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과 지니가 소개하는 자전거 코스 중에는 오르막길이 있는 곳이 많다.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 국토의 70%는 산이니까. 이번에는 오르막길이 부담스럽고 100km를 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초보 자전거 여행자에게 추천할만한 코스를 소개한다.
서산의 해미면에서 출발하는 80km의 자전거 코스다. 원래는 개심사를 주로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무심사를 갔다 왔다. 서산 목장의 완만한 구역을 달려 도비산을 올라 아담한 사찰인 부석사를 보고 방조제길을 달리면서 바다도 보는 산, 들, 바다를 모두 즐기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코스다.
서해안 고속도로는 주말 상습 정체구역 중에 하나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아침 7시 전에 서울을 벗어나야 막히지 않고 2시간 정도 걸려서 해미에 올 수 있다.
요즘 방송에 많이 나온 탓에 관광객들이 많이 늘었을 해미읍성이지만 조금 이른 시간인 덕에 아직은 주차장에 공간도 많고조용하다.
항상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해미 읍성 옆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근처 육개장집에서 아침을 먹는다.
읍성 주차장은 주차공간이 넓고 화장실도 잘 되어 있다. 뒤쪽에 MTB를 싣고 온 사람도 있어 잠깐 이야기도 나누었다. 근처에 가야산과 임도가 있어 MTB를 타기에도 좋은 곳이다.
해미읍성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읍성을 둘러서 북쪽으로 빠져나간다.
해미 읍내를 벗어나자마자 한적한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647번 지방도를 따라서 마냥 달리다 보면 슬슬 목초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은 들르지 않고 지나치지만, 신창리에서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해서 언덕길을 올라가면 개심사가 나온다. 아담하고 이쁜 절인데 5월 초에 왕벚꽃이 아름드리 피어서 더욱 아름다운 곳이다.
오늘은 개심사 대신, 그동안 한 번도 안 가본 문수사에 가보기로 했다.
목장이라 하면 대관령 삼양 목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서산은 국내 최대의 한우 목장이다. 개심사부터 용현 계곡 근처까지 모두 목장이다.
목장인 만큼 관련 시설들도 많다. 몇 년 전 구제역 사태 때에는 이곳에 비상이 걸리고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었다.
문수사 가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이정표에 쓰인 대로 한 블록 더 가면 용현 저수지를 지나 서산 마애삼존불을 볼 수 있다. 보원사지는 말 그대로 절터라서 휑하다.
이정표를 따라서 문수사 방향으로 달린다. 작은 시골길이지만 포장이 아주 잘 되어 있다.
문수사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서 보행자는 문으로 가고 차량은 오른쪽 언덕길로 올라갈 수 있다.
문수사에 도착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조촐하고 조용한 절이다. 우리 같은 관광객이 볼만한 것은 없어 보인다.
담벼락에 이쁘고 신기하게 생긴 꽃이 피어있다. 생긴 것으로 봐선 매발톱꽃의 일종인 듯하다.
마당의 단풍나무에는 프로펠러 모양의 열매가 달려있다. 가을에 열매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계절을 착각한 나무인가...
뭔가 오래 있을 만한 곳은 아니다. 적당히 둘러본 후에 다시 돌아간다. 다음부터는 5월 초에 맞춰 개심사를 가거나 다른 시기에는 마애삼존불을 보러 가야겠다. 문수사도 5월 초에는 왕벚꽃 보러 올만하다고 한다.
다시 돌아 나와서 이제 거성리 방향으로 들어간다.
포장 잘 된 작은 길 양 옆으로 목초지가 펼쳐진다. 지니님은 살짝 까미노 순례길 느낌이 난다고 한다.
길가의 초지에는 트랙터가 풀을 모으고 있다. 풀을 베고, 모으고, 뭉쳐서 건초 덩어리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마냥 직진해서 달리다 보면 사거리에서 갑자기 길이 좁아지는 곳이 있다. 좌회전해서 큰길로 가면 된다. 어차피 이 부근은 대부분 차가 없는 도로다.
이미 작업이 거의 끝나서 건초를 둘둘 말아놓은 곳도 있다. 보통 마시멜로라고들 부르는 이것은 곤포 사일리지라는 것으로 건초을 발효시켜서 소 먹이로 쓰는 것이다.
지니님은 뭉쳐진 건초를 포장하는 작업이 신기한가 보다. 사실 나도 모든 과정을 한 번에 다 보는 건 처음이다.
평평하고 깨끗한 도로에 차는 거의 다니지 않는 곳이다. 서산에는 이런 곳이 많다.
서산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결국 큰 길인 29번 도로와 만나게 된다. 한 블럭 일찍 방향을 꺾어서 29번 도로로 들어간다.
사실 차량 통행이 많은 29번 도로를 피해서 조용한 옆길로 갈 수 있지만 쉴 때가 되었으니 도로변에 있는 편의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충분히 쉰다. 시원한 커피와 함께 요깃거리를 조금 먹는다. 휴게소라 화장실 쓰기도 좋다.
휴게소에서 나가자마자 곧 우회전한다. 시끄러운 큰길을 빨리 벗어나니 좋다.
다시 한적한 길을 달린다.
이정표에도 표시되어 있듯이 근처에 공군기지가 있어 평일에 오면 비행기 훈련 소리로 꽤나 시끄러운 곳이다. 간척지 지구로 들어가면 하수처리장과 쓰레기 매립지가 있어 냄새가 심한 구간도 있다.
너른 벌판에 산이 하나 보인다. 부석사가 있는 도비산이다. 도비산의 북쪽으로 가서 맞은편 기슭의 부석사로 올라갈 예정이라 가야 할 목표가 보이니 방향 잡기가 편하다. 물론 길이라고는 거의 외길 직진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중간에 양대 삼거리라는 삼거리가 나타난다. 여기서 직진하면 서산으로 가는데 우리는 좌회전해서 부석으로 가야 한다.
이 한적한 길에 자전거길 표시가 되어 있다. 도비산을 향해 편하게 달린다. 포장이 잘 되어 있어 노면 자체는 좋은데 이물질이 많다.
한적한 길은 애정 삼거리에서 끝나고 부석 방향으로 달린다. 여기는 서산에서 안면도 가는 방향이라 차량 통행이 조금 있다.
이제 부석면으로 들어간다. 길이 한참 공사 중인데 공사만 끝나면 자전거 타기 더 좋은 곳이 될 것 같다.
부석면 읍내 근처에서 읍내로 들어가지 말고 이정표를 따라서 부석사로 간다.
부석사는 도비산 중턱에 있으니 가는 길은 오르막길이다. 입구 전까지는 완만하게 이어진다.
한참 이팝나무에 꽃이 피는 시기다. 푸른 나무에눈 내린 것처럼 하얀 꽃이 피어서 눈에 확 띈다.
조경 회사가 있는지 길 옆으로 기묘한 나무들이 많다.
올라가다 보면 한옥집이 하나 보인다. 초행길에는 이게 부석사인 줄 알고 기뻐할 수 있지만 그냥 음식점이다.
부석사 입구를 지나면 오르막이 심해진다. 꽤 가파른 구간도 있지만 기를 쓰고 타고 올라갈 필요는 없다. 울창한 나무터널이 시원하니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걸어 올라도 좋은 곳이다.
다시 한옥집이 하나 나온다. 부석사 아래에 있는 찻집이다. 부석사 본 건물은 아니지만 바로 아래 있는 건물이니 거의 다 온 것이다.
해태상 둘이 지키고 있는 언덕길만 올라가면 된다. 바로 보이는 건물은 화장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 두 해태상을 화장실 지키는 강아지들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부석사에 도착했다. 마당에 지하수가 나오니 시원하게 목을 축여도 좋다.
대웅전은 수리 중이다.
부석사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오래된 절로 의상대사의 창건 전설이 전해져 온다. 절이 지어지는 것을 바라보던 바위는 검은여라 하여 실제로 존재하는데 서산 간척지가 만들어지면서 지금은 육지가 되었다.
아담하고 조용한 곳인데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시끄러운 관광객들이 몰려와서 신경 쓰인다.
흔들의자가 하나 있어 잠시 쉬어가면 좋다.
이 흔들의자에서 바라보면 부석(뜬 돌)의 유래인 검은여가 보인다. 간척지 중간의 나무가 자란 곳이다. 가보면 실제로 커다란 검은 돌이 있고 마을 사람들이 육각정을 지어놓았다. 아직도 매년 4월 초에 마을 사람들이 검은여제를 올린다고 한다.
종각에 고양이 한 마리가 늘어져 있다. 사람을 경계하는 녀석이라 데리고 놀진 못한다.
계단 위에 부처님상이 있으니 한 번 올라가 본다.
바위에 동전들을 끼워놓았다. 부처님과 예수님의 올바르게 사는 가르침을 주는 것이 종교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런 기복 신앙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외국 사람도 다녀갔나 보다. 어느 나라 동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외국 동전도 꽂혀 있다.
바위에 부처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부처상 앞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멋지다.
작은 연못에는 수련이 피었다. 벌써 수련이 필 계절인가...
아직 자전거 타기가 끝난 것이 아니니 마냥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다시 출발한다.
부석면 읍내에서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을까 했는데...
부석사길 입구의 냉면집에서 시원하게 한 그릇씩 먹기로 했다. 여름엔 역시 냉면이다.
부석면을 종단하는 649번 도로는 은근히 꼬불꼬불한 낙타등 코스였는데 오랜만에 왔더니 부석중학교 입구부터 길을 새로 뚫어놨다. 바로 새 길로 들어가도 되는데 처음 보는 큰길로 들어가지 않으려 옛날 길로 가려다가 결국 다음 블록인 사양 교차로에서 합쳐진다.
오오 큰길이라 차가 많을 것 같았는데 아예 한 차선을 분리해서 자전거길을 만들어 놓았다.
농기계들이 다녀서 흙덩이가 많은 것만 빼면 아주 훌륭한 자전거 고속도로다.
이 좋은 자전거길을 따라서 그냥 쭉쭉 달리면 된다. 약간의 낙타등이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평지나 마찬가지다.
이 자전거 고속도로는 서산 방조제길인 96번 도로와 만나는 창리 교차로에서 끝난다.
여기서부터 서산방조제길이 시작된다. 96번 도로는 차들이 고속으로 달리지만 차도 옆으로 자전거길이 있다.
창리 교차로에서 해미 방향으로 달리면 서산 A지구 방조제가 나온다. 서산은 어리굴젓으로 유명하니 근처에 어리굴젓이 나오는 굴국밥집이 많다. 지니님이 냉면 먹은걸 후회하는데 난 굴국밥을 별로 안 좋아하니 괜찮다. 종종 오는 곳이니 다음에는 굴국밥을 먹기로 한다.
서산 방조제 자전거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노면이 썩 좋지 않다. 이곳도 철새들이 오는 곳이다. 근처에 버드랜드라는 철새 조망 센터가 있다.
서산 A지구 간척지가 보이는 자전거길을 달린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그랬지만 여기는 나무덩굴이 자전거길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생명력이 질긴 칡덩굴들인데 자전거 통행이 많지 않아 밟히질 않으니 작정을 하고 자전거길을 기어오른다.
칡덩굴이 덮은 노면 안 좋은 자전거길이 엎친데 덮친 격으로 노면까지 끊겨있다. 작년(2018년)에 큰 비로 자전거길 지반이 붕괴되었다고 하는데 아직도 공사 중이다.
자전거길이 멀쩡한 곳까지 잠깐 차도 갓길을 걸어간다. 저 앞이 잠깐 들를 생각인 간월도다.
간월도 입구 사거리에서 간월도에 잠시 들르기로 한다. 저 뒤의 간척지 방향으로는 예전에 들어갔다가 비포장이라 고생한 적이 있다.
간월도는 이름으로도 알 수 있듯이 간척 사업 전에는섬이었다. 지금은 서산 방조제 A지구의 휴게소 같은 느낌이다.
목장도 보고 산에도 올라가고 들판도 달렸으니 이번에는 간월도의 끝에서 바다를 본다. 골고루 다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이제 볼 거 다 봤으니 해미로 돌아가자. 원래 간월도에는 밀물 때는 뗏목으로, 썰물 때는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간월암이라는 암자가 있는데 오늘은 들르지 않는다. 간월도가 처음이라면 한 번쯤은 간월암을 구경하러 가도 좋다.
간월도의 다른 쪽 입구에서 다시 서산 방조제 자전거길로 달린다.
서산 방조제 A지구에는 방조제에 의해 생긴 간월호가 있다. 참고로 B지구에는 부남호가 있다.
서산 방조제 자전거길을 궁리 입구에서 끝나는데, 자전거길은 차도에서 떨어져 궁리 쪽으로 꼬여 들어간다.
96번 도로는 여전히 차들이 고속으로 질주하니 궁리에서 계속 마을길로 달린다. 목표는 농협 하나로마트가 있는 광리 교차로까지다.
차들이 고속으로 질주하는 도로 옆으로 이렇게 한적한 마을길을 달린다. 완전히 평지는 아니라 조금 힘들 수 있지만 안전한 길이 최고다.
농협 간판이 보이면 광리 교차로에 거의 다 온 것이다.
마침 하나로마트를 지나가니 잠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쉬어간다.
광리 교차로에서 29번 도로로 가지 않고 그대로 직진하면 홍성 일반산업단지로 가는 길이 있다.
큰 공장들이 있는 산업단지로 가는 길이지만 주말이라 통행하는 차들이 없다. 대부분의 차들은 홍성 IC로 들어갈 수 있는 96번 도로로 가니 이쪽은 한적하다.
중간에 이정표가 있지만 우리는 그대로 직진만 하면 된다. 자전거 여행에서 길이 복잡하면 길 찾기에 신경 쓰다가 끝난다. 자전거 여행길은 최대한 단순하게!
홍성 일반산업단지에는 큰 공장이 몇 개 들어와 있지만 주말이라 조용하다.
길 좋고 차 없는 산업단지길이 끝나면 부기 교차로에서 해미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삼거리 교차로에서 29번 도로와 다시 만나면 해미 방향으로 29번 도로를 타고 가도 교통량이 많지 않아서 괜찮지만 신승리 쪽으로 해미 입구까지 이어지는 마을길이 있다.
서산시 고북면까지 굴다리를 하나 지나서 달리면 된다.
고북면에 오면 이름 때문에 자꾸 포켓몬스터의 꼬북이가 생각난다. 여기도 면 소재지라 쉬어가기 좋은 곳이지만 해미면이 코앞이니 그냥 달린다.
고북면 출입구인 기포교차로에서 다시 29번 도로와 만나는데 아까 해미 입구까지 가는 마을길이 있다고 말했다.
기포교차로에서 이렇게 마을길이 있다.
다시 차 없는 마을길로 달린다. 29번 도로 바로 옆으로 계속 이어진다.
큰 국도 두 개가 만나는 해미 교차로에서 이 마을길은 끝나지만 여기가 바로 해미 읍내의 입구다.
차를 세워둔 해미 읍성에 다 왔다.
오늘은 적당히 흐리고 시원한 날이라 딱 좋은 날씨였지만 평지 자전거길이면서 가로수가 거의 없는 신작로가 많기 때문에 더운 날에 오면 나무 그늘이 없어서 아스팔트 위에 산채로 구워지기 딱 좋은 길이다. 다니기 가장 좋은 시기는 왕벚꽃이 피는 5월 초와 서산 간척지가 황금벌판이 되는 10월이라 할 수 있다.
해미는 항상 관광객이 어느 정도 있지만 조용했던 곳인데 최근 어느 유명 방송 프로그램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방문객이 많아졌다. 저녁 먹기에는 시간도 조금 이르니 저녁 식사는 돌아가다가 중간에서 하기로 한다.
80km 정도의 평지 위주의 코스라 초보자도 달릴만한 곳이지만 목장길을 달리고, 들판 한가운데로 난 자전거길을 달려 산속의 절을 보러 오르막도 올라가고 바다와 호수도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자전거 여행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곳이다. 좀 더 거리를 늘려 달리고 싶다면 남당항이나 서산 마애삼존불도 보고 오면 된다. 그 외에도 근처에 좀 멀긴 하지만 안면도나 태안 해변등 가볼 만한 곳이 많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