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지니님 컨디션이 안 좋았으니 오늘 다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자전거 타는 게 일도 아니고 돈 받는 것도 아닌 순수한 동호인으로서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절대 무리할 필요가 없다. 오늘은 간단히 몸을 풀기 위해서 지니님이 사는 춘천에서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코스로 82 km 정도를 달리기로 한다. 느랏재, 가락재를 넘어서 홍천으로 간 후에 다시 원창고개를 넘어서 돌아오는 코스다.
춘천 현지 사람이라면 다 아는 팔호광장에서 출발한다. 초반 길찾기는 아주 쉽다. 팔호광장에서 후평동 방향으로 가서 홍천 이정표를 따라 하염없이 직진만 하면 되는데 중간에 아침을 먹기 위해 잠깐 다슬기 해장국집에 들른다.
이 다슬기 해장국집은 처음 와봤는데 깔끔하게 맛있다. 앞으로 종종 올 듯하다.
아침을 든든히 먹었으니 다시 홍천 방향으로 계속 달린다. 춘천 외곽을 이어주는 5번 도로를 지나 조금 더 가면 감정삼거리부터 느랏재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느랏재는 운동 목적으로 올라가기에 상당히 좋은 오르막길이다. 다만, 오토바이나 스포츠카들도 종종 연습하러 왔다 갔다 해서 조금 시끄러울 때가 있다. 이 조용한 시골 구석을 온통 시끄럽게 하는 소음 공해는 좀 없었으면 싶다.
슬금슬금 올라가면 은근히 힘들다.
이런 시골길이라도 무려 2 자릿수 일반 국도다.
길 옆으로 고양이가 걸어가다 우리를 구경한다.
열심히 올라왔다 싶은데 겨우 해발 240 미터... 저 표지판이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터널이 있는 길은 보통 터널이 최정상이다. 900m 남았다. 차로는 금방이겠지만 자전거로 오르막길 900m는 은근히 먼 거리다.
이제 300미터 남았다. 느랏재 정상에는 작은 휴게소가 있긴 한데 들러본 적은 없다. 무려 버스 정류장까지 있는 곳이다.
터널을 지나면 느랏재 정상 표지가 있다. 해발 340미터다. 강원도에서 1000미터 고지를 자주 넘다 보니 340미터라면 쉽게 느껴지는데 올라올 때마다 힘든 건 매 한 가지다.
계속 달리면 내리막을 쭉 내려다 가다 마을을 지나 다시 오르막이 나온다. 오늘은 웬 자동차 모임이 있는지 불나기로 유명한 외제차들이 시끄럽게 잔뜩 지나간다. 주말에 시골을 다닐 때면일부러 시끄럽게 만든 차들로 왜 이런 시골 구석까지 온통 시끄럽게 만드는지 이해가 안 된다. 드라이브를 하더라도 산새 소리 울리는 조용한 시골에 어울리게 조용한 차들로 왔으면 좋겠다.
춘천 팔호광장부터 홍천의 구성포까지는 거의 직진이다. 이후로도 갈림길 두 군데 정도만 주의하면 되니 길찾기가 쉬운 코스다.
마을에서 춘천과 홍천에서 오는 버스들의 종점을 하나씩 지나면 가락재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느랏재는 한참 올라온 것 같은데도 해발 340미터인데 가락재는 얼마 안 올라온 것 같은데 해발 560미터를 넘어간다.
길 가에 개들이 엄청 짖는다. 얼마 전까지 목줄 없이 풀려있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쫓아와서 위협하던 놈들인데 새끼를 낳아서 그런지 다행히 갇혀있다.
가락재 터널까지 900미터... 역시 은근히 더 가야 하는 거리다.
여기 가락재 정상에도 작은 휴게소가 있다.
느랏재와 마찬가지로 터널을 지나면 정상 표지판이 있다.
해발 660미터의 언덕길이다. 춘천 사람들은 운동 삼아서 느랏재 가락재를 묶어서 탄다.
이제부터 구성포까지는 오르막길이 없다. 쭉쭉쭉 내려가면 된다.
요즘엔 이렇게 시골 마을 근처에 플래카드 붙여놓고 시위하는 곳이 많다. 양수 발전소 건설 문제인 듯한데 윗동네는 찬성하고 아랫동네는 반대한다. 반대하는 동네는 수몰 예정지라 하니 대충 상황이 이해가 된다.
느랏재와 가락재를 넘었더니 슬슬 쉬어야겠다. 구성포 주유소에 슈퍼가 같이 있으니 잠깐 쉬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마침 주유소에 똥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 우릴 보고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는 녀석과 실컷 논다.
그래도 우리는 가야 할 사람들이다. 다시 구성포 방향으로 달린다.
구성포 입구인 신내 사거리에서 홍천 방향으로 가면 된다. 대부분의 차들은 44번 국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여기서 홍천 가는 길은 대부분 현지인들만 이용해서 차량 통행이 적다.
홍천 읍내에 도착했다. 슬슬 뭔가 먹어야 할 때가 되었으니 오래된 햄버거집에 들르기로 한다.
계란이 들어간 옛날식 햄버거다. 우리나라 최초의 햄버거 가게는 송탄에 있는데 홍천에서 오래된 집은 여기다. 매우 허름한 데다가 골목에 있어 외지인들은 잘 모르는 곳이다. 식사로 한 끼 먹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간식으로는 딱 적당하다.
이제 홍천의 서쪽으로 빠져나가 5번 국도와 만나서 달려야 한다. 교통량이 많지는 않지만 은근히 신경 쓰이는 구간이다.
북방면을 지나 홍성 온천 쪽으로 빠지면 다시 차 없는 구간이 시작된다.
군부대 앞길로 작은 언덕을 넘어 다리를 건너면 중부 고속도로 옆으로 난 자전거길로 달려야 한다. 이제 도사곡까지 홍천강을 따라 달린다.
자전거 도로에 이물질이 너무 많아서 참을 수가 없다. 차량 통행도 거의 없는 길이니 그냥 도로로 나온다. 어차피 곧 자전거도로도 끝난다.
짧은 자전거 도로가 끝나면 바로 언덕길을 올라가야 한다.
언덕을 오르다 보면 강 쪽으로 기암절벽이 하나 보이는데 천냥 바위다. 친구한테 천 냥을 빌리고서 못 갚아서 자살하려 했더니 친구가 빚을 탕감해줬다는 호구로운 전설이 전해져 온다. 천 냥이면 요즘 돈으로 1억 정도 되는 것 같다.
도사곡에서 당연히 이정표를 따라 춘천으로 가야 한다. 도로포장이 완전히 엉망이다. 헌 도로를 새로 보수하려나보다.
도사곡교를 건너면 춘천으로 갈지, 장항리로 갈지를 정할 수 있다. 더 길게 타고 싶으면 장항리로 팔봉산 유원지까지 가서 춘천으로 돌아가면 되고 팔봉산 유원지에서 다시 홍천강을 따라 가면 가평 경강교까지 빙 둘러갈 수 있다.
반대편만 도로를 깨끗하게 깔아놔서 짜증이 났는데 어느샌가 새 도로가 이쪽으로 왔다.
이제 춘천 방향으로 이정표를 따라 달리기만 하면 된다.
춘천과홍천 사이에는 횡성처럼 소 축사가 많다. 닭갈비의 유명세에 가려서 드러나지 않지만 춘천의 소고기도 먹을만하다.
춘천시 동산면에 들어오니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 예보가 없으니 소나기인 듯하다.
비가 심해지기 전에 5번 국도와 다시 만나는 동산면 삼거리의 슈퍼 앞에서 비를 피한다. 홍천에서 5번 국도를 따라 계속 달리면 이 삼거리에서 결국 다시 만난다.
다행히 소나기는 금방 잦아든다. 다시 출발한다.
동산면에서 춘천 시내로 가려면 언덕을 두 개 넘어야 한다. 모래재라는 작은 고개를 올라간다.
모래재 정상에 도착했다. 느랏재와 비슷한 해발 340m인데 출발 고도가 높은 편이라 느랏재만큼 힘들지는 않다.
이제 춘천 시내까지 13km 남았다. 자전거로 13km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지만 마지막 관문인 원창고개를 넘어야 한다.
원창고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그리 어렵지 않은 오르막인데 슬슬 체력이 달려 힘이 든다. 밥... 밥을 먹어야 해...
원창고개 정상에 도착했다. 이제 힘든 구간은 다 끝났다.
정상에서부터 쭉 타고 내려가는데 맞은편에서 수십 명의 자전거 동호인들이 잔뜩 올라가고 있다. 이 시간에 출발하는 걸 보니 원모덕 정도 가는 듯하다. 춘천 사람들이 가볍게 탈 때는 원모덕이라 하는 운동 코스를 많이 가는데 원창고개, 모래재, 덕만이 고개를 일컫는다. 원창고개, 모래재로 홍천강으로 넘어와서 팔봉산 유원지에서 덕만이 고개로 돌아가는 코스다.
춘천 시내로 돌아왔다. 춘천 IC에서 빠져나오는 차들과 만나는 나들목 구간에서부터는 차량 통행이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전철길과 만나면 남춘천역이다. 이제 오늘의 자전거 타기를 끝내고 집으로 간다.
다른 지방도 마찬가지지만 강원도는 그 지리적 특성상 도로들이 골짜기를 따라 이어지고 그 도로에서 다른 도로로 넘어가려면 언덕을 넘어야 한다. 도시에서 도시로 가는 가장 좋은 길은 차들이 많으니 자전거로 강원도를 다닐 때는 차량 통행이 적은 길로 다니는 것이 좋지만 언덕이 많아서 쉽지 않은 코스가 된다.
이번 코스는 춘천과 홍천 사이의 차량 통행은 적은 작은 길들을 연결한 코스다. 크게 높지 않은 오르막길이 계속 나타나는 약간은 힘든 코스지만 언덕길 때문에 힘들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훈련하기에 좋은 코스라 할 수 있다.