들도 있고...


이제 일몰을 보러 말로리 광장으로 간다.


일몰 시간의 말로리 광장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린다. 길거리의 노숙자들도 차력쇼나 북치기 공연 같은 걸로 돈벌이에 나섰다.


그런데 정작 오늘의 일몰은 구름 때문에 망했다. 구름 사이로 퍼지는 빛무리가 아름답긴 하다.


일몰도 봤으니 이제 돌아가야지. 듀발 루프(Duval loop)이라는 무료 셔틀버스가 지나간다. 내일은 저걸 타봐야겠다.


돌아오는 길에 좀 큰 식료품 마트에 들러 코울슬로와 초밥을 사 온다. 컵라면과 맥주에 초밥으로 저녁을 먹는다.


미국의 가장 변두리라 할 수 있는 키 웨스트... 하지만 관광객들로 어마어마하게 번잡하다.


오늘은 쉬어가는 의미에서 시내 나들이 위주로 다녔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키 웨스트  다이빙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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